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지고 고립되었다
그날도 나는
두 회사에 보낼 메일을 정리하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했다.
그들의 답변은 늘 한결같았다.
같은 형식
같은 문장
그리고 그치지 않는 책임 전가..........
복붙 그 자체였다.
그 무력함 속에서
내게 남은 유일한 희망은
'TicsScan'(계죄창)에 적힌 잔고 숫자였다.
지원팀의 답변이 절망적이어도
블록체인 기록만큼은
지워지지 않는 발자국이라고 배웠기 때문이다.
잔고 숫자는 내가 투자했다는 사실을
증명해 주는 마지막 진실이었다.
그런 어느 날 TicsScan의 화면이 달랐다.
잔고가 사라졌다.
아무 숫자도 보이지 않았다.
대신 화면을 가득 채운 것은
**"Data Not Found"**
라는 세 단어뿐이었다.
일시적인 오류라 믿으며 새로고침을 거듭했다.
브라우저를 닫았다 열고, 기기를 바꾸고,
잠시 동안은 내가 잘못 본 것이라고 의심했다.
그러나 화면은 바뀌지 않았다.
순간,
붙잡고 있던 마지막 희망끈이 '후드득' 하고 끊겼다.
느낌은 절망조차 아니었다.
분노도 아니었다.
그저 지독한 비현실적 감각뿐이었다.
블록체인은 기록이 남는다고 했고
암호화폐는 온체인에서
영원히 확인될 수 있다고 배웠고 믿었는데
그 마지막 흔적마저 사라져 버린 것이다.
더 이상 지원 메일을 쓸 기운도
의미도 찾을 수 없었다.
그렇더라도 이 상황을
'투자실패'라는 단어로
포장하여 받아들일 수는 없었다.
이는 명백히 내 눈앞에서 벌어진 자산의 강탈이었다.
나는 마지막 기력을 쥐어짜
잔고 오류 수정을 요청하는
메일을 다시 보내야 했다.
다음 날 돌아온 답장은 짧았다.
“더 이상 지갑에 대한 문의는 하지 마십시오.”
문의마저 거부하겠다는 통보였다.
그 후 얼마 지나지 않아
프로젝트사 공식 채널에서
내가 남긴 기록들이 삭제되었고
메시지 작성 권한마저 없음을 통보받았다.
그들은 거기에서 끝내지 않고
곧이어 커뮤니티 전체 회원의 게시 기능을 비활성화했다.
이제 그 누구도
질문할 수 없고,
공유할 수 없으며,
요청할 수 없었다.
완벽한 소통의 차단이었다.
이제 유일하게 남은
마지막 공간은 공개 SNS 뿐이다
나는 정중하지만 분명한 어조로
내가 겪은 상황을 기록으로 남겼다.
누군가 공감해 주는 것이 절실했고
그 무렵의 나는 기록만이 할 수 있는 일이었다.
하지만 그곳에서조차 내 존재는 지워졌다.
You are Blocked.
프로젝트 사는 공식 계정에서 나를 차단했고,
내가 남긴 기록들은 지워졌다.
그제야 보였다.
나는 프로젝트에서만 차단된 것이 아니라
세상으로부터 완전히 고립당한 존재였다.
갈라파고스 섬에 갇혀버린 핀치새였다.
정당한 투자를 했고
기술적인 오류를 해결 요청했을 뿐인데
그들은 나를 창 없는 독방에 가두었다.
이제 상황은
요청하고 기다릴 기술적 오류를 넘어섰다.
치밀하게 계획하고 실행된 범죄에 가깝게 느껴졌다.
그 무엇이라도 해야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