나보다 10살 많은 포도언니
나랑 10살 차이가 나는 일명, 포도언니가 있다.
회사 29년 차.
그리고 과장 누락 n연차이기도 하다.
29년 차인데 , 40대 후반인데 아직도 대리다.
젊은 사람들이 다 상사이다.
회사에 동기도 거의 사라졌다.
어떤 생각이 드는가?
순간 아... 안타깝다.
생각이 들었는가?
심지어 그녀는, 고등학교 졸업하자마 입사해서, 회의실에서 과장 부장 남자들이 담배를 뻑뻑 피던 시절부터 다닌 역사 같은 사람이다.
으쌰으쌰 회식도 곧 업무였고, 회사사람이 곧 내 가족이다 여겼던 세대이다.
아직도 그 정신은 남아있는 듯하다.
출산휴가 3개월만 쓰고 바로 돌아오는 그런 세대에 아이를 낳아 워킹맘의 삶을 살았다.
29년이란 시간이 지나니
첫 째가 재작년부터 대학생이다.
사실, 남편도 역시 대기업 부장이다.
언니는 사회 초년생부터 돈을 불리기 위해
주식방 같은 곳에 들어가기도 했고,
회사 근처 먹자골목에서 술집 운영까지도 해봤던 언니다. 무려 회사를 다니면서 말이다. 그렇게 번 돈을 땅투자로 어마어마가 해두고 아직도 묵혀두고 있다.
요 이야기를 들으니 어떤가
안타까움이 사라지지 않나?
자식도 좀 컸고, 남편이 이제 대학 졸업 때까지 회사 다니면 등록비도 나오는데 굳이 왜 회사를 다니냐고 묻는 이들이 참 많다.
그럴 때마다 언니는 그런다.
“못 다닐 껀 또 뭐야”
그러면서 부연설명을 해준다.
“내가 돈 벌어서친정에도 해주고 싶은데로 할 수 있어. 그리고 푼돈이라도 매월 나오는 현금흐름이 얼마나 중요한지 아나?
밖에 나가서 이 돈을 벌기 힘들다. 그냥 회사에서 사람들하고 잘 지내고 하루에 몇 번이고, 어린 것들이 일시켜도 그냥 웃을 수 있는 그런 분위기를 내가 만드는 것뿐이야. “
언젠가 내가
포도언니가 나랑 커피타임하자고 이야기했는데, 업무로 바빠서 뒤도안 돌아보고 일을 하고 있을 때였다.
(이때 나는 과장 말년차쯤이었다.)
“저렇게 일해서 뭐 하니. 그래봤자 세금 떼면 나랑 20만 원 차이밖에 안 나면서.. “
이 말을 듣고, 머리를 한 대 맞은 느낌이었다.
그러네, 내가 스스로 다람쥐통에 들어가서 너무 모든 것들을 포기하고 업무에만 (남의 일) 몰입했구나.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때부터 일이 잘 안 되거나 너무너무 많으면, 오히려 한번 쉬어가는 습관이 생겼다.
그렇게 회사 안에서의 여백을 두는 습관을 포도언니 덕에 얻었다.
아래의 명언을 읽을 때면,
나는 29년 차 포도언니가 생각이 난다.
가장 강한 종이 살아남는다고 할 수 없다.
그렇다고 가장 지적인 종이 살아남는 것도 아니다.
오직 변화에 가장 잘 적응하는 종만이 살아남는다
- 찰스 다윈
우리나라 말로
버티는 놈이 이기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