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카 중고차 구매 후기와 운전연수

엔카 환불 제도의 교활함과 무서운 왼손

by NOPA


26.2.25 드미뜨리와의 조우

엔카 상담원이 저지른 마지막 실수때문에 암 걸릴 것 같다고 느낄 즈음 드미뜨리가 왔다. 상담원이 너무 별로여서 운전 연수만 하고 환불해버리려고 했으나 보자마자 내 차라고 느꼈다.

드미뜨리, 자네 왔는가!


드미뜨리는 생각한 것보다 늠름했고 건강했다. 원주에 살던 20대 아가씨가 30대 중반이 되도록 발이 되어준 차였다. 엉덩이며 턱주가리가 조금 긁혔으나 혈기 왕성한 20대 아가씨라면 이곳저곳 범퍼카처럼 긁을만도 하지.


전 주인의 때 탄 뜨개 액세서리가 달린 차 키를 받으니 기분이 묘했다. 뜨개 모양을 자세히 살펴보니 붉은 카네이션이었다. 아가씨가 엄마가 되었나보다. 그런데 애가 몇 살이기에 벌써 카네이션을 뜨개질로 뜰 수 있지? 뜨개 천재를 낳았나 보다.


그냥 달고 다닐까, 하다가 내게도 뜨개 천재가 선물해 준 키링이 있는 게 생각나 얼른 바꿔 달았다. 선물해 준 사람의 마음을 달고 다니면 왠지 사고도 비켜갈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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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만 킬로를 달린 4백만 원짜리 드미뜨리를 보고 있으니 아주 잠깐 내가 성공한 여자가 된 것 같았다.


그러나 정말 잠깐뿐이었다. 연수를 받는 내내 식은땀이 줄줄 흘렀고, 대체 이 짓을 왜 시작했는지 후회가 막심했고 , 집에 돌아와서도 늙은 드미뜨리를 고칠 장비와 정직한 장인을 찾느라 쉬지 못했다.


드미뜨리에겐 블랙박스도, 내비게이션도, 후방카메라도 없다. 오직 “초보운전” 딱지만 있을 뿐이다. 내가 처음 운전을 배울 때만 해도 내비게이션과 후방 센서만 있으면 끝이었는데, 세상이 너무 복잡해져서 이런 것들이 없으면 운전을 해선 안 될 것처럼 호들갑을 떨었다. 연수 선생님이 제일 벌벌 떨었다.


귓등으로 넘기려고 했으나 벤츠를 탄 어느 무례한이 하이빔을 키며 내 앞으로 급 끼어들기를 하여 마음을 바꿨다. 한국인들은 초보 딱지가 붙은 느리고 어수룩한 경차를 너무 미워하니 블랙박스 정도는 있어야 할 것이다.

다 제 잘못입니다. 미안합니다.


13년 만에 운전을 했더니 차 폭 감도 없고, 언제 핸들을돌려야 하는지도 모르겠고, 하도 힘을 주고 운전을 했더니 팔이 너무 아팠고, 살이 빠졌다. 긴장과 스트레스로 벌써 며칠 째 잠을 다섯시간도 못 자는 중이다.

나 진짜 이거 왜 시작했지?


KakaoTalk_20260226_213404818.jpg?type=w1 나의 드미뜨리, 털끝 하나 안 다치게 해주겠어


26.2.26 엔카 환불 제도의 교활함과 무서운 왼손

어제 밤늦게까지 숨고에서 찾아낸 고수가 운좋게 일정이 된다고 하여 연수 직전에 카플레이와 후방카메라와 블랙박스를 달았다. 드미뜨리, 내 작은 우주선!


그러나 이걸로 끝이라고 생각한다면 그대는 아직 중고차를 살 준비가 안 된 것이다. 이것은 시작이다. 이제 미션 오일도 갈고, 엔진 오일도 갈고 드미뜨리의 이런저런 국물들을 갈아야 하고, 가장 두려운 정밀 검사가 기다리고 있다.


