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이유가 있어>>
(이 챕터에서는 귤의 구조에 대한 과학적인 사실을 이해하고자 했다.)
귤을 까다가 나는 불만스러운 표정을 짓는다.
“아이~속껍질 좀 봐.
오렌지처럼 한 번에 벗겨지면 얼마나 좋아.
넌 왜 이렇게 꽁꽁 싸매고 먹기 어렵게 만드는 거니?”
귤이 작은 목소리로 대답한다.
“미안해.
하지만 내가 이렇게 복잡하게 생긴 데에는
다 이유가 있어.”
“그냥 속껍질일 뿐이잖아.”
“아니야. 내 바깥쪽 껍질은
외부 충격으로부터 나를 지키는 외투야.
수분이 빠져나가지 않게 막고,
미생물이 침입하지 못하게 방어해."
나는 잠시 멈춰, 속껍질을 가리켰다.
“난 이 하얀 거, 거슬리는 속껍질을 말한 거잖아
껍질은 하나로 충분하지 않아?”
귤의 대답에서 약간의 원망이 엿보인다.
“그건 내 소중한 과육들을
고정해 주는 완충 장치야.
수분과 당분이
한꺼번에 빠져나가지 않게 조절해.”
조금 미안해진 나는 조심스레 묻는다.
“그럼 넌
왜 한 덩어리가 아니라
여러 개의 방으로 나뉘어 있어.
뭉쳐야 힘이 세지."
“그건 내 씨앗들을
각자의 방에 나누어 담아
안전하게 번식하려는 거야.
덕분에
너도 한 조각씩 나누어 편히 먹을 수 있게 되었잖아?"
나는 그 말을 곱씹다가 문득 떠오른다.
"넌 왜 겨울에 더 달아?"
귤은 퉁명스럽게 내뱉는다.
"그건 기운이 남아서가 아니라 버티기 위해서야.
추워지면 동상에 안 걸리려고
내 몸의 수분을 줄이고 당분을 더 모아.
그래야 낮은 온도에서도 살아남아."
아직 분이 풀리지 않았는지
귤은 한 마디 더 보탠다,
“멋 부릴 여유 따위는 없었어.
그저 겨울을 무사히 건너고 싶었을 뿐이야.
남은 수분을 모조리 짜내어,
가장 두꺼운 단맛 코트로 꽁꽁 싸매야 살아남으니까.”
나는 마지막 귤조각을 집어 들고 안쓰러운 마음에 속삭인다.
“너도 사는 게 힘들었구나.”
*오늘의 기록 : 큰 머리 귤사람의 "버티기 위한 노력"에 대해 생각해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