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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골책방 Aug 21. 2019

엄마의  편지

"언제라도 너를 사랑하고 살았으면 해"

사전적 의미의 ‘어른’은 다 자란 사람을 일컫는 말이란다. 하루하루 살다보면 누구나 저절로 어른이 되는 것이지. 그렇게 엄마도 돈 들이지 않고 ‘어른’이라는 이름을 얻었어.

 공짜로 얻게 된 이름이라 그동안 그 이름값에 대해 생각을 해보지 않았던 게 사실이야. 그런데 『어쩌다 어른』이라는 책을 읽고 엄마는 새삼 어른이라는 이름의 무게와 나잇값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어. 이 책을 진작 읽었더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더구나. 그래서 얼마 지나지 않아 어른이 될 너희들과 엄마가 책을 읽고 생각한 부분을 이야기 나누어 보고 싶어.

 『어쩌다 어른』은 <어른의 생각>,<어른의 마음>,<어른의 지식> 세 부분으로 구성이 되어 있었어.

 원숭이, 바나나, 판다. 세 가지 중에 둘을 묶으라면 너희들은 무엇무엇을 선택하겠니? 엄마는 원숭이가 바나나를 좋아한다는 생각에 원숭이와 바나나를 골랐단다. 그런데 그건 관점의 차이더구나. 서양에서는 왜 동물과 동물을 묶지 않고 동물과 식물을 묶느냐고 의아해 한 대. 사소한 것 같은데 다르게 생각하니까 아주 달라 보이지 않니? 뇌를 좀 말랑말랑하게 하고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해가 갈수록 엄마의 시간은 더 빨리 달리는 것 같아. 엄마의 생활은 너희들보다 단조롭단다. 친구들과의 교제도 많지 않고 집, 직장, 그리고 관심사 대부분이 너희들이지. 다람쥐 쳇바퀴 돌 듯 단순한 생활을 하니까 시간이 더욱 빠르게 간다고 느끼는 거래. 같은 시간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서로 다르게 느낀다니 새로운 경험이 될 만한 일을 찾아야할까 봐. 미루기만 했던 운동을 시작해 볼까? 몸 건강뿐만 아니라 정신의 건강도 신경 써야겠어. <어른의 생각>부분을 읽는 동안 엄마는 꼰대로 늙고 싶지 않다고 생각했거든. 어른이라는 이름은 다른 사람이 “어른답다”고 말해줄 때에야 비로소 빛을 내는 거야. 그것이 어른이라는 이름이 가지는 무게일 것 같아.


 그렇다면 ‘어른답다’는 것은 뭘까? 삶을 스스로 결정하고 책임져야 하는 어른도 가끔 위로받고 싶을 때가 있단다. 청소년인 너희들은 자신을 약자라고 생각하고 어른에게 상처를 받는다고 생각하지만 어른도 너희들에게 상처를 받을 때가 많아. 그럴 때 투정을 부리거나 소리 내어 울어버리면 어른답지 못하다고 하겠지? 너희들이 엄마에게 이것저것 묻는 것처럼 엄마도 누군가에게 묻고 싶을 때가 있어. 지금 잘 살고 있는 것인지, 지금처럼 살아도 되는 것인지. 주어진 역할을 충실히 하고 나름대로 열심히 살아왔다고 생각하지만 누구도 나에게 잘 살고 있다고 말해주지 않으니 잘 살고 있는 건가 싶었거든. 마침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어른의 마음>부분을 읽었는데 위로를 많이 받았단다. 살아오면서 아프기도 했고 속상한 일도 많았고 실패를 경험하기도 했지만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고 나를 데리고 살았다는 건 잘한 일이라는 표현이 있었어. 지금 이대로 살아낸 자격증을 가지고 있다는 말은 남은 인생도 잘 살 수 있을 것 같은 힘이 되더라. 앞으로 자주 “잘 살았다.” “살아내느라 고생했다.” 스스로 칭찬을 해 줄 거야.


 어른답다는 건 너그러워지는 것! 엄마는 그렇게 정의를 내려 볼까 해. 나이가 들어가는 만큼 마음의 자리를 넓혀가는 거지.


 <어른의 지식>부분을 읽고는 나 자신에 대해 돌아보게 되었어. 최근 엄마가 주변인들과 가장 많이 나눈 대화는 부동산에 관한 이야기야. 누가 어디에 집을 샀는데 얼마가 올라서 돈을 얼마 벌었다는 그런 얘기들을 주고받았지. 그런 얘기를 하다 보니 자신이 점점 초라해지는 것 같더라. 다른 사람의 인생과 비교하면서 행복지수를 떨어뜨리고 있었던 거야. 그런데 우리 눈에 잘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작은 기생충에게서 만족을 배울 수 있대. 생각만 해도 징그럽게 느껴지는 기생충은 해가 되기는커녕 오히려 이로운 존재라고 하더라구. 알레르기에 효과가 있을 뿐만 아니라 소식을 하는 생명체로 서로 싸우지도 않는다고 해. 학벌, 나이, 외모에 따라 차별하는 인간과는 정반대라고 하니 기생충 같은 인간이 되어야 할 것 같아. 표현이 좀 그렇지? 


 기생충과 비교해서 ‘나’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보았어.더 많이 갖고 싶어 하는 마음을 버리고 다른 사람과의 차이를 인정하는 것이 더 행복해지는 방법일 것 같아. 나에게 주어진 것에 만족하고 더욱 감사해야지. 어쩌다 어른이 된 엄마는 아직도 자라는 중이야. 마음을 키우는 일이 더 어렵구나.


 제 밥그릇을 챙겨야 할 나이가 되면 밥벌이의 고단함을 알게 된단다. 물론 너희들이 가지고 있는 삶의 고단함도 있겠지만 스스로 밥을 벌어먹는다는 건 다른 무엇보다 만만치 않은 일이거든. 그래서 쉽게 지치고 삶의 의미를 잊게 되기도 해.


 엄마는 어쩌다 어른이 되었다고 말하지만 너희들은 훨씬 멋진 어른이 될 준비를 하면 좋겠어. 드넓은 바다를 전진하는 항해사처럼 인생이라는 방향키를 제대로 잡고 앞으로 나아가길 바라. 책을 읽는 동안 너희들에게 꼭 전해주고 싶은 말이 있었는데 항상 기억해 주렴.


  오징어튀김을 먹었을 때 튀김옷 속 오징어가 생각한 것보다 작아서 아쉬웠던 적이 있었지? 책에서는 ‘포장마차 오징어튀김 이론’이라고 표현했더구나. 튀김옷 안의 오징어가 작으면 오징어를 키워야 하는데 튀김옷을 두껍게 입혀서 겉으로 보기에만 그럴듯하게 커다란 오징어튀김을 만들어 낸 거지. 그처럼 너희들이 가진 시간과 노력, 정성, 열정, 돈 등을 타인에게 보여주고 싶은 모습에 쓰지 말고 너희 자신이 행복한 모습으로 살면 좋겠어.


 언제라도 너를 사랑하고 살았으면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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