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엄숙하고 외로운 직무에 대해
고등학생이 된 아들은 주말에도 가방을 메고 집을 나선다.
“언제 올 거니? 저녁은 집에 와서 먹을 거야?”
“봐서요. 다녀올게요.”
성의 없는 대답이 돌아온다.
초등학교에 다닐 때만 해도 귀찮을 정도로
“엄마, 언제 와? 빨리 와.”
나를 졸라댔는데
"일찍 와. 오늘은 같이 저녁 먹자."
이제는 내가 졸라대고 있다.
아들은 어느 새 훌쩍 자라서
새장 문을 열고 포로롱 날아가 버렸다.
돌아보면, 나도 그렇게 자랐다.
어쩌면 나는 더 무심한 딸이었는지도 모른다.
어둠이 왔을 때야 빛난다고 느끼는 달은
그 존재를 잊고 있는 낮에도 항상 있다.
부모님의 사랑을 필요할 때만 알아챘던
그 미련함처럼, 낮달의 존재를 가끔 잊고 살았다.
가슴이 저려서
품에 꼭 안았던 시 한 편이다.
지금의 나는
부모님이 살아계신다고 하는 사람이
세상에서 제일 부럽다.
낮달처럼
언제나 곁에 있었던
부모의 사랑,
그 엄숙하고 외로운 직무에 대해
나는 아직도 배우고 있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