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교실]#5. 주술 호응 실전 문제
안녕하세요, 노파입니다.
본의 아니게 어그로를 끌어버린, 논란의 예시문을 본격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그는 생태 마을 확장을 위해 필요한 5가지 정책을 제시한다. 이에 자연과 공동체 안에서 스스로 삶의 통제권을 갖고 인간다운 삶을 살아갈 수 있는 지속 가능한 경제 시스템을 들여다본다.
자, 이것은 대체 무슨 뜻일까요? 언뜻보면 말이 되는 것도 같으나 자세히 뜯어보면 당최 분명하게 잡히는 내용이 하나도 없습니다. 무엇이 이 글의 가독성을 이토록 떨어트리는 것인지 하나하나 짚어드리겠습니다
첫번째 문장부터 확인해보겠습니다.
1) “우리 수업에서 그는 생태마을 확장을 위해 필요한 5가지 정책을 제시한다."
먼저, 서수는 풀어서 써줘야 합니다. 저렇게 쓰면 '오 가지'로 읽힙니다.
둘째, 서술어의 시제가 자연스럽지 않습니다. 문법적으로 틀린 것은 아니나 '제시하고 있다' 혹은 '제시할 예정이다'로 바꾸면 뜻이 더욱 분명하게 전달됩니다.
첨삭을 반영하면, 첫번째 문장은 이렇게 수정될 수 있습니다.
우리 수업에서 그는 생태마을 확장을 위해 필요한 다섯 가지 정책을 제시할 예정이다.
의미가 분명해졌죠? 이제 두 번째 문장으로 넘어가겠습니다. 이게 진짜 악마입니다.
2) "이에 자연과 공동체 안에서 스스로 삶의 통제권을 갖고 인간다운 삶을 살아갈 수 있는 지속 가능한 경제 시스템을 들여다본다."
이 문장의 가독성이 떨어지는 가장 큰 이유는, 글이 장황하기 때문입니다. 한 문장 안에 '공동체', '삶의 통제권', '지속 가능한 경제 시스템' 등의 개념어들을 마구 남발해 사용하고 있는데, 서로 의미적으로 호응도 되지않고 두서도 없습니다. 심지어 주어도 없습니다. 그러니 서술어는 저 멀리서 따로 놀고, 모든 단어들이 제각각 악을 쓰는 듯한 형국입니다. 당연히 읽히지도 않고 읽기도 싫습니다.
절대 장황하게 쓰시면 안 됩니다.
장황한 문장은 주술호응의 최대의 적입니다.
장황하게 쓰는 순간 우리는 주어를 어디에 두었는지 잊어버리기 때문에 주술호응이 더욱 어려워집니다. 그런데 첨삭을 하다보면 장황하게 쓴 글들을 정말 많이 발견하게 됩니다. 특히 고학력자일수록 더 그렇습니다.
왜 그럴까요?
자신이 아는 것을 다 집어넣으려고 해서 그렇습니다.
우리 예시문의 경우에도, 앞 문장에 '생태마을'이 나오니깐 '어? 나 이거 알아' 하면서 자기가 알고 있는 모든 것들, 즉 '공동체', '삶의 통제권', '지속 가능한 경제 시스템' 등을 전부 한 문장 안에 욱여넣다보니 이렇게 장황한 글이 되고 마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렇게 되면 글은 오히려 덜 지적으로 보입니다. 글쓴이가 자신이 하고자 하는 말을 제대로 알지도 못하고 있다는 인상을 심어주게 됩니다. 자연히 신뢰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문장을 쓸 땐, 핵심 키워드만을 넣어 최대한 간결하게 쓰셔야 합니다.
글의 가독성과 신뢰도를 높이고 싶다면
절대 장황하게 쓰시면 안 됩니다.
그럼 이제 우리 예시문으로 돌아가, 이 문장에서도 핵심 키워드를 한 번 찾아보겠습니다.
2) "이에 자연과 공동체 안에서 스스로 삶의 통제권을 갖고 인간다운 삶을 살아갈 수 있는 지속 가능한 경제 시스템을 들여다본다."
찾으셨나요? 이 문장의 키워드는 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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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 가능한 경제 시스템 입니다. 이 문장은 ' 지속 가능한 경제 시스템 을 들여다보자'고 우리에게 제안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핵심을 찾았으니, 혼돈의 두 번째 문장을 하나하나 수정해 보겠습니다.
