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장 난 러닝머신 위에서..
암호화폐 지갑 구조를 이해한 후,
나는 극도의 조급함에 휩싸였다.
내 자산을 빨리 찾아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렸다.
나의 일상은 무너져 내렸고,
모든 에너지는
오로지 이메일 창 앞에서만 소진되었다.
프로젝트 개발사와 협력사를 향해
절박한 구조 신호를 보냈지만
돌아오는 것은
언제나
차갑고 건조하게 복사된 전문뿐.....
“데드라인 경과, 정책상 변경 불가.”
반박 메일을 쓰고,
보내고,
답장을 기다리는 일을
기계적으로 반복한다.
달라지는 것은 날짜와 시간뿐이었고,
그들의 답변은
마치 고장 난 레코드판 같았다.
바늘이 튀어 똑같은 부분의 가사만
무한히 반복되는, 출구 없는 소음의 연속이다.
한 걸음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 채
나는 제자리에서 뛰어야만 했다.
마치 고장 난 러닝머신 위에
올라선 뛰는 사람 같았다.
속도는 줄지 않고
멈출 수도 없다.
머신의 회전 속력은 무자비했고,
조금이라도 늦추거나
멈추려 하면
뒤로 나동그라져 크게 다칠 것이 뻔했다.
멈추는 순간
내 모든 노력과 자산이 물거품이 되는 것은
너무나도 명확했기에,
나는 발이 부르트도록
뛰고 또 뛰었다.
달렸다.
멈출 수 없었다.
그 피로는 단순한 고단함이 아니었다.
한여름 볕에 걸어놓은 빨래처럼
내 몸과 마음은 바짝 말라갔다.
의지도, 이성도 감히 나설 수 없는
처절한 소진(Burn-out)이었다.
그 와중에
두 회사는 서로를 가리키며
책임을 떠넘기는 ‘핑퐁 게임’에 열중했다.
두 거대 플랫폼 사이에서
나의 존재는
보호받아야 할 투자자가 아니라,
그저 서로의 코트 밖으로 쳐내버려야 할 탁구공이었다
가벼운 2.7g짜리 플라스틱 공에 불과했다.
두 회사 모두
실제 기술 검증을 시도한 흔적은 없다.
그들은 이 문제를 해결할 전권을 쥐고 있었음에도
책임을 미루는 데만 몰두했다.
억울함을 설명할 창구는 그 어디에도 없었다.
메일을 보내고 받는 일을
쉼 없이 반복하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하고도 비참한 투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