공임나라 정비를 예약했다. 원래 차를 받자마자 정비를 받고 환불여부를 결정해야 했으나 운전을 할 줄 몰라 정비소에 가지 못했다. 무리인 줄 알면서도 연수 이틀차 이후로 예약했고 그것은 내일 오후다.


과연 내가 선생님도 없이 혼자서! 하이빔 켜는 미친놈들이 모카빵의 건포도처럼 박혀 있는 시내의 도로를 무사히 다녀올 수 있을까?


*

엔카 환불 제도의 교활함

알고 보니 정비소라는 곳은 아무 때나 찾아갈 수 없는 곳이었다. 눈탱이 치는 곳들을 피해 모두가 저렴한 공임나라로 몰리다 보니 내일 오후가 해남 가기 전 마지막 정비를 받을 수 있는 시간이었다.


원래 정밀 점검을 받고 하자가 심각하면 차를 환불하려고 했는데, 이미 카플레이와 블박을 달았고, 하이패스를 설치했고, 크고 작은 여러 가지 것들을 구매했으며, 당장 내일모레 고속도로를 타려면 최소한의 것들은 필수적으로 갈아야 한다.


카플레이에, 정비 비용에, 운전연수까지, 내 돈이 백만 원이 넘게 들어간 상황이니 점검 결과가 아니다 싶어도감히 환불할 수 없게 됐다. 만일 환불한다면 저 교활한 장사꾼들은 내가 업그레이드 시킨 드미뜨리를 5백만 원으로 올려서 다시 팔겠지. 심지어 환불도 공짜가 아니다. 왕복 탁송비, 재상품비, 주유비, 차량 이용비까지 해서 최소 30만 원 이상의 비용을 물어야 한다.


결국 엔카의 "일주일 타보고 환불하세요~" 라는 환불 제도는 11만 원짜리 상술에 다름 아니다. 이럴 것 같아서 환불 안 할 테니 그 서비스 비용 빼달라고 했으나 상담원은 그렇게는 안 된다고 했다. 이래서 '중고차 파는 사람'이라는 카테고리가 따로 있는가보다. 여러모로 악착스럽다.


*

왼손은 거들기만 할 것

오늘 운전은 어제보단 나았다. 자꾸 핸들을 왼쪽 차선에 붙여서 불안하게 왔다갔다 한다는 것만 빼곤.


왼손이 이상하다. 자꾸 핸들을 왼쪽으로 꺾는다. 선생님한테 계속 욕 먹고, 내 스스로도 그러지 마라고 몇 번을 타일러도 미친놈처럼 핸들을 슬쩍슬쩍 왼쪽으로 당긴다.


이럴 때 인간이 통에 담긴 뇌가 아님을 실감한다. 팔, 다리, 손가락, 모든 기관마다 자유의지가 있어서 뇌가 아무리 명령을 내려도 말을 들어먹질 않는다. 문제는 그 자유 의지로 왼손이 나를 자꾸 죽이려 든다는 것이다. 미친 손 아닌가.


*

중고차를 사기 시작하면서부터 나는 너무 지쳐서 글 한 편도 제대로 보지 못했다. 그 좋아하는 트위터도 못했다. 챙길 것들이 너무 많아 그것들을 하나하나 곱씹다 보면 불안하고 긴장되서 잠도 이루지 못한다.


당장 내일 나는 혼자서 정비소에 다녀와야 한다. 얼마나 많은 사람을 화나게 할 것이며 나는 또 얼마나 많은 상처를 받을 것인가! 그리고 해남에서 두 달 살 짐은 대체 언제 쌀 것인가!


나 진짜 이 짓 왜 시작했지?

왜 시작했긴, 언제까지 등짐 메고 8시간씩 버스를 타고 다닐 순 없기 때문이지! 부모님이 연로해지니 병원 모시러 다니려면 운전을 할 줄 알아야 하기 때문이지!

아주머니도 하고 아저씨도 하고 모두가 한다. 너도 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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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이야기가 궁금하시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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