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노파입니다.
최근에에 급격히 가까워진 친구가 있습니다. 지난 번에 말씀드린 90년생 그 젊은이입니다.
https://blog.naver.com/nopanopanopa/222949705059
물론 그이는 저를 80년대생 할매라고 생각하겠지만, 저는 그 친구가 좋아서 남몰래 친구라고 말하고 다닙니다. 그러고보니 언제 90년생이 서른세살이 된 걸까요? 서른셋, 참으로 반짝반짝한 나이입니다.
반짝반짝한 서른세 살
그러나 정작 그 친구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지 않습니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문득 자신의 나이가 너무 많은 것처럼 느껴졌고, 주변을 돌아보니 친구들은 이미 번듯한 직장에, 결혼에, 아파트에, 착착착 해나가는데, 오직 자신만이 아무것도 이뤄놓은 것 없이 나이만 서른세 개나 먹은 것 같다고 했습니다. 그 얘기를 들으니 불현듯 5년 전 제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그제야 저는 제가 왜 이 친구의 앞에 나타나게 된 것인지 알게 됐습니다. 저는 서른세 살의 저에게 해줄 얘기가 있었던 겁니다.
서른세 살의 나는...
5년 전 이맘 때, 저는 9년 간 같이 살던 남편과 이혼을 했고, 다섯평도 안 되는, 천에 50짜리 원룸으로 이사를 했으며, 방송국 계약은 때마침 종료가 된 상태였습니다. 인생의 바닥을 지나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오만한 생각이었습니다. 저는 이제 겨우 불행의 출발점을 지난 것이었습니다. 그 후로 저는 아무 소득 없이 2년 가까이 매달린 피디 공채에 끝내 실패하였고, 그 무렵 통장에 잔고는 거의 남아있지 않았습니다.
마지막으로 방송국에서 탈락했다는 메일을 받았을 때 저는, 왜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침대 시트를 찢어서 3일 동안 바느질을 하여 쿠션 커버를 만들었습니다. 그것은 70만원짜리 시트였습니다. 창밖을 보니 잎을 다 떨군 앙상한 나무들이 바들바들 떨고 있었습니다. 서른다섯살 가을이 저무는 중이었습니다. 저는 몸을 일으켜 그토록 하기 싫었던 학원 강사 자리를 알아보기 시작했습니다.
서른여덟의 나는...
지금 저는 서른여덟의 겨울을 지나고 있습니다. 서른여덟의 제게는 일이 있고, 풀들이 있고, 쿠팡이 있고, 썩었지만 집도 있습니다. 덕분에 30년간 갚아야 할 빚도 생겼습니다만.. 고구마를 키우는 법을 배웠으니 두렵지 않습니다. 내년에는 수업을 하고 극본을 쓰고 책도 낼 생각입니다. 다 미끄러져도 여차하면 쿠팡을 뛰면 되니 이 또한 무서울 것이 없습니다.
저는 이런 얘기를, 마치 5년 전 제 자신에게 얘기해주듯, 서른세살의 그 친구에게 해주었습니다. 물론 당장 힘든 시기를 지나고 있는 사람에게 이런 말들이 크게 와닿진 않겠지만, 친구의 얼굴에선 옅게나마 안도감이 비쳤습니다.
그래도 괜찮습니다
꿈도, 집도, 변변한 직장도 없이 사는 삼십대 여러분들, 그래도 정말 괜찮습니다. 두손 놓고 누워만 있지 않는다면, 뭐라도 사부작사부작 하고 있다면, 결국엔 그럭저럭 살아집니다. 사실 너무 구질구질해서 차마 말하지 않았습니다만, 저는 그 후로도 주식으로 망하고, 교통사고로 죽을 뻔도 하고, 목이라도 매단 줄 알고 119에서 시체 처리반이 집에 오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이렇게, 삶의 아름다움을 쓰며 제멋대로 그럭저럭 살고 있지 않습니까? 여러분은 훨씬 잘 살고 있는 겁니다. 그러니 정말 괜찮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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