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맛보다 쓴맛 먼저: 큰 머리 귤사람 2

<<쓴 맛을 참는 법>>

by 조금 다른 별

(이 챕터에는 테이블 위 귤사람이 아니라, 개인경험을 바탕으로 한 오래된 기억을 꺼내 본다.)


기관지가 약한 나는

어려서부터
거의 매일 기관지에 좋다는 것을 먹었다.
물론 지금까지도.......
그중 하나가

말린 귤껍질(진피;한의학에서 사용하는 약재)이다.
다른 약재와 달여서 또는 진피만을 끓여 마신다.

그리고 솔직히 말하면,
그때도 지금도 좋아하지 않는다.

진피는 특유의 상큼한 향과 함께
쓰고 자극적인 맛이 특징이다.
귤껍질 특유의 시트러스향이 강하게 나며,

차를 마실 때 은은한 단맛이 나지만

그것은 차로 음미할 경우다.


약으로 먹을 때는 그 향과 단맛보다
쓰면서 약간 자극성이 있는 뒤끝,
맵고 쓴맛이 그 향과 맛을 뒤덮어 버린다.

귤껍질은 좋아서 먹은 음식이 아니었다.
필요에 의해
"삼키는 법을 먼저 배우게 만든 음식"이다.

몸에 좋다는 말은 늘 먼저 왔고,
맛에 대한 질문은 뒤로 밀렸다.
그건 선택이 아니라, 순서의 문제였다.


아이였던 나는
맛보다 이유를 먼저 받아들여야 했다.
매일 먹는 진피에는
부모님의 사랑과 우려가 담겨 있었다.
하지만 그 사랑은
아이에게 너무 써서
천천히 삼켜야만 했다.

그래서 지금도
“몸에 좋다”는 말을 들으면
먼저 그 시절의 미각이 떠오른다.
어두운 갈색빛에서 쓴 맛을 떠올리며
얼굴을 찌푸리던 그 순간...

삼키기 전에 스읍 숨을 고르던
짧은 찰나의 망설임이
나의 인내심을 만든 순간이었다.


그때
끝 맛의 기억은 미뢰에 오래 남았다.

나는 귤의 단맛보다
먼저 쓴맛 삼키는 법을 배웠다.
그렇게 나는 쓴 맛을 아는 사람이 됐다.

*오늘의 기록 ; 귤껍질은 감기 예방, 기침·가래 완화, 면역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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