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칙은 단 하나야>>
휴일 오후, 정해진 규칙은
단 하나.
" 규정 없이 시간을 스케치한다 "
오늘 의무는
교훈 없음.
결론 없음.
각오 없음.
있다면 오직
“아~ 오늘 이런 날이었지”라는
작은 흐릿한 기억만 허용되는 날이다.
할 일을 떠올리는 대신,
귤을 까먹고
그 껍질을 모아 탑을 쌓았다.
그 동작 외엔 아무것도 안 했는데,
시간마저 내 편이 되었다.
그 사이 나의 시간은 느려지고 있었다.
귤사람은 딱히 말을 하지 않았다.
단지 눈을 동그랗게 크게 뜨고
나를 올려다봤다.
여전히 테이블 위에서
아슬아슬하게 버티며 누워
그대로 내 곁에 있었다.
어떤 날의 존재 이유는 '행동'이 아니라,
거기 '있다는 사실 자체'로 충분할 때가 있다.
그날 테이블 위 귤사람은,
아무 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모형처럼
조용히 자리만 지키고 있었다.
그 사실 하나만으로
충분한 위로였다.
어떤 존재든
내 옆에 함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토닥거림이 되고,
가끔은
으쓱거림이 된다.
**오늘의 기록: 아무 말 없이 내 곁에 있어 준 존재 1명(혹은 1과일)에게 받은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