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파에세이] 엔카에서 중고차 사야 하나?
엔카를 통해 차를 사면 4백만원 짜리가 5백만 원이 된다. 매도 수수료가 백만 원이 넘는데, 그중 44만 원은 매도비라고 해서 중고차 상사에서 차 보관한 값이고 이전 비용, 엔카 믿고 비용, 엔카 보증 보험 가입비 등등해서 엔카에서 가져가는 돈이 차량 배송비 빼고도 50만 원 정도다.
취등록세를 안 내는 경차가 이 정도니 나머지 차는 당연히 더 비싸다.
그 많은 돈을 가져가면서, 상담원에게 뭔가를 물어볼 때마다 하는 말이 "우리는 매입자와 딜러를 연결해 주는 역할을 할 뿐입니다. 옵션 기능이 정상 작동하는지 확인해주지 않습니다" 이다. 그 옵션 기능들 때문에 가격을 더 비싸게 매긴 것인데도 그렇다고 한다.
다른 질문에 대해서는 엔카 사이트 어딘가에 있는 내용을 긁어다가 채팅방에 붙인다. 아, 엔카는 기본적으로 채팅으로 상담을 한다고 했다. 타자치기 힘드니까 전화 좀 달라고, 몇 번을 번호를 남겨도 꾸역꾸역 채팅방에 긁어다붙인다.
그렇다고 내가 전화를 할 수도 없다. 자기들은 따로 사무실 전화가 없고, 원래 채팅을 통해서 하기 때문이란다. 본사 고객센터에 민원을 넣어서야 그 귀한 상담원의 전화를 받을 수 있는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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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상담원은 규정이나 약관을 정확히 알고 있는가?
그렇지도 않다. 탁송일 날짜를 하루 미룰 때 수수료가 얼마인지 물어보려고 상담원의 출근 시간에 맞춰 (그 망할 놈의) 채팅창에 문의 글을 남겼다. 한참 후에야, 자신이 탁송 업체에 연락해 일정 변경 수수료가 얼마냐고 문의 메시지를 남겨놨다며(거기와도 채팅으로 소통하는 것이다!) 업체에서 답을 줘야지 알 수 있다고, 그런데 그쪽에서 답을 언제 줄지는 모른다고 했다.
내가 아침에 이미 탁송업체하고 연락했고, 수수료 부분은 (당연히) 플랫폼 업체인 엔카에 문의하라고 해서 물어보는 거라고, 엔카에서 정한 수수료가 얼마냐고 알려달라고 했더니 되레 화를 내며 똑같은 말을 되풀이 한다. 방금 말씀드리지 않았냐고, 탁송 업체에서 답을 줘야 알 수 있다고.
같은 말이 몇 번 오가고 “엔카는 일정 변경 수수료 매뉴얼도 없냐고! 위탁 업체 수수료 규정을 따르는 거면 그걸 미리 약관에 고지해줘야 하는 거 아니냐”며 화를 내니, 그제야 탁송비의 50%를 수수료로 물어야 한다고 답한다. 아마도 그때 약관을 확인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결코 미안해하지 않는다. 이 모든 실랑이가 자신이 약관을 제대로 숙지하지 못해 벌어졌음에도, 차를 파는 사람 특유의, 고객을 바보 취급하는 거만함과, 상대를 이겨먹고자 하는 오기로, "26,500원 수수료 내셔야 한다고요" 하는 식이다. 그때부턴 심사가 뒤틀려서 다른 걸 물어봐도 자신이 채팅창에 답 쓴 거 못 보셨냐고, 거기에 ~라고 써놓지 않았냐고 했다.
그래도 엔카에서는 상담원을 교체해주지 않는다. 이 상담원하고는 불쾌해서 진행을 못하겠다고 해도 원칙상 교체할 수 없다고 했다.
그래서 차 값과 부대비용, 보험료까지 다 지불한 상황에서 이 부정확하고 불쾌한 상담원을 끝까지 참아낼지 말지를 결정해야 하는 순간이 온다. 굉장한 기회비용이고 감정 소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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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왜 사람들은 비싼 비용을 주고 채팅방에 약관만 잔뜩 긁어다 붙이는 불쾌한 앵무새를 상대하는 것인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엔카에는 무시할 수 없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딜러와 개인적으로 거래할 때 발생한 그 숱한 문제들, 성능점검부를 조작하고 문제 있는 차를 문제 없다고 팔아버리는 최악의 상황의 가능성을 상당히 줄여준다.
사실 이 모든 것은 돈 때문이다. 아무리 싼 경차라도 새 차를 사면 1,600만원은 줘야 하는 상황에서, 남이 십 년 탄 차라도 5백에 판다면 살 수 밖에 없는 사람들이 많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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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 불쾌한 상담원을 상대하면서 이틀동안 온몸이 차갑게 식었고, 체온이 너무 떨어져서 한 번씩 침대에 들어가 온수매트를 켜고 누워 있어야 했다. 그렇게 인내하며 오늘 차를 받기로 했으나 배송 기사가 차를 끌고 오는 길에 차에서 이상한 소리가 나서 수리해야 한다고 되가져갔다고 했다.
모든 인내심이 바닥이 나서 지금 환불 받으면 수수료 얼마 내야 되냐고 물었더니, 상담원은 너무나 활력 넘치게, 수수료 없이 환불을 도와주겠다고, 빠르게 처리해줄 테니 말씀을 해달라고 해서 그냥 수리해서 내일까지 보내라고 했다. 그가 그토록 원하는 게 있다니! 알게 되어 기쁘다. 결코 들어주지 않으리라.
보낼 때 수리 잘 됐는지 확인해달라고 했더니 다시 채팅창엔 "저희는 딜러와 고객을 매개만 해주는 플래폼으로 수리 내역을 확인하지는 않습니다"라는 반복된 답이...
어, 빠큐 먹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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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따뜻해진 세상에 혼자만 겨울 외투를 잔뜩 껴입고 라스꼴니꼬프처럼 거리를 배회했다. 배회하면서 사람들에게 있는 힘껏 친절을 베풀었다. 약국에 가서 세상 친절한 미소로 다래끼 약을 좀 달라고 했고, 다이소에서는 기계적으로 인사하는 점원에게 극도의 선량함으로 답례를 했다. 따뜻함과 선량함과 부드러운 것, 그런 것들이 필요했다.
그리고 아파트 엘리베이터를 타는데 웬 할머니가 내게 악수를 좀 하자고, 자기 아귀힘이 얼마나 좋은지 보여주겠다면서 내 손을 가져가 있는 힘껏 쥐었다. 진짜 아귀힘이 좋은 할머니였다. 할머니는 내게 건강해야 한다고, 밥도 더 먹고 운동도 좀 하라고 했다. 내가 어지간히 추워보였나 보다.
얼얼한 손을 쥐고 돌아오며 역시 우주가 나를 버리지 않았다고 느꼈다. 내게 지금 필요한 게 인류애라는 걸 어떻게 알고 저런 다정한 할머니를 보내주셨담.
알겠어요, 기어이 차를 끌고 해남에 가겠어요!
(이랬는데 가는 길에 차 사고로 요단강을 건너면 황당할 것 같다. 아, 죽이려고 그런 거였어?)
이제 중고차 구매자들이 대단함을 넘어 위대해 보인다. 다들 어떻게 이 피가 식는 경험 끝에 차를 사냈는가! 그대들 참 대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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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이야기가 궁금하시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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