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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보현 Feb 09. 2021

what happened to 책방노랑 20,21

연휴를 까먹고 책 주문을 까먹고

80년대생으로 사교육 시장에 갇히지 않고 나름 자유로운 몸으로 국민학교 시절을 보낼  있었던 이유는 끈질기게 바둑학원을 다녔기 때문이다. 한국 기원에서 일하시던 친척분의 권유로 바둑을 시작했다. 방학 때면 학원 대신에 서울로 바둑 캠프를 갔다. 유명한 프로 기사들도 보고 사인도 받았다. 프로 기사가 되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 누군가 이기고 싶었다. 여자라는 이유로 나는  사람에게  오래 미움을 받았다. 나를 낳은 엄마도 함께 미움을 받았고 나는 복수하고 싶었다. 할아버지는 친척 오빠들 사이의 나를 미워했고,  밥상도 따로 쓰게 하셨다. 작은 것에도 트집을 잡고 혼내셨고,   잘못을 엄마탓으로 돌렸다. 그런 할아버지가 바둑판 앞에 나를 앉히셨다. 바둑 대회에서 작은 상을 받은 이후였다. 명절 때마다 할아버지가 나를 부르기를 기다렸고, 멋진 수를 두고 싶었다.  이후로  년은 내가 백돌을 잡았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나는 바둑 학원을 그만 뒀다.
 
오늘은 오전에는  권의 책을 읽었다. 오후에는  분이 예약도서를 찾아가는 5분을 제외하고는 계속 책을 읽었다. 손님은 없지만 다리를 동동 거리면서 책을 읽고 있다. 너무 재밌다. . 어쩜 다들 이렇게나 글을  쓸까. 재밌어. ~ 혼자 동동 거리면서 책을 읽고 있다가  주문 관련해서 도서 도매창을 열었다. 도서가 출고가 안됐다. 어제 이미 마감 됐다고 한다. 설연휴. 그걸 몰랐다. 도서 배송이 멈췄다니. 설연휴에 책방 열기로 했다. 연휴에 맞춰서 주문한 책들을 기다리면서 설렜는데 책들을 선보일 연휴를 얼마나 기다렸는데. 어리버리 책방지기는 이렇게 대형사고를 쳤다.
 
나는  바둑판에서 어리버리였다. 똑똑하지 못했다.  수에도 들뜨고, 흔들거렸다. 가벼웠다. 바둑을 두면 어린 나이에도 나의 단점을   있다. 그렇지만, 나는  단점을 20 넘게 고치질 못했다. 오늘  단점을 떠올리며 바둑판 앞에 앉아 있던 어린 나를 떠올린다. 나는 정말 할아버지에게 복수하려고 바둑을 뒀었을까? 그렇게라도 할아버지와 마주하고 싶었던건 아닐까.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었다.
 
책방노랑 설연휴동안  열어둘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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