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설악산 쉬운 코스, 등산 준비물 총 정리

[노파 산행: 설악산 #4] 백담사 봉정암 코스

by NOPA
산행 날짜 : 2/11~2/12
날씨 : 체감 영하 10도,
눈은 무릎 정도로 쌓임
코스 : 백담사-봉정암(1박)
| 소청-대청-한계령


#1. 겨울 설악산 등산의 자격

먼저 제 소개.

저는 등산 초보자입니다. 10년 전에 처음으로 북한산 깔짝거리다가 백운대 몇 번 올랐고, 한동안 안 다니다가 작년 3월에 지리산 다녀오면서 몇 번 더 다니는 중입니다.


작년 한 해 지리산 화엄사-노고단, 북한산 백운대, 북한산 의상능선, 속리산 문장대, 해남 달마산, 두륜산, 흑석산을 다녀왔습니다.


여전히 초보고, 체력 안 좋고, 장비는 대충 인터넷에서 최저가로 사거나 다이소에서 장만합니다. 주먹구구식으로 다닙니다. 옛날 사람들은 다 짚신 신고 다녔으니 괜찮지 않을까 했는데, 정말 괜찮았습니다.


그리고 작년 가을, 가장 힘들었던 북한산 의상 능선을 다녀온 후로 이제 갈 때가 되었다, 하며 이번에 눈 쌓인 설악산을 도전하게 됐습니다.


등산 경험을 왜 이리 구구절절 말하냐면, 체력 나쁘다고 해서 설악산에 못 갈 것은 없지만, 겨울이라면, 혼자 간다면, 반드시 1박2일 가장 쉬운 코스로 잡으시고, 산을 오른 경험이 없다면 다시 생각하라고 말리기 위해서 입니다.


제가 비록 체력 나쁜 마흔한 살의 아줌마이긴 하나, 매일 스쿼트 2백 개, 복근운동 160회, 평균 7천보 이상 걷습니다. 술 담배도 안 합니다. 그런데도 이건 아니다 싶은 산행이었습니다.


그러니 얼렁뚱땅 가려거든 부디 목숨을 아끼셔서 봄에 도전하시고, 북한산 의상 능선을 갔더니 다른 산도 가보고 싶어졌다, 했을 때 도전하는 걸로!

(안 그럼 실족사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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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겨울 설악산 필수 준비물

- 최소 세끼 식량 : 전투식량, 빵, 초콜릿, 사과, 당근 등등 + 물 최소 1리터


- 고어텍스 등산화 : 눈길 열 시간 넘게 걸어야 함. 양말 젖으면 동상 걸림.(내가 이거 때문에 이번에 그 고생을 한 것임. 고어라고 해서 샀는데, 봉정암에 가보니 양말이 속까지 젖어 있었음. 해발 1500미터에서 속았다는 것을 알았을 땐 이미 늦은 것임. 운이 좋아 동상을 면했으나 운이 나쁘면 발가락을 잘라야 함)


- 등산 머플러 2개 (혹은 바라클라바) : 하나는 목에 감싸고 하나는 이마에 뒤집어 써서 눈만 내놓고 다녀야 함.

KakaoTalk_20260215_223438032.jpg?type=w1 요런 느낌


특히 대청 주변에서는 바람이 피부를 찢는 게 아니라 얼굴 가죽을 뜯어내는 수준으로 붊. 콧물이 강처럼 흐르고 볼은 이미 좀 찢어진 느낌임.


본인은 운 좋게 얇은 머플러까지 챙겨가서 그걸로 콧물 받이 할 수 있었음(저 까만거 안에 스포츠 머플러 얇은 거 또 하고 있음). 더러워도 어쩔 수 없음. 고도가 1700미터를 넘어가면 피부가 너무 아파서 코 닦아대는 것에도 한계가 있음. (바라클라바는 부분적으로 벗었다 썼다 할 수 없어서 낮은 고도에서는 불편함)


- 등산 스틱 한 쌍


- 등산 장갑 + 두꺼운 장갑 : 대청 주변에 가면 바깥에 내놓을 수 있는 건 눈알 두 쪽밖에 없음. 얇은 등산장갑만 끼면 손가락 떨어져 나감.


- 헤드 랜턴 : 새벽에 출발할 때 이거 없으면 한 발자국도 내딛을 수 없음.


- 아이젠 + 스패츠 : 이거 없으면 겨울에 설산 못 올라감. 혹시 올라갔다면 내려올 때 미끄러져 죽을 것임(스패츠는 등산 바지가 눈에 젖지말라고 위에 씌우는 방수 원단인데, 보드 바지 입으면 필요 없음.) 


- 등산 양말 여벌 : 속옷은 안 챙겨도 양말은 꼭 챙겨야 함.


