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토요일에 문학관 입주작가 선정 연락을 받았고,
이번 주 화요일에 차를 샀고,
수요일에 차를 받았고,
수요일 오후에 연수를 시작했고,
목요일에 블랙박스와 후방 카메라를 달았고,
금요일에 차량 정비를 받았고,
그리고 내일 아침, 해남으로 간다.
차를 산지 5일만에, 운전 연수를 받은 지 3일 만에.
블랙박스 설치할 때는 브레이크를 밟지도 않고 왜 시동이 안 켜지는지 모르겠다며 아저씨를 쳐다봤고,
정비를 받고 나와서는 사이드 브레이크를 풀지도 않고 달리면서 왜 차에서 경고음이 울리는 거냐고 정비소 사장님께 반 울면서 전화했고,
셀프 주유소에 가서는 왜 결재를 했는데 기름 게이지가 안 올라가냐고 뒷차량에 물어보고 뒷뒷 차량에 물어보고, 우왕좌왕하는 사이 차량이 계속 들어와 순식간에 만고의 적이 돼 있었다. 주유를 하기 전에 카드를 뽑아서 생긴 일이었다. 영수증이 나오길래 뽑아도 되는 줄 알았지. 미안합니다.
*
마지막 연수를 받을 땐 핸들이 너무 흔들린다고, 고속도로에서 왜 이리 왔다갔다 하냐고 30분간 욕을 먹었다. 알고 보니 핸들은 한 번 꺾으면 다시 정렬을 시켜줘야 하는 물건이었다. 정렬을 하지 않으니 차선을 맞춘다고 계속 핸들을 좌우로 움직일 수밖에.
참고로 운전 선생은 전업으로 하는 사람에게서 배우는 게 좋다. 나의 연수 선생은 본업이 따로 있는 사람이었고(나중에 알았음), 그래서 연수 중에 계속 회사와 문자를 하고 전화를 했다. 몹시 신경쓰였다.
그렇게 바쁜 사람이니 초보 운전자에 관한 연구가 제대로 돼 있을 리 없다. 연수생이 대체 왜 이런 짓을 하는지 도통 이해가 안 돼서 자주 성질을 부린다. 그런데도 자신이 잘 가르치는 줄 안다.
선생이 잘 못 가르친 부분은 미남 아저씨(미남의 운전교실)와 차개미 아저씨한테서 무한 학습을 받았다. 그들이 초보자들의 마음을 귀신처럼 꿰고 있긴 하나 유튜브 교육과ㅣ 부업 강사에게서 3일 연수한 걸로 당장 내일 고속도로를 뛸 생각을 하니 불안이 극에 달했다.
그래서 오늘 새벽엔 토막 난 시체들 한가운데 서 있는 꿈을 꿨다. 고온의 태풍이 불어닥쳐 버스 안에 있던 사람들이 모두 토막 난 채로 시커멓게 그을려 있었다. 참담한 마음에 3시에 깬 후로 한숨도 자지 못했다.
나는 내일 죽는 것인가.
*
심란해하며 짐을 싸고 있는데 첫 문장 수강생 선생님 내외가 오후에 우리집에 찾아왔다. 귀여운 아기와 함께. 내 블로그 글 덕분에 산을 타게 됐다고, 해남 가기 전에 꼭 주고 싶었다며 등산양말과 손수건과 편지를 선물해줬다. 아... 너무나도 맑고 고운 마음이여!
내가 믿는 종교에서는 마음의 힘을 매우 중요하게 여겨 맑고 순수한 마음으로 무언가를 하면 주는 사람에게도, 받는 사람에게도 편안하고 좋은 환경이 만들어진다고 했다.
그래서 요 며칠 나를 아끼는 사람의 마음이 실히 필요했는데, 어떻게 알고 오늘 딱 오셨을까! 우주가 보내준 너무나 귀한 손님들! 역시, 우주는 날 버리지 않았다.
세 가족이 겨우 30분간 머물렀을 뿐인데, 정말 기적처럼 내일 죽지 않겠다는 단단한 확신이 생겼다. 그래서 음식을 잔뜩 쌌다. 가다가 죽으면 다 무슨 소용인가, 해서 음식도 제대로 안 챙겼는데, 당근도 전부 깎아서 담고, 토마토도 다 씻었고, 잡곡밥도 한 통 만들어두었다. 고기도 얼리고 빵도 구웠다. 내일 오후에 해남에서 다 먹을 것이다.
그대들은 모르시겠지만, 오늘 죽어가던 한 사람을 살렸습니다. 나의 생명의 은인이시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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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이야기가 궁금하시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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