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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퇴직자 명단에 들었다

29년차 포도언니의 인사이트

by 암튼



나의 동기 언니가 작년에 아이 둘 낳고 둘째 육아휴직 중에 희망퇴직 연락을 받았다.


아이 둘을 키우고 있었고, 남편이 대기업으로 이직을 성공하여 지방에서 주말부부를 갑자기 시작했을 시즌이었다. 양가 어른들을 말렸지만, 언니는 아이들을 위해 결단을 내렸다. 희망퇴작자가 되기로.


그 누구보다 회사일에 열정적이었고, 야근과 주말출근도 잦았던 동기언니였다. 결혼과 임신 전에는 상위고과도 꽤나 받아왔던 언니였다.

대리를 특진했던 나보다도 고과가 훨씬 좋았다.

알짜였는데..

그랬던 언니가 가족을 선택했다.


수년 전부터 우리 동기 모임하는 4명중에 내가 가장 빨리 퇴사할 거라고 외쳤던 언니였는데, 정말 제일 먼저 갈 줄은 몰랐다.

원래 빈 수레가 요란해서...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오늘도 역시 29년차 포도언니의 인사이트를 얻고자 한다. 고졸입사자에 20년차가 넘어갔음에도 아직 대리에서 과장급으로 진급을 못하고 있을 무렵, 인사팀에서 전화가 왔다. 심지어 희망퇴직 담당자도 본인의 남자 입사동기.


동기이기에 가볍게 연락이 왔다

“포도언니야, 희망퇴직 좋은 조건 매물나왔는데 관심없나?”


포도언니가 말했다.

“어 그래, 친구야.그럼 내가 땅을 지금 사고싶은 것이 있어서 사실 다음주까지 돈이 필요한데.. 그럼 일주일만에 돈 줄 수 있나? 그러면 생각해볼게.”


인사팀 친구가 말했다.

“아...절차상 그건 좀 불가능한데..허허”


포도언니가 말했다.

“그래? 그것도 안되면서 나한테 전화한기가? 그럼 나는 필요없다. 그대신 주변에 희망 퇴직 관심있는 친구들에게 홍보좀 해줄꼬마”


그 통화를 하고 나서, 그 이후 29년차가 된 지금까지고 언니는 희망퇴직 연락을 받은 적은 없었다고 한다.


그러더니 나에게 알려주었다.

“암튼아, 회사가 입사할 땐 즈그들 맘대로 (자기들 맘대로) 골라잡아서 뽑아댔제? (뽑았지)

그리고 입사 날짜도 즈그들이 정했제?

그런데 있잖아, 회사 나갈때는 말이다.

그건 내가 정하는기다.“


굉장히 우스갯소리로 한 소리이지만 나는 그녀에게 또 엄청난 인사이트를 얻었다...

가방끈 긴사람들의 알량한 지식자랑하는 회의시간보다 나는 커피마시면서 실생활에 필요한 지혜를 주는 포도언니가 해외박사급 인재라고 생각이 든다.

적어도 나에게는 말이다.


물론, 인사팀 사람들이 이 글을 싫어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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