'자연과 공동체 안에서'
-> '자연'과 '공동체'가 서로 호응하지 않으니 둘 중 하나는 버리는 것이 좋습니다. 경제 시스템에 관한 이야기이니 '자연'을 버리겠습니다.
'스스로 삶의 통제권을 갖고'
-> '스스로 삶의 통제권'이라는 말 자체가 의미적으로 성립하지 않습니다. '삶'이 '통제'와 결합하면 부정적인 뉘앙스를 만들어내기 때문입니다. '자신의 삶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으로 바꿔야 말하려는 의도가 제대로 전달될 것 같습니다.
==> 그러나 이렇게 고치면 뒤에서 이어지는 말들, 즉 '인간다운 삶을 살아갈 수 있는'과 호응이 되지 않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구문 전체를 버리는 것이 좋습니다.
'인간다운 삶을 살아갈 수 있는 지속 가능한 경제 시스템'
-> 앞이든(인간다운 삶을 살아갈 수 있는) 뒤든(지속 가능한) 하나만 남기시는 것이 좋습니다. 경제가 이미 하나의 체제이니, 시스템이라는 단어도 불필요합니다. 외래어이기 때문에라도 쓰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자, 이제 이 첨삭 의견을 반영하여 1차로 수정해보겠습니다.
우리 수업에서 그는 생태마을 확장을 위해 필요한 다섯 가지 정책을 제시할 예정이다. 이에 공동체 안에서 인간다운 삶을 살아갈 수 있는 지속 가능한 경제를 들여다본다.
이제 글의 윤곽이 눈에 들어옵니다. 그러나 여전히 자연스러운 문장은 아닙니다. 2차 수정을 합니다.
우리 수업에서 그는 생태마을 확장을 위해 필요한 다섯 가지 정책을 제시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공동체 안에서 인간다운 삶을 살아갈 수 있게 하는 지속 가능한 경제란 무엇인지, 함께 들여다보자.
처음보다 나아졌지만, 여전히 문장이 지저분한 느낌이 듭니다. 수식하는 말들이 지나치게 많고 수식 자체도 정확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런 경우 과감하게 수식어를 날려버리는 것이 좋습니다. 3차 수정을 합니다.
우리 수업에서 그는 생태마을 확장을 위해 필요한 다섯 가지 정책을 제시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지속 가능한 경제란 무엇인지, 함께 들여다보자.
이제야 무슨 말을 하려는지가 분명하게 보입니다. 비로소 윤문이 가능한 단계에 온 것입니다. 앞문장의 '정책'과 뒷문장의 '경제'가 의미적으로 호응이 되도록 전체 글을 4차로 수정(윤문)을 합니다.
우리 수업에서 그는 생태마을 확장을 위해 필요한 다섯 가지 정책을 제시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어떻게 지속 가능한 경제를 구축할 수 있는지, 함께 알아보도록 하자.
[원문]
"그는 생태 마을 확장을 위해 필요한 5가지 정책을 제시한다. 이에 자연과 공동체 안에서 스스로 삶의 통제권을 갖고 인간다운 삶을 살아갈 수 있는 지속 가능한 경제 시스템을 들여다본다."
어떠신가요? 차이가 느껴지시나요? 처음과 비교하면 주술관계는 물론(두번째 문장은 청유문으로 주어인 '우리'가 생략돼 있음) 앞문장과 뒷문장 사이의 의미적 호응도 일치하여 훨씬 가독성이 높아졌습니다. 무슨 말을 하려는지 분명해졌습니다. 이제야 읽히는 글이 된 것입니다. (물론 여전히 재밌는 글은 아닙니다)
고작 두 문장을 수정하기 위해 이토록 먼 길을 달려왔습니다. 여러분 모두 고생하셨습니다 :)
글을 수정한다는 것은 이렇게 뼈를 깎는 작업입니다. 생각의 구조를 바꾸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혼자서는 자신의 글의 문제점이 좀처럼 보이지 않습니다. 생각이 고정돼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작가들도 내 글을 읽어줄 사람을 늘 찾아 헤매지요..) 그러니 글쓰기 실력을 키우고 싶다면, 제가 아니더라도(ㅠ) 제대로 된 선생님께 첨삭 수업을 받는 것을 적극 추천드립니다. 분명하게 표현하는 방법뿐만 아니라 사고 자체를 논리적으로 하는 법을 배우실 수 있습니다.
내 글의 가독성을 높이고 싶다면?
1. 주어와 서술어를 호응시킨다.
2. 장황하게 쓰지 않는다.
3. 핵심 키워드를 중심으로 짧게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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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이야기가 궁금하시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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