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세월호 합동 분향소에 한 엄마가 적은 편지.
벌써 수년째 보는 건데도 볼 때마다 처음 보는 것처럼 운다.
#2.
한 학생이 세월호 타기 전날 올린 글.
제발 새 글로 갱신해 달라고, 댓글이라도 달아달라고 다음날부터 속상한 마음들이 주루룩 달렸지만 글은 11년째 갱신되지 않고 있다.
참 이상했다. 우리는 서른이 되고 마흔이 되고 누구는 아이를 낳고 누구는 글을 쓰는데, 너는 여전히 고등학생이고 나는 11년째 변하지 않는 이 글을 보고 있는 게.
*
아이 잃고 단식하는 아빠 옆에서 치킨 먹고 피자 먹던 것들도 11년씩 더 늙었겠다.
너희도 이젠 마흔 줄에 접어들었겠다.
어때? 그날 먹은 피자가 여전히 맛있어?
너희가 그날 먹은 건 뭐였을까.
내가 믿는 종교에서는 짐승 같은 마음으로 사는 사람은 짐승으로 태어난다고 한다.
돼지 같은 마음을 지닌 너는 돼지로 태어나 분변이 가득한 곳에 항생제 사료만 먹으며 갇혀 지내다가 어느 날 목이 잘리고 살이 썰려 피자 위로 올라올지 모르겠다.
아니면 닭장 속 닭으로 태어나 제 변의 산성에 발이 데어 앉을 수도, 설 수도 없는 상태로 살다가 역시 목이 잘리고 토막이 나서 치킨이 될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그날 너희가 먹은 것은 미래의 자신일 수 있겠다.
어때? 맛있었어?
*
한 번 축생으로 떨어지면 좀처럼 인간으로 다시 태어나기 어렵다고 하니 너희는 그 생을 무한히 반복하겠지.
그러면 나는 닭과 돼지의 복지를 증진시켜 달라고, 인터넷에 댓글을 한 마디씩 남길 것이다.
달걀은 꼭 1번 사육장에서 나온 걸로만 먹을 것이다.
그걸로 김밥을 말아서 먹고 힘내라며 슬픔에 빠진 사람들한테 한 줄씩 드릴 것이다.
그제야 너희는 쓸모 있는 존재가 되는 것이다.
그러니 죽을 때까지 반성도 회개도 하지 말고 그날 먹은 피자와 치킨, 참 맛있었다며 계속 입맛을 다시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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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이야기가 궁금하시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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