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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OPA Jun 30. 2024

매운맛 경주 여행 4. 경주여행 10만원에 가능할까?


안녕하세요, 노파입니다.


산 타고 책방 가고 상남자 녹용 팩 던진 이야기만 해서 그곳이 경주가 맞나, 혹은 그곳이 경주여야 할 필요가 있나, 하는 생각이 든 분도 계실 겁니다. 그러나 이곳은 반드시 경주여야 했습니다. 왜냐하면 저는 정말 많은 것을 보았기 때문입니다.


# 1일 차

숙소에 짐을 부리자마자 1)보문단지로 가서 나베를 한 뚝배기 들이키고 보문호 주변을 걸었습니다. 좋았습니다.


그런 다음 2)동궁원으로 향했습니다. 이곳 식물원은 높이 7m의 폭포도 설치할 만큼 규모도 크고 식물 종류도 굉장히 다양합니다. 저는 유독 나무를 좋아하는데, 아바타에서 나비족들이 손잡고 흐느적거릴 법한 거대한 나무도 여럿 있어서 이곳에서의 시간이 무척 황홀했습니다.


식물원을 나오면 조화롭지 않은 녹색의 구조물이 하나 보일 텐데, 그것을 흉물이라고 오해하시면 안 됩니다. 무려 ‘2014년 아름다운 화장실 대회’에서 대통령상을 받은 화장실입니다. 난생설화를 모티브로 하여 만든 화장실이라고 하는데, 그 알은 아마 개구리의 알일 것 같습니다. 이런 부조화와 몰이해가 또 여행의 묘미이지요.

동궁원에서 나온 저는 다시 3)황룡사역사문화관으로 향했습니다. 1층에는 황룡사를 10분의 1크기로 재현한 근사한 목탑이 서 있고, 2층에는 거대한 부처님 두상이 전시돼 있습니다. 사진에서 보이는 검은색의 부분이 실제 황룡사 터에서 발굴된 불상의 두피 조각인데, 이것으로 전체 불상의 크기를 유추하여 복원했다고 합니다.

 

저는 신라인들의 사이즈 감각에 놀라고, 현대 경주인들 미감에 놀랐습니다. 머리만 이렇게 뚝 잘라 전시하는 것은, 보통 적군의 장수한테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아마도 신라인의 후손이 아니면 이해할 수 없는 천년 고도의 미학이 작용한 것 같습니다.


문화관을 나와 이번엔 4)경주계림으로 발을 옮겨 첨성대를 보았고, 오색 찬란한 무덤도 보았고, 발길을 더 재촉해 5)경주대릉원에 있는 6)천마총도 가보았습니다. 그곳엔 금관과 천마도가 있었습니다. 첫날 여행이 이렇게 마무리되었습니다.


# 2일 차

둘째 날은 골목식당에서 돼지찌개를 먹고 7)불국사로 향했습니다. 난생처음으로 다보탑과 석가탑의 실물을 보았고, 감격스러운 마음에 대웅전에서 명상을 좀 했다가 입구에 계신 보살님께 잡혀 시주도 하였습니다. 그러나 원래 교회 가면 헌금 내고 절에 가면 시주하고 책방 가면 책사고 그런 겁니다.

불국사에서 나온 저는 차도에서 기적의 경주 천사를 만나 8)석굴암까지 편안하게 가서 불상 구경도 하고 9)토함산 정상도 찍은 다음 지옥의 10)탑골길로 험하게 내려왔습니다. 그리고 11)누군가의 책방으로 달려가 아니 에르노의 <사진의 용도>를 구매한 후 다시 시내로 돌아와 소유라멘으로 뜨끈하게 위장을 달랜 후 12)동궁과 월지(안압지)로 가서 화려한 야경을 구경했습니다. 경주대릉원의 돌담길을 따라 숙소로 돌아오는 것으로 둘째날 여행이 마무리되었습니다.


# 3일 차

셋째 날은 호스텔에서 조식을 든든히 챙겨 먹고(계란 3개 먹음) 배낭을 들쳐메고 나와 13)금관총14)봉황대를 구경한 후 경주원조콩국 집에서 달콤한 콩국으로 속을 채웠습니다. 그런 다음 15)삼릉숲16)포석정을 차례로 들러 산을 밟고 신라인의 술판을 구경한 후 맞은편 한옥 카페로 가서 생강 라떼를 마시는 것으로 2박 3일 경주 여행의 대단원의 막을 내렸습니다.



# 평가

가장 좋았던 곳은 비 오는 삼릉숲이었고, 가장 맛있었던 것은 경주 콩국이었으며, 가장 웃겼던 것은 돼지찌개집의 녹용 팩이었고, 가장 지옥 같던 순간은 토함산 탑골길을 내려올 때였습니다.


# 경주 여행, 10만 원에 가능할까?

정산하면, 교통은 고속버스와 무궁화호 기차를 이용해 5만 원 남짓, 숙소는 야놀자 할인받아 호스텔 2박에 4만 원, 관광지 입장료는 경북투어패스로 전부 8천 원, 불국사에서 보시 만 원, 책방에서 책값 만4천 원, 식사는 하루 두 끼씩 해서 5만2천 원.


다 합치면 총 178,400원의 경비가 들었습니다. 그러나 2박 3일 여행이므로 1박씩 쪼개기를 해서 10만 원 여행에 성공한 거로 칩니다. 왈라!


경비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교통과 숙박이므로, 이동의 느림과 숙박의 불편함을 개의치 않는다면 국내 여행은 그다지 큰돈이 들지 않습니다. 어차피 숙소에선 잠만 잘 것이므로 깨끗한 호스텔을 고르고, ktx 대신 고속버스나 무궁화호를 타면 차비가 절반까지도 줍니다.


어차피 집에 일찍 가서 할 일도 없으니 시공간을 선물 받았다고 생각하고 무궁화호에서 초콜릿을 먹으며 책도 보고 잠도 자면 됩니다.

멋진 여행이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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