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노파입니다.
한달 전에 마트에서 버터헤드 상추를 주문했습니다.
상추에서 버터처럼 고소한 맛이 난다고 하여 버터헤드라는 이름을 갖게 된 상추입니다. 맛을 보면 정말 가벼운 풀의 식감이 아닙니다. 상추 주제에 무언가 묵직한 맛이 느껴집니다. 잎도 꽤나 두껍지만, 그렇다고 양상추처럼 뻣뻣한 것도 아닙니다. 부드럽고 묵직하고 고소한, 아주 매력적인 맛의 상추입니다. 미국에서는 양배추를 닮았다고 하여 양배추 상추라고도 부른다고 합니다.
그러나 제가 버터헤드 상추를 산 이유는 이런 맛 때문이 아닙니다. 제가 이 상추를 산 이유는 오직 한 가지, 바로 뿌리가 달렸기 때문입니다. 베란다에 텃밭을 만든 이후로 저는 마트에서 파는 모든 뿌리달린 것들은 채소가 아닌 모종으로 분류합니다. 마침 할인 행사까지 한 덕에 저는 버터헤드 성체 모종을 단 돈 1900원에 득템할 수 있었습니다.
겉잎은 야무지게 뜯어서 먹었고,
속알머리만 남겨서 심었습니다.
그런데 녀석은 자신의 새 삶을 잘 받아들이지 못했습니다. 상추의 밑동이 조금씩 썩어가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식물의 몰락을 끈기있게 지켜보는, 남다른 취향을 가진 농부입니다. 마지막 한 잎이 썩어나갈 때까지 지켜볼 요량으로 물을 주고 거름을 주고 볕을 쬐주었고, 썩은 잎들은 가차없이 뜯어내어 우리집 모든 텃밭 식물의 무덤인 고추나무 화분 속으로 던졌습니다. 그리고 한 달이 지난 오늘...
짜잔! 버터헤드 상추가 무사히 새집에 안착하였습니다.
그런데, 저는 버터헤드의 동글동글한 얼굴이 좋은데 왜 새잎들은 죄다 미치광이 김박사를 연상시키는 모양으로 길쭉하게 자라난 걸까요? 맘대로 죽지도 못하게 한다고 있는 대로 신경질을 부리고 있는 걸까요? 살려주고도 괜히 욕을 먹는 기분입니다.
그러든저러든, 저는 성공적으로 버터헤드 상추를 이식한 기념으로 텃밭에 있는 다른 상추들도 함께 수확을 해 보았습니다.
왼쪽부터 버터헤드상추, 다이소 상추, 로메인 상추입니다. 아랫부분에 놓인 버터헤드의 기존 잎과 비교해보니 새로 난 잎들이 정말 남의 집 자식처럼 길쭉하게 생겼습니다. 그러고보니 우리집 상추들은 어딘지 다 길쭉한 모양입니다. 주인은 작고 동그란데, 얘네들은 왜 이러는 걸까요? 다른집에서 키워도 길쭉하게 자랄지 문득 궁금해집니다.
결론
버터헤드상추 모종, 돈주고 사지 마세요.
마트에서 뿌리달린 거 사서 밑동만 심으시면
영원히 뜯어먹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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