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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OPA Oct 03. 2024

보성여행 별책부록 : 남도인에 대한 고찰

[여자 혼자 하는 여행] 남도 여자와 남도 남자


* 남도 남자에 관한 인류학적 고찰

보성터미널 맛집

천봉산에 들어가기 전, 전날 녹차 밭에서 먹은 기름에 전 김치볶음밥을 중화시키기 위해 터미널 근처 국밥집을 찾아갔습니다. 이른 아침이었는데도 식당에는 이미 중년 남자 셋이서 소주 두 병에 각자의 국밥을 들이켜는 중이었습니다. 


경주와 제천 여행을 하며 깨달은 바로는, 그 지역 문화의 엑기스를 알고 싶다면 이른 아침에 국밥집을 찾아가면 된다는 겁니다.


사실 저의 부친께서도 남도 사람인지라 이곳 지역민들의 특색을 모르는 바는 아니나, 그는 이미 40년이나 서울 물이 들었으므로 문화적으로 오염된 표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에 반해 제 맞은편에 앉아 왁자하게 국밥을 들이켜는 저이는 순도 백 퍼센트의 남도인들입니다. 귀한 기회이므로 저는 무심하게 밥을 먹는 척하며 부지런히 그들을 관찰했습니다.


* 냉탕과 온탕


관찰 결과, 전라남도 중년 남성의 가장 큰 문화적 특성은 화려한 상욕 구사에 있음을 알게 됐습니다. 그들은 ‘시발’을 아주 가볍고 경쾌한 일상어처럼 사용합니다. 


그러나 셋 중 누군가 쪼잔한 짓을 한 과거를 고백하자 ‘시발’의 뉘앙스가 사뭇 달라졌습니다. 


우리 집 남도인을 통해 익히 알고 있는 사실 하나는, 남도 남자들 사이에서 쪼잔한 짓, 추접스러운 짓은 대역죄에 해당한다는 겁니다. 거의 인간 실격으로 여겨질 정도입니다. 남도 남자들의 삶의 의미는 많은 경우, ‘허세’에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쪼잔한 짓을 한 아우의 얘기를 듣자마자 형님은 즉시 사자후를 토했습니다. 

“워매 씨발 추접한 거! 이 씨발로마!!“ 


그러더니 소주를 한잔 시원하게 들이키곤 다시 말을 이었습니다. 

”어이, 동생! 대체 왜 그러는가.” 


냉탕과 온탕을 오가는 충격적인 어휘 사용에 저는 머리가 어지러웠으나, 남도인에게 시발롬은‘이봐, 자네”의 의미 정도만 갖는 듯했습니다. 그렇게 살벌하게 욕지거리를 하고 고함을 지르는데도 식당 분위기는 전혀 위협적으로 변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식당에서 일하시는 어머니들은 하던 수다를 계속 이어갔고, 그중 한 분은 제게 다가와서는 “금방 물 끓여서 드릴랑께 쪼까 기다리소이~” 하며 다정하게 눈웃음을 지어주셨습니다. 아마도 도시 촌것이 놀랬을까 봐 달래주려고 말을 건네신 듯합니다. 

왜 수퍼에 세탁기가 있는지 궁금했던..


*친절한 남도 여인과 두 명의 남도 남자

참고로 보성에서 만난 여자들은 하나같이 다, 곰살맞고 친절했습니다.

반면 남자들은 두 명 빼곤 다 무뚝뚝했는데, 두 명 중 한 명은 대원사 주지 스님이셨고, 다른 한 명은 마을버스 운전기사였습니다. 


그러나 열아홉에 출가하여 60년 가까이 절 생활을 한 주지 스님은 이미 성별을 초월한 존재이므로 친절한 남자라고 하기에는 적절치 않고, 친절한 남도 남자는 너무 말이 많았기에 차라리 무심하고 불친절한 기사님이 그리워졌습니다. 


버스에 오르자마자 무슨 일로 대원사에 왔는지, 어디서 왔는지, 여자 혼자 여행하는 것을 아버지가 허락해주셨는지, 왜 혼자 사는 건지, 그럼 결혼은 안 한 건지, 나이는 몇 살인지, 마치 생선 살 발라 먹듯 살뜰하게 물어봤기 때문입니다. 


“워매 시벌롬, 집구석 숟가락 갯수꺼정 물어불겄네”

이렇게 사용하는 게 맞습니까, 남도인들이시여?


보성에서 경험한 바로는 전라남도는 다정한 여자들과 거칠고 무뚝뚝한 남자들이 많은, 그리고 간간이 수다쟁이 허세남들이 뒤섞인, 굉장히 흥미로운 곳이었습니다. 


인상적인 숙박업소들 : 백악관 모텔과 안광여인숙


***

지난 이야기가 궁금하시면 ▼▼▼

https://blog.naver.com/nopanopanopa/2236019804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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