- 1회용 샤워 타월 : 설악산에선 비누나 세제 못 씀. 지리산은 치약도 못 씀. 샤워뿐만 아니라 똥 닦을 때 요긴함. 이건 할 얘기가 많음. 인간이 똥을 싸는 존잰데 비누를 못 쓰게 하다니. 비누칠을 안 한 항문이라니(스님!). 그 곤란함을 작게 잘라낸 샤워 타월이 해결해줌(다만 쓰레기는 전부 가지고 가야 함. 저게 내 가방에 있다는 사실이 좀 괴로움)


- 현금 : 만원짜리, 오천원짜리 두어개씩 챙기시오. 봉정암 갈 거면 만원은 반드시 챙기시오(방값).


- 핸드폰 외장 배터리 : 5천 암페어 짜리 작은 것은 반드시 2개 챙길 것. 날씨가 추워서 한 개가 갑자기 방전되어 매우 난감할 뻔 했음. 산에서 핸드폰 배터리 잔량은 목숨 잔량이나 다름 없음.


- 겨울 등산복 : 얇은 것 여러 개 껴입어서 벗기 쉽게 입는 게 좋음. '겨울 외투 + 고어텍스 얇은 자켓+ 플리스 + 히트텍 티' 식으로. 너무 두껍게 입으면 밑에선 더워서 전부 짐이 되고 너무 가볍게 입으면 위에선 얼어죽음.


이 정도가 필수품이고 추가로 방풍 고글이나 말린 미역(봉정암 보시용) 가져가면 좋음.


#3. 가장 쉬운 설악산 등산 코스 (1박2일)

백담사-수렴동대피소-봉정암(절 싫은 사람은 소청대피소까지) 코스가 가장 난이도가 낮은 코스임. 길도 크게 험하지 않지만, 중간중간 대피소와 절이 많아 쉬거나 물을 보급받을 수 있는 곳이 많기 때문.


KakaoTalk_20260215_214448532_01.jpg?type=w1 백담사-봉정암이 까만색이 제일 적음. 까만색은 최고 난코스


#3-1. 봉정암 1박의 장단점

봉정암의 장점은 만 원만 내면 하룻밤 재워주고, 뜨끈한 미역국과 밥을 삼시 세끼 제공해준다는 점입니다. 난방은 완전 그 옛날 외갓집에서 등짝 태우던 수준의 화력을 자랑합니다. 요즘 친구들은 겨울 외갓집 난방이 뭔지 모르겠지요? 그런 게 있습니다. 장판을 까맣게 태울 정도의 아궁이 화력.


단점은 이 서비스가 등산인을 위해 제공되는 게 아니라는 점입니다. 봉정암은 우리나라 5대 적멸보궁 중 하나입니다. 부처님의 사리 중에서도 뇌 사리를 모신 곳으로, 우리나라 불자들의 성지 중의 성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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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첩첩산중까지 들어와 철야기도를 하는 신도들을 위해 절에서 잘 곳과 허기를 달랠 것을 내주던 것을 등산인들이 야금야금 이용하는 처지인지라, 철야기도 하는 신도들이 밤새 방을 들락날락해도 그저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는 수밖에 없습니다. 철야기도 하러 온 것도 아니면서 절간에서 등 지지고, 끼니마다 뜨끈한 미역국까지 처먹었으니 잠은 좀 감수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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된장 미역국에 밥 말아서 김치 올려 먹음. 내 입맛엔 너무 잘 맞았음.


감수하기 힘들면 한 시간 거리에 있는 소청대피소를 예약하면 됩니다. 기독교 분들이나 컨디션 조절하는 등산인들은 그곳을 예약해 육식도 실컷하고 쾌적한 수면 시간도 보장받을 수 있습니다.


저는 불자라서 봉정암을 예약했습니다. 저녁 예불도 드리고 늦도록 호흡 명상도 했습니다. 그곳 스님들, 불침번 서듯이 밤새 두 시간씩 돌아가며 경을 욉니다. 함께 방을 쓴 할머니 불자들도 밤새 방을 들락거리며 철야기도를 합니다. 잠은 다 잤습니다. 1박을 더 할까 하다가 비누칠하지 않은 몸뚱이를 삼 일씩이나 참아줄 수가 없어서 1박만 하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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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산 타는 불자에겐 백담사-봉정암은 최고의 코스라고 할 수 있습니다.


초보 등산인이라면, 눈 쌓인 설악을 왔다면, 봉정암에서 다시 백담사로 원점 회귀하는 것이 맞습니다. 그러나 저는 초보 주제에 한계령으로 내려갔습니다. 제 모든 비극이 거기서 시작됐습니다.

봉정암 저녁 예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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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이야기가 궁금하시면 ▼▼▼

https://blog.naver.com/nopanopanopa/224182907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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