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천재로 추앙받는 작가의 책과 일본인에 대한 깨달음

[노파서평] 이마무라 쇼고의 <새왕의 방패>

by NOPA




작가가 하도 특이해서 찾아본 책이다.

이마무라 쇼고. 미시마 유키오 이후 일본에 내려진 천재로 여겨지는 작가다.


왜냐하면 4일 만에 탈고한 첫 소설로 ‘규슈 사가 대중문학상’에 응모했더니 대상을 탔고, 이후에 쓰는 소설마다 문학상을 휩쓸고는 글을 쓴지 고작 4년 만에 일본 최고 대중문학상인 나오키상을 탔기 때문이다.


전업 작가가 된 후에는 잡지와 일간지에 무려 8편의 소설을 동시 연재하는, 믿을 수 없는 전설을 쓴 사람이기도 하다.


*


다행히 그는 미시마 유키오 류의 천재는 아니다. 읽을수록 불쾌해지는 천상 먹물, 미시마 유키오(도쿄대 법대 출신 고등문관시험 합격자)와 달리 그의 소설은 살아있는 사람들의 목소리로 생동한다.


성벽 축조라는 듣도 보도 못한 소재와 단순명료하고 속도감 있는 문장, 그러나 결코 단순하지 않은 역사와 인간사에 대한 식견까지, 굉장히 흥미롭고 생기로 가득 찬 소설이다.


다만 그 놀라운 이야기를 7백 페이지에 걸쳐 쓴다는 게 유일한 단점이긴 하다.


*


작가의 이력도 먹물과는 거리가 멀다. 그는 20대 내내 ‘춤 선생’으로 살았고, 서른이 되어 첫 소설을 쓰면서부터는 문화재 조사원으로 일했다.


역사 소설을 쓰기 위한 선택이었다고 했는데, 알고 보니 작가 자신이 지독한 역사 소설 덕후였다.


“글을 쓰기 전부터 막연한 자신감은 있었다. 한데 실제로 써보니 정말 써지더라. 그 이유는 쉽게 설명할 수 있다. 책을 많이 읽었기 때문이다. 시대소설이라면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을 만큼 읽었다.”


이 대목에서 다독가들은 빈정이 좀 상했겠는데, 책을 아무리 많이 읽는다고 해서 누구나 이상문학상을 수상할 정도의 글을 하루아침에 써내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이마무라 쇼고를 천재라 하는 것인데, 빈정 상하는 저 언급을 제외하곤 무척 흥미롭고 매력이 넘치는 사람이다.


내가 이마무라 쇼고에 대해 알게 된 것도 작가 혼자 북치고 장구치며 계획한 <이마무라 쇼고의 축제여행> 때문이었다.


*

지난해 여름, 작가는 중고 봉고차를 한 대 구입하여 그 안에서 먹고 생활하며 무려 119일 동안 전국의 3백 군데 서점을 찾아다니며 작은 이벤트들을 벌였다.


그리고 서점 관계자들과 독자들의 응원 메시지로 새카매진 차는 <새왕의 방패>의 무대인 오쓰시에 기증했다.


그 비용이 총 9천만 원 정도 들었는데, 전부 작가의 개인 돈으로 지출했다고 한다.


그렇게 무리해서 전국 서점을 둘러본 이유를 물으니, 자신이 나오키 상을 받을 수 있었던 이유가 서점에서 <새왕의 방패>를 팔아줬기 때문이라고 생각하여 고마움을 표하고 싶었다고.


*

<새왕의 방패>는 흥미로운 작가가 쓴 정말 흥미로운 소설이다. 돌과 전쟁과 일본인에 대해, 그 모순적이고 이상한 사람들에 대해, 정말 이상한 사람들이야, 하면서 계속 읽게 될 것이다.

ps.

이 책을 읽고 나서야 섬나라의 그 작고 왜소한 사람들이 왜 그렇게 호전적이고 잔인한지에 대해 알게 됐는데, 막부시대부터 수백 년 동안 자기들끼리 찌르고 썰고 부수고 침략하고 난리를 피워온 탓이다.


알고 보니 북한은 저리 가라 할 정도의 쌈박질로 단련된 민족이었고, 그 전란에서 살아남기 위해 충성과 간교, 두 가지 성격적 특성을 동시에 발전시켰는데, 그래서 자살하거나 납작 엎드리거나, 양극단의 결론으로 치닫는 일이 많았다.


일본인이 그렇게 좋다던 윤씨는 충성도 간교도 아니고, 그냥 낯부끄러운 포악함을 택한 듯하다. 그래서는 일본인의 사랑을 받기 어려운데... 왜냐하면 그들은 명예를 지키기 위해 배를 가르는 사람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

지난 이야기가 궁금하시면 ▼▼▼

https://blog.naver.com/nopanopanopa/223716356070

#노파의글쓰기 #어느날글쓰기가쉬워졌다 #글쓰기 #글잘쓰는법 #노파 #김수지작가 #에세이 #문해력 #어휘력 #북스타그램 #책리뷰 #서평 #감성글 #새왕의방패 #이마무라쇼고 #나오키상 #일본인 #할복 #윤석열탄핵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노파서평] 검치호의 송곳니로 죽이고 싶은, 인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