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이버 친구들, 눈오는 날 노고단 어떻게 생겼는지 한 번도 본 적 없지요?
이것이 바로 전세계에서 유일무이하다는 25년 3월 4일자 노고단 영상입니다.
3월 5일자 영상은 두 개 있을 겁니다(오늘 하산하는 길에 올라오는 사람 두 명 봤음) 그러나 3월4일 6시30분 영상은 오직 이것뿐!
나 이거 찍느라 얼굴에 얼음 표창 천 개 맞았습니다. 3월 노고단에는 눈이 아니라 얼음조각이 사정없이 얼굴을 후려갈기기 때문입니다.
정말 어디 찢어진 게 아닌지 얼굴을 한 번 쓸어서 피가 묻어나나 확인할 정도로 바람이 셉니다. 너무 세서 섬진강 쪽은 사진을 거의 못 찍었습니다, 너무너무 살고 싶어져서.
사실 이곳에 올라오는 동안은 정말 죽고 싶었습니다. 노고단에서 일출을 보려면 새카만 숲길을 오직 랜턴 빛에 의지해 50분을 올라가야 하는데, 그게 보통 일이 아닙니다.
이토록 완전한 암흑 속으로 들어갈 때는 첫 걸음을 떼자마자 공포가 심연에서부터 기어올라오는 기분이라 너무 무서워서 딱 죽고만 싶어집니다.
그런데 막상 올라가면 또 강풍때문에 혹시 죽을까봐 엄청나게 몸을 사리게 됩니다.
죽고싶은 마음과 살고 싶은 욕구를 최대치로 담금질하여 찍은 귀한 영상이니 눈여겨 봐주시기 바랍니다.
ps.
이렇게 위험하고 아름다운 시공간에 있으면 생과 사가 너무 가깝게 붙어 있는 것 같아 기분이 정말 오묘해집니다. 뭔가 요단 강변에 온 것 같달까.
강변에 온 김에 돌아가신 외할머니의 명복도 빌어드리고 이화배 선생님(@dosomethingutiger )어머니 명복도 빌어드리고 혼자 살풀이를 하다가 내려왔습니다. 화엄사에서부터 명복 파티했으니 두 분은 이제 좋은 곳에 안 가실 수가 없을 겁니다.
이번 지리산 여행 한 줄 정리.
죽겠다, 죽을 뻔했다, 죽겠다, 진짜 죽을 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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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이야기가 궁금하시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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