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파에세이] 해남 10일 차

땅끝마을 최고의 관광

by NOPA


20250514 해남 10일 차.

1.jpg?type=w1
2.jpg?type=w1


#1.

땅끝마을 최고의 관광 코스


땅끝마을에서 열흘을 지내며 나의 루틴이 된 최고의 관광 코스는, 모노레일을 타고(편도 4,500원) 전망대 9층에 올라가서 발아래 펼쳐진 다도해를 구경한 후 땅끝탑까지 걸어 내려가는 코스.


참고로 땅끝탑을 밟아야 반도의 최남단을 밟은 것이다.

15.jpg?type=w1


단, 내려가는 계단이 가파르므로 무릎 안 좋은 분들은 모노레일 왕복으로 끊어서 그냥 아래서 해안 길을 따라 땅끝탑으로 들어가시면 된다.


참고로 해안 길은 내가 뽑은 우리나라 산책로 1위 길. 정말 예쁘다.

12.jpg?type=w1


#2.

전망대에서 땅끝탑으로 내려갈 때 탑 끄트머리가 보일 즈음 옆으로 새는 길이 하나 나온다. 거기로 가면 연리지를 볼 수 있는데, 굉장히 비리비리하다.

7.jpg?type=w1
8.jpg?type=w1


왼쪽 나뭇가지가 오른쪽 나무뿌리에 가 붙은 형태인데, 아무리 봐도 왼쪽 녀석이 오른쪽 녀석을 추행하는 것 같으나 이것은 순전히 내 불순한 사상 탓이므로 그냥 사랑의 연리지로 봐주면 되겠다.


연리지를 지나서도 길은 한동안 이어지는데, 가파르지 않은 흙길과 나무 데크 길을 파도 소리를 들으며 걸을 수 있어 매번 이게 무슨 호사인가 싶다.


잠시 뒤를 돌아 내가 걸어온 길을 돌아보면 숨이 멎는다. 해남은 정말로 아름다운 곳이다.

10.jpg?type=w1


흙길이 끝나고 시멘트 길이 나타나면서 산책로는 끝. 이 시멘트 길을 따라 40분 정도 더 올라가면 송호 해변에 닿을 수 있으나 길이 좋지 않다. 그래서 나는 늘 여기서 되돌아간다.


11-1.jpg?type=w1
12-4.jpg?type=w1


#3.

그런데 이 아름다운 길이 정말 인적이 드물다. 열흘 동안 여덟 번을 오갔는데, 사람과 마주친 게 딱 세 번 뿐이다.


두 번은 60대 아저씨들로 이뤄진 무리였고, 한 번은 시설관리인 복장과 민방위 군복을 입은 젊은 남자들 무리.


젊은 남자들은 내가 경계하는 걸 먼저 알고 눈도 안 마주치고 빠르게 스쳐 갔다.


아저씨들은 다르다. 엥? 으잉? 으로 시작하여, 어디서 오셨소, 왜 혼자 다니쇼 등 귀에서 피가 나도록 잔소리를 해댄다.


그러나 모두 선량한 사람들이었다. 운이 좋았다.

KakaoTalk_20250514_200733538_22.jpg?type=w1


#4.

오늘 마주친 경상도 아저씨들은 왜 일행이랑 같이 안 오고 혼자 다니느냐고 하도 잔소리를 해서 핥핥핥 웃으며 파워워킹으로 지나갔다.


다들 내가 혼자 다니는 줄 아는데. 아무렴, 나처럼 겁 많은 사람이 이 인적 드문 산길을 혼자 다닐라고.


사실 나는 한 번도 혼자 길을 떠난 적이 없다. 내 모든 여행은 언제나 미스터 구텐탁과 함께였다.


젠틀하게 날을 세우고 있는 구텐탁 씨는 10년째 내 주머니 안쪽을 지키고 있는 독일제 주머니 칼이다.


하도 오래 만지작거려 이젠 내 신체의 일부나 다름없는 차가운 독일 남자 미스터 구텐탁.

KakaoTalk_20250514_200733538_10.jpg?type=w1


그는 나의 두려움을 먹고 자란다. 내가 겁에 질릴수록 그의 분노는 커지고, 분노한 구텐탁 씨 적의 눈알을 노린다.


그는 용맹한 수탉처럼 날아올라 적의 눈알을 콕콕 쪼아 누구도 나를 쫓아올 수 없게 만든다.


적은 시야를 잃고 나는 도망치고. 그것이 미스터 구텐탁과 나의 계획이다.


부디 구텐탁씨가 영원히 주머니를 나올 일이 없기를. 그러나 나와야 한다면 히틀러처럼 악랄하게 할 일을 해주기를.


그래요, 산길 혼자 다니는 여자들은 대부분 주머니에 칼 한 자루씩은 넣어 다닙니다. 샷건을 메고 다닐 순 없으니까요.


그러니 좋게좋게 지나갑시다.

KakaoTalk_20250514_200733538_06.jpg?type=w1

#

오늘의 바다.

애국가 나오는 비주얼.


#

오늘의 식사.

정은 없지만 손맛 좋은 연인을 잊지 못하여 다시 찾아간 매생이전복집.


그대는 오늘도 쌀쌀맞았지만 나는 조만간 또 찾아오겠지. 이것이 손맛의 힘.


저녁은 육개장. 이 동넨 기본적으로 다 맛있다.

KakaoTalk_20250514_200733538_23.jpg?type=w1
KakaoTalk_20250514_200733538_25.jpg?type=w1


**

가계부 10일 차

숙박 55,000

매생이전복 15,000

군고구마 5,000

생강라떼 5,500

육개장 10,000


***

운동 10일 차

다리 들어 올리기 216번

스쿼트 100번

걷기 11,000보

KakaoTalk_20250514_200733538_24.jpg?type=w1


***

지난 이야기가 궁금하시면 ▼▼▼

https://blog.naver.com/nopanopanopa/223864582444

#노파의글쓰기 #어느날글쓰기가쉬워졌다 #글쓰기 #글잘쓰는법 #노파 #김수지작가 #에세이 #문해력 #어휘력 #북스타그램 #책리뷰 #서평 #감성글 #해남여행 #여자혼자여행 #땅끝마을 #한달살기 #남도한달살기 #해남한달살기 #땅끝마을관광 #관광코스 #땅끝탑 #땅끝모노레일 #산책길 #해안산책길 #미스터구텐탁




keyword
작가의 이전글[노파에세이] 한국의 상류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