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내향인 남편의 덜 행복했던 순간들 1.학창시절

행복한 내향인 관찰일지 03.

by 노라

하루 종일 행복하다는 말을 달고 사는 우리 집 행복한 내향인에게도 살면서 고민이 많았던, 덜 행복했던 순간들이 있었다.

뜬 눈으로 밤을 지새던 순간들, 출처 : 베베더오리 짤


지금은 행복한 내향인이 된 남편이 덜 행복했던 순간들은 언제였는지, 그리고 그 순간들을 거쳐 어떻게 지금의 상태에 도달했는지를 기록해 본다.


학창 시절


대학교 새내기 시절, 본투비 내향인이었던 남편은 늦은 시간까지 술자리에 앉아 있는 것에 대한 효용이 크지 않았다. 몇 번 술자리에 나가보긴 했지만 태생적으로 술이 잘 받지 않는 체질이었고, 그렇기 때문에 재미보다는 피곤함이 더 컸다.

또 한 가지 그를 피곤하게 한 것은 다 같이 카페 같은 곳에 모여 밤샘 공부를 하는 것이었다. 밤잠이 중요했던 남편에게는 어쩌면 최악의 공부 방법이었다. 일단 밤에 잠을 못 자서 집중력이 떨어졌고 그만큼 같은 시간을 투자해도 공부 효율이 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어쩌면 그는 대한민국 보통의 대학생의 삶의 패턴과는 태생적으로 잘 맞지 않는 사람이었을 수 있다. 그것을 깨달은 것은 대학교 1학년 1학기, 대학 생활의 시작점에서 남편은 본격적으로 고민을 시작했다.


누군가는 대학 생활의 낭만 중 하나라고 하는 술자리나 밤샘 공부는 (당장 나부터도 재밌었던 대학 시절 추억들로 남아있다.) 남편에게는 맞지 않는 것들이었다. 이때부터 남편은 자신의 자취방에 앉아 혼자 분류하는 시간을 거쳤다고 한다. 주로 한 질문은 2가지였다.


‘나는 무엇을 할 때 덜 행복한가’
‘나는 무엇을 싫어하는가’


그리고 결심했다고 한다.

아주 심플한 내용이었다.

꼭 필요하지 않은데 내가 싫은 것은 굳이 하지 말자 �



이 파트에서 개인적으로 신기했던 것은 나는 항상 '나는 무엇을 좋아하는가', '내가 행복하려면 뭘 해야 하지?'라고 질문하고 그에 따라 행동했다는 점이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 질문들에 대한 대답에서 파생된 액션이 반드시 나를 행복하게 하지는 않았다.


그럴 때 따라왔던 생각이 '나는 행복하려고 한 건데 왜 안 행복하지?', '좋으려고 한 건데 생각보다 별로네?' 같은 것들이었다.


이번 글을 써보려고 남편을 관찰하면서 느낀 점은 나는 무엇을 싫어하는지 생각보다 덜 고민해 봤다는 점이었다. 당연하게도 싫어하는 것을 하지 않으면 높은 확률로 덜 불행해진다.


그래서 따라서 실천해보고 있다. 아직까지는 저 질문에 대한 답에 의해 행했던 것들을 후회해 본 적은 없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혼자 고민해서 내린 결론을 끝으로 남편은 자기만의 페이스를 찾았다.

잘 받지도 않는 술을 마시는 술약속 없이도 인생의 행복에 절대 지장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공강 시간에는 자취방에 와서 낮잠을 잤다.

대학 수업이 끝나고 매일 조금씩 복습, 예습을 하기로 했다.

이렇게 하면 시험 기간에 밤새지 않아도 충분히 좋은 성적을 받을 수 있었다.

배우고 싶었던 색소폰 학원도 등록했다. 남는 시간에는 운동에 갔다.

누군가는 그에게 대학 공부는 그렇게 고지식하게 하지 않는 거라고 핀잔을 주기도 했다고 한다. 남편은 어리둥절했다. 그 사람에게 자기처럼 살라고 말한 적이 없었기 때문에.

그리고 그는 알고 있었다. 이렇게 하루하루 조금씩 쌓이는 안정적인 뿌듯함이 자신이 행복해지는 길이라는 걸. 그 결과 무리하지 않고도 그의 졸업 학점은 수석이었고, 졸업과 동시에 칼취업도 할 수 있었다.



그는 본인처럼 사는 사람이 많지 않다는 것을 분명히 알고 있다.

그래서 그는 처음 보는 유형의 삶의 형태를 마주하더라도 '저 사람은 저렇게 사는 게 좋은가 보구나.'라고 심플하게 생각한다.


남편이 술 마시는 날은 여전히 집에서 나와 함께 마시는 날 (1년에 1-2번 정도) 빼고 1년에 다섯 손가락 안에 꼽는다.


새벽 2시 이전에는 절대 잠에 들지 않는 올빼미 와이프를 둔 지금도 그는 밤 11시 전에 평온하게 먼저 잠에 든다. 그렇게 여전히 남편은 꼭 필요한 게 아닌데 자신을 덜 행복하게 하는 것들은 굳이 하지 않고 행복하게 살고 있다.


출처 : 침하하 짤방 게시판


다음 편에서는 남편의 사회 초년생 내향인으로서 덜 행복했던 순간들, 그리고 그때의 생각들도 관찰자 시점으로 기록해보려 한다.




이전 02화내가 가졌던 내향인 남편에 대한 크고 작은 오해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