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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골책방 Sep 01. 2019

부끄러워서 씁니다

글쓰기의 다짐

책만 읽는 바보였던 내가

글쓰기를 넘보고 나서부터

내 속에 이렇게 많은 이야기가 있었나

새삼 놀랐다.     


수많은 단어와 문장들을

요리조리 깎고 다듬고 바꾸어서

글로 만들어보는 일은

몸치박치인 내가 그나마 할 수 있는 춤이고 노래인데    

 

그것을 누군가에게 보이는 일은

며칠 감지 않은 머리로 외출하는 것보다

양치질 하지 않고 뽀뽀를 할 때보다

구멍 난 양말을 들킨 민망함보다

더, 더, 더 부끄럽다.     


그렇지만 나는

지난번에 쓴 글이 너무 부끄럽기 때문에

또 다시, 쓴다    


브런치의 글들을 읽다 보면

글을 잘 쓰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

질투와 시샘으로 배도 아프고

실망과 좌절로 무릎이 꺾이기도 하고

더 잘 쓰고 싶은 욕심이 스멀거리기도 한다.

     

그런데 오늘

이기주 작가의 <글의 품격>을 읽고 알았다.  

   

글쓰기에서 지나친 욕심은 모든 화禍의 근원으로 작용한다.

머릿속에 맴도는 생각을 문장으로 전환하는 것이 글쓰기의

근간인데, 무조건 잘 써서 독자의 시선을 단숨에 사로잡겠다는

과욕이 앞서다 보면 자칫 어깨에 힘이 들어가기 마련이다.


문향은 쉽게 부스러져 흩날리지 않는다.

독자의 마음속으로 고스란히 배어든다.

그곳에서 지지 않는 꽃이 된다.


작가는 서문에서

세상 모든 것에 나름의 격格이 있듯

글에는 文格문격이 있다고 했다.

<글의 품격>을 덮은 뒤

글을 쓰는 손끝에서 돋아난 문장이

소중한 이들의 가슴에 가닿았으면 좋겠다고.

문장의 물결이 글을 쓰는 사람의

진심을 실어 나르기를 바란다고 하였다.   

  

덤덤하게 글쓰기를 조언하는 작가의 글을 읽으면서

나도 진심을 얘기해 보고 싶어졌다.


나의 문장이 향기를 갖고

누군가의 가슴에 가 닿아서

꽃으로 핀다면 좋겠다


부끄럽지 않은 글을 쓸 때까지 쓰고, 또 쓰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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