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교실] |신입 작가의 대본이 방송을 타는 방법

세번째 극본 성공 기념 노하우 공개 :)

by NOP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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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노파입니다.


이번에 쓴 세 번째 라디오 극본 방송이 확정되었습니다. 이번에는 편성 확정까지 시간이 꽤 소요가 되어 내심 마음을 졸였는데, 무탈하게 제작을 하게 되어 기쁜 마음입니다.


이번 드라마는 명절을 앞두고 종갓집 종부의 몸에 빙의된 대한제국 황제의 이야기를 다룬, 가족 드라마입니다. 대한제국의 황통이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 시대를 가정하고 만든 이야기라 낯설면서도 익숙하실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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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세 편의 드라마를 연달아 편성에 성공시키고 보니, 신입작가가 드라마 대본을 잘 쓰기 위해서 반드시 알아야 할 글쓰기의 원칙이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됐습니다. 드라마 작가를 꿈꾸시는 분들께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자 그 방법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먼저, 드라마에서 '잘 쓴다'의 개념을 제대로 알아야 합니다.


극본의 경우, 잘 쓴 글이란, 결국 방송을 타는 글을 말합니다. 아무리 기깔나는 표현력과 완성도를 가진 글이라고 해도 방송이라는 형식에 적합하지 않으면 방송이 되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내 극본이 전파를 타게 하고 싶다면, 먼저 방송의 형식에 대해 알아야 합니다.


내 극본이 방송을 타게 하고 싶다면 방송의 형식을 알자!


지금 말씀드리는 방송의 형식이란, 대화와 지문으로 이뤄진 극본의 틀과는 다른 것입니다. 그리고 내 원고가 방송을 타게 하기 위해서는, 극본의 틀을 아는 것보다 방송의 형식을 아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다고 감히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어떤 원고가 방송의 형식을 아는 원고일까요?


바로, 시청자가 방송을 보자마자 상황을 이해하게 하는 글입니다. 방송 시청자들은 좋은 영상을 보겠다는 의지를 갖고 영화관을 찾는 사람들이 아닙니다. 퇴근해서 왔으니깐, 아침에 일어났으니깐, 할 게 없으니깐, 그냥 방송을 틀어보는 모든 사람들입니다. 말 그대로 대중입니다. 흔한 방송작가들처럼 4년제 대학 나온 사람들만 보는 게 아닙니다. 시골에 계신 우리 할머니도 보고 은퇴하신 우리 아버지도 보고 학교에 갔다온 우리 아이들을 봅니다.


때문에 모든 극본의 방점은 '쉽게'에 찍혀 있어야 합니다.



사람들은 어떤 상황에서 방송을 볼까/들을까?


라디오 극본을 예로 든다면, 사람들은 영상 없이 핸드폰에서 나오는 소리로만 극을 이해합니다. 다시 말해, 원고를 쓸 때는 내 드라마를 소비하는 소비자가 '볼 수 없는 상황' 이라는 데에 초점을 맞추고 원고를 써야 합니다. 그래서 라디오 드라마는 텔레비전 드라마보다 훨씬 더 설명이 많아야 합니다.


작가는 여기서 첫 번째 타협을 해야 합니다. 우리는 보통 세련된 극을 쓰고 싶은 열망으로 넘쳐납니다. 하지만 원고에 설명하는 대사가 많으면 드라마는 촌스러워질 수밖에 없습니다. 예로 들면, 며느리를 골탕 먹이려고 시누이가 일부러 거짓말을 했다는 상황을 이해시키기 위해 '뭐? 걔가 그런 거짓말을 했다고?'라는, 현실이었으면 하지도 않았을 군더더기같은 말들을, 남편 입에서, 동생 입에서, 친구 입에서 끊임없이 반복해서 들려줘야 합니다. 왜냐하면 라디오 드라마를 듣는 사람들은 '볼 수 없는 상황'에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젊은 사람들이 라디오 드라마를 들으면, 왜 저렇게 할머니 잔소리하듯 한 말 또 하는 건가, 하는 말을 많이 합니다. 그래서 일일 연속극을 보면서 유치하다고 말합니다. 그것은 극본을 쓰는 사람들이 젊은 사람들만을 위해서 쓰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극본은 다양한 상황 속에 있는 모든 연령대의 사람들을 위해 쓰여집니다. 특히 라디오 드라마는 오로지 소리로만 듣는, 방송의 형식까지 고려해야 해서 그렇 때문입니다.


따라서,
드라마를 잘 쓰고 싶다면,
시골 할머니가 집에서 방을 훔치면서 들어도 이해가 되게끔
원고를 써야 합니다.


단, 야밤에 하는 미니시리즈는 또 다릅니다. 젊은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글이기 때문에 또 다른 형식을 적용해야 합니다.



신입작가들이 극본을 '잘 쓰기 위한' = '쉽게 쓰기 위한' 두 가지 방법


그런데 신입작가들은 내가 얼마나 쉽게 쓰는지에 대한 감이 별로 없습니다. 자신의 글을 영상이나 소리로 들었을 때 사람들이 얼마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지, '나는 거의 모른다'고 생각하는 편이 좋습니다. 이것을 알아야 자신의 글이 방송을 타는 것이니, 신입작가들에게는 반드시 해결해야 할 숙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행히 이 숙제를 해결할 두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


첫째, 자신의 원고를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주세요.


굉장히 중요한 과정입니다. 주변의 많은 사람들에게, 특히 엄마나 아버지께서 읽어주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여기서 여러분이 확인해야 할 피드백은 딱 한 가지입니다.


뭔 소린 지 모르겠다

이 피드백이 나오면 무조건 다시 써야 합니다. 만약 또래의 젊은 친구들이 읽었는데 저 소리를 한다? 그럼 세 번쯤 다시 써야 합니다.


하지만 이 첫번째 방법은, 방법 자체를 활용하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 않습니다. 한시간짜리 라디오 원고만 해도 스무장이고, 50분짜리 TV 원고는 35장입니다. 선뜻 읽어주겠다는 사람을 찾는 것 자체가 하나의 미션입니다. 게다가 저처럼 친구도 없고 독거노인에다가.. 그렇다면 두 번째 방법으로 넘어가셔야 합니다.


둘째, 피디의 첨삭을 무조건 수용하세요.


단, 이 방법은 피디가 연차가 있을 때 효과적입니다. 젊은 피디들은 작가들보다도 방송 경험이 적은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다하더라도 첨삭을 수용해주세요. 피디는 여러분의 스무장, 서른장짜리 글을 의지를 갖고 읽어주는 첫번째 독자입니다.


물론 이곳저곳에 빨간펜 짓을 한다든가, 내 의도를 멋대로 재단하는 모습에 배알이 꼴리고 상처를 받기도 합니다. 특히 작가들은 평균보다도 자존심이 센 족속들이기 때문에 더 그렇게 느껴질 것입니다. 견뎌내셔야합니다. 특히 피디가 10년차 이상의 경력을 가진 사람이면 그의 말을 부처님 말씀처럼 여기고 고치라는대로 고치는 것이 좋습니다.


그리고 고치다보면,, 왜 이 부분을 고치라고 했는지 알게됩니다. 내 글이 방송글로서 어떤 점이 부족한지도 알게됩니다. 그리고 이렇게 고분고분 잘 고치면서 십 년쯤 버티다보면 어느덧 여러분은 모진 세월을 한 굽이 살아남은 고연차 드라마 작가가 돼 있을 겁니다. 복수는 그때 하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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