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님 에게,
오늘은 제가 장애인 등록을 신청하게 되며 걱정했던 일 중 하나를 결국 겪고야 말았습니다. 그건 바로 정신 장애라는 이유로 편견이라는 차별을 받게 되었어요.
저를 잘 알지 못하는 누군가와 취업과 관련된 대화 중이었습니다. 제가 정신 질환을 앓고 있고 정신 장애 등록 신청을 했다는 이야기를 하자, 그분은 바로 노골적으로 경계태세로 변하더니 결국 대화 중 잠수를 타게 된 슬픈 이야기입니다. 카톡창에 숫자 1과 함께 쓸쓸하게 남아 있는 제 "고마워요"란 메시지가 마음을 참 뒤숭숭하게 만드는 밤입니다.
생각할수록 마음이 더 복잡해지네요. 사실 그 분을 탓하지 않는 마음이 실제로 더 크다면 큰 건 맞는 것 같아요. 왜냐면 저라도 상황을 바꿔 생각해 봤을 때 병에 대한 지식이 없다면 속으로 경계할 수 있을 것 같거든요. 하지만 이런 정신 장애에 대한 편견은 분명 잘못된 것이고 바꿔야 하는 게 옳은 것이에요. 그렇지만 그게 또 쉽지 않음을 저 또한 잘 알기에 그분의 잠수를 마냥 탓할 순 없습니다.
A 님, 이러한 편견을 앞으로 수도 없이 겪을 텐데, 이 편견 앞에서 저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요?
아예 당당하게 도덕적 매뉴얼대로 할 말 다 하는 제 모습도 상상해 봅니다. 당신을 이해할 수 없는 건 아니지만 당신의 행동은 아주 성숙하지 못한 행동이었고 나는 당신이 편견을 갖고 생각하는 그런 모습도 물론 있지만, 그건 병의 증상 중 일부고... 그냥... 나는 그냥 당신과 똑같은 한 사람이라고요. 그리고 당신이 어떤 모습을 상상하든, 그 어떠한 모습도 차별받아 마땅한 모습은 없다고요.
A님도 아시겠지만 저는 외국계 회사에서 3개 국어로 소통하며 팀원들을 관리하고 트레이닝하며 회사 채용에서 면접관으로 일했어요. 사실 '정신 질환을 20년간 앓고 있고 그게 장애 신청 가능한 수준이다'라고 말했을 때 사회 속에서 이러한 역할을 전혀 수행하지 못하는 어떤 다른 이미지를 사람들은 상상할 거예요.
물론 그 모습이 잘못되었다는 게 아닙니다. 그 상상하는 이미지를 닮은 모습을 저도 갖고 있습니다. 증상이 안 좋을 때요. 하지만 제가 하고 싶은 말은 저도 다른 사람과 똑같은 사람이란 얘기를 하고 싶었어요. 물론 병세가 안 좋아 일을 하지 못하시는 분들도 계실 거예요. 그런데 그분들 역시 다 똑같이 희로애락을 느끼는 소중한 한 사람이고 생명입니다.
정말로 정신 장애 등급을 받게 된다면, 아예 당당하게 밝히고 편견을 없애는 데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고 싶다는 상상을 합니다.
이건 조증적인 발상일까요? 정신 장애는 그냥 쉬쉬해야 할까요?
A 님,
그게 무엇이든 저는 저만의 방식대로 지혜롭게 이 편견과 한번 싸워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