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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OPA Nov 05. 2024

어휘 공부는 <고수의 어휘 사용법>으로!

글쓰기의 대가이자 기부왕 김선영 작가의 어휘 책

다양하고 정확한 어휘로 표현의 폭을 넓히고 싶은 분들을 위한 좋은 책을 한 권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김선영 작가님의 <고수의 어휘 사용법>입니다.

저는 국어사전 없이는 글을 거의 쓰지 못하는 사람입니다. 러시아 어문학과를 전공하는 바람에, 그 후엔 무슨 바람이 불어 미국에서 공부하는 바람에, 러시아어와 영어와 씨름하며 20대를 보내느라 우리말 어휘가 많이 약합니다.


실은 러시아어와 영어도 못 합니다. 결과적으로 세 나라말 모두 잘 못 합니다. 그래서 어휘 공부를 좀 하고 싶었는데, 마침 딱 필요한 책이 나와서 즐겁게 읽었고 굉장히 도움도 많이 받았습니다.


*


먼저, 작가님이 자신의 명성에 기대지 않고 정말 고생해서 쓴 책이라는 걸 목차에서부터 알 수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김선영 작가님은 글쓰기 쪽에서는 이미 호가 난, 이 분야의 대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대목에서 작가님은 필시 제가 자신을 농락한다고 말하겠으나, 책을 읽는 내내 역시 전설의 10쇄 작가는 다르다고 느꼈으니 어쩔 수 없습니다. 참으십쇼.


뭐가 다르냐면, 구성부터 다릅니다. 원래 이런 정보 전달책은 처음부터 쭉 읽는 것보다 목차를 보고 가장 읽고 싶은 부분부터 골라 읽는 것이 학습 효과가 높은데, ‘어휘’라 주제를 가지고 이렇게 쓰기, 말하기, 읽기, 그리고 단어 학습법까지, 체계적으로 구성하기란 좀처럼 쉽지 않습니다.


거기다 작가님의 화법은 굉장히 친근합니다. 딱딱하지도, 젠체하는 것도 없이 유쾌하고 친근하게 말을 거는 식으로 구체적인 방법들을 말해주니 공부가 쉽다는 느낌이 듭니다. 또 적재적소에 예문과 퀴즈가 있어서 바로 이해한 내용을 점검해볼 수 있습니다. 책 쓰시느라 무척 고생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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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를 보고 제가 제일 먼저 찍은 것은 <내가 말하면 왜 없어 보일까>입니다.


저는 글에서 보는 것과는 달리, 실제로 말을 나눠보면 굉장히 저렴한 인상을 주는 사람입니다. 거칠고 조악한 언어 사용 때문입니다. 영혼은 따뜻한 편인데 하드웨어가 투박하기 짝이 없습니다.


본론으로 들어가기 전에 어휘력 종합테스트라는 게 있어서 해보았습니다. 쓰기 부문에서 아슬아슬하게 백 점을 맞아 무척 기분이 좋았습니다.

참고로 ‘맞히는’ 건 정답이고, ‘맞추는’ 건 화투짝입니다.


그러나 뒤에 있는 외래어 테스트는 왕창 틀렸습니다. 부탄가스도 아니고 돈가스라니…. 그렇다면 쉬림프와 슈림프 중엔 뭐가 맞는 말일까요? 정답은 책에서 확인하는 것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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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재밌게 읽은 장은 <개성 넘치는 사투리 수집하기>입니다.


언젠가 잘못 걸려온 전화를 받은 일이 있는데, 진득한 경상도 사투리를 쓰던 상대방은 전화를 끊으면서 “미안합니데이”라고 말했습니다.


저는 그 말이 너무 생소하여 친구한테 “어떻게 ‘~다’가 ‘~데이’가 될 수 있느냐고, 심지어 글자수도 하나 더 많지 않냐고. ‘데이 바이 데이’도 아니고 “미안합니데이”가 뭐냐고 했다가 욕을 먹었습니다. 친구의 고향이 경상도였기 때문입니다.


친구는 오히려 제 서울말이 사투리같다며 왜 가짜를 “까짜”라고 발음하냐고 트집을 잡았습니다. 자장면을 “짜장면”이라고 하듯, 가짜는 원래 “까짜”라고 말하는 거 아녔습니까?


그나저나 고양이를 “애옹구”라고 부르는 지역 어딥니까? 훌륭합니다. 너무나 귀엽습니다.


*

시중에 나와 있는 많은 어휘 책들이 자기만의 강점을 지니고 있겠지만, 그래도 기왕 어휘 공부를 하시려는 분들은 <고수의 어휘 사용법>을 보시면 좋겠습니다. 내용도 내용이지만, 이 책은 좋은 사람이 쓴 책이기 때문입니다.


선영 작가님은 <어른의 문해력>이 10쇄를 찍었을 때, 인세 전액을 기부한 사람입니다. 심지어 10쇄가 생각보다 빨리 안 나가서 사비를 얹어 인세 액수를 맞추고 남편의 돈까지 끌어다가 라오스에 도서관을 짓는데 전부 기부했다고 합니다.


이게 말이 쉽지, 생각해보면 보통 일이 아닙니다. 1쇄 인세로 작가가 받을 수 있는 돈은, 대략 300만 원 선입니다. 10쇄가 나갔다고 해봤자 작가에게 떨어지는 돈은 신입사원 연봉 정도밖에 되지 않는데, 그중 한 달 월급보다 큰돈을 전부 기부한다는 것은 보통 마음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그런 엄청난 일을 저질러 놓고 제대로 홍보도 하지 않기에 제가 대신 떠벌리는 중입니다.


좋은 마음을 가진 작가가 일곱 권 책을 낸 저력으로 정성껏 쓴 책이니, 내용이 좋을 수밖에 없습니다.

어휘는 <고수의 어휘 사용법> 한 권이면 충분할 것 같습니다.

그렇습니다. 어휘뿐만 아니라 글씨도 조악합니다.

***

지난 이야기가 궁금하시면 ▼▼▼

https://blog.naver.com/nopanopanopa/22364379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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