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내향인과의 연애 3. 좁고 깊은 그의 다정함

행복한 내향인 관찰 일지 07.

by 노라

행복한 내향인과의 연애와 결혼 생활에서는 세상은 모르는 그의 다정함을 홀로 알게 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내가 관찰한 바, 그의 엄청난 다정함은 일정 부분 내향적인 그의 성향에서 기인한다.


이번 글은 그것을 알게 된 또 다른 에피소드에 대한 글이다.


Ep.2 세상 모든 강아지가 귀여운 것은 아니다. 우리 멍멍이는 귀엽다.


남편이 미국에 와서 가장 보고 싶다고 하는 존재 중 하나가 지금은 한국 본가에 있는 우리 집 멍멍이이다.

강아지 자랑 좀 하겠습니다 (머쓱)
예쁜 사진이 너무 많은데 ㅠㅠ 고르기가 어렵네요 ㅠㅠㅎㅎㅎㅎㅎ

12년 차 견주로서 ‘세상의 모든 강아지는 귀엽다. 그중에 우리 애기가 제일 귀엽다’인 나와 달리 남편에게 우리 집 멍멍이 외 다른 모든 강아지들은 ‘오 강아지다.’ 정도의 감상을 받는다.


귀여운 영상이라면 열심히 찾아보는 나와는 다르게 그는 혼자서 강아지 영상을 찾아본다거나, 딱히 길에 다니는 강아지들을 유심히 보지도 않는 편이다.


하지만 그의 작은 세계에서 우리 집 멍멍이는 생각보다 큰 부분을 담당하고 있다. (한동안 카카오톡 프로필 배경화면이었을 정도)

나에게는 12년째 키우고 있는 막냇동생 같은 존재이지만 생각보다 남편에게도 빠르게 소중한 존재가 되어 놀랐던 기억이 있다.


결혼 전, 우리 집 가족 전체가 실로 오랜만에 가는 가족 여행으로 4박 5일 동안 집을 비우는 일이 있었다.


우리 집 멍멍이 친구는 강아지 호텔이나 병원에서는 굉장히 불안해하는 성격이다. 그래서 고민을 하다가 간혹 산책 함께 하면 좋아하고 잘 따랐던 남편의 자취방에 맡기기로 결정을 했다. 남편은 그전까지 한 번도 강아지를 키운 적이 없어서 맡기기 전 산책 연습부터 자잘한 밥 주는 팁까지 여러 가지를 전수해 줬다.


당시 남편이 주 1회 정도는 재택을 하던 때이고, 책임감 있고 성실한 그의 성격을 익히 알고 있기도 했고, (가장 중요하게) 약속도 없었다. 이 모든 것을 종합해 봤을 때 멍멍이와 함께 해줄 수 있는 시간이 많겠다 싶어 우리는 마음을 놓고 여행을 떠났다.


멍멍이와 처음 보내는 남편의 출근 날,

즐겁게 가족 여행을 하고 있던 중 남편에게서 메시지가 왔다.


오늘 일을 빨리 마무리하고 반차를 내고 집에 가고 있다는 것이다.


이유를 물어보니 멍멍이가 혼자 낯선 환경에 오도카니 있는 것이 안쓰럽다는 대답. (이전 글들에서 열심히 어필했듯이 그는 굉장히 성실한 성격의 소유자로, 절대 지각이나 약속 시간을 어기는 행동을 하지 않는 편이다.)


다음 날은 재택일이었기 때문에 그는 그렇게 주중 1.5일, 주말 전체를 꼬박 집에서 강아지와 함께 보냈다. 때는 1월 초, 매우 추운 날씨에도 내가 알려준 강아지 옷 입히는 법을 숙지한 채 매일 하루 1시간 산책도 단 한 번도 빼놓지 않고 매일매일 인증숏과 동영상을 찍어서 보냈다.


당시 부모님께서는 약간 충격과 감동을 받으셨다.


잘 보살펴 줄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헌신적으로 보살핀다고? 그의 헌신적인 보살핌 덕분인지 동영상과 사진 속 낯을 많이 가리는 우리 집 멍멍이는 항상 남편에게 엉덩이를 딱 붙이고 앉아서 맘 놓고 자고 있거나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쓰다듬받고 있었다.

항상 이런 표정으로 쓰다듬 받는다.


그렇게 4박 5일을 둘이서 보낸 후로 까다로운 우리 집 멍멍이의 최애 사람 중 하나로 등극한 남편. 올해 초 골반뼈 탈구로 잠시 함께 오래 시간을 보냈어야 할 때도 매일 재활 마사지와 재활 산책을 함께 시키며 한층 더 신뢰받는 최애 형아로 등극했다.

최애 인간 중 하나인 남편의 쓰다듬을 받는 그의 표정


하지만 이렇게 애틋해지더라도 그가 우리 집 멍멍이가 아닌 다른 강아지 영상을 따로 찾아서 본다거나, 강아지 자체에 대한 애정이 생겨서 미국에서 입양하고 싶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그의 작고 단단한 내향인 세계에 들어온 멍멍이는 우리 집 멍멍이가 유일하다.
그리고 아마 앞으로도 유일할 것이다.


남편의 지론은 그것이다. ‘세상 모든 강아지가 귀여운 것은 아니다. 우리 멍멍이는 귀엽다.’

내가 예뻐하고 좋아하는 것은 X군이 (우리 집 멍멍이 본명)이지 모든 강아지가 예쁜 건 아니라고.


그리고 이것은 그의 평소 사고방식을 아주 잘 나타내는 생각이다.


그의 내향 에너지와 다정함이 집중되는 곳은 어떤 개체의 그룹이 아니라 그 그룹 속 개별 개체들이다.


그리고 나머지에 대해서는 예의 바르고 존중하는 태도로, 그러나 에너지를 쏟지는 않는 정도로 대한다. 이렇게 한정적인 곳에 에너지를 쏟다 보니 그의 에너지를 받는 사람들과 동물은 그의 엄청난 다정함을 온전히 느낄 수 있다.

남편의 다리를 소듕히 베고 누운 멈무

그리고 운이 좋게도 가장 가까이서 겪고 있는 나는 그 점을 아주 감사히 여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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