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님 에게,
저는 정신장애 등록 신청을 마친 후, 물론 결과는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장애인으로 살아갈 삶을 하나씩 준비하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말해놓고 보니 굉장히 이상한 말이네요. 미리 준비할 수 있는 장애인으로 살아갈 삶이라니.
그런데 그 일이 제게 일어나고 있습니다.
무엇을 했냐고요?
음. 더 이상한 이야기를 꺼내야겠네요.
무엇을 했냐면, 제가 정신 장애인이 될 예정이지만 얼마나 정상적으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지 증명할 수 있는 ⏤ 자격증들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워드프로세서 자격시험을 봤고, 한 번에 합격할 것 같은 좋은 예감이 와 한국사까지 냅다 접수했습니다.
그런데 A 님, 이건 시작에 불과해요.
아직 토익은 물론, 컴활, 그리고 HSK, 또 가능하다면 전에 탈락한 GTQ도 볼지 고민 중이에요.
원래부터 자격증에 욕심이 있는 사람이 아닙니다.
다만 이런 자격증들은 앞으로 '나'라는 사람을 평가하는 데에 있어, 비장애인에게 적용되는 것과는 훨씬 다른 방식으로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바람으로 한 개씩 시작해 보려 해요.
내가 아픈걸 '공식 인증'해달라 신청해 놓고,
삶 속에서는 얼마나 정상인 척 보이려 발버둥 치는지.
이 모순된 삶이 어디서 많이 본 듯했는데, 생각해 보니 아빠에게서 본 삶이에요.
주민센터와 병원에서 얼마나 아픈지 보여줘야 하고, 사람들 속에서는 아직 괜찮은 척해야 하는 삶.
내가 아빠의 이 양극단의 삶 속에서 함께 널뛰기 타듯 이리저리 오가며 중심을 잡는 것처럼, A 님도 저와 한배를 타셨으니 그 중심을 애타게 잡고 있을지도 모르겠어요.
이 미친 항해 끝에 무엇이 우릴 기다리고 있을지 모르겠지만, 함께 잡은 이 두 손 놓치지 않고 A 님 곁에서는 오롯이 장애인도, 비장애인도 아닌, 그냥 '저'로 남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