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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보현 Sep 11. 2020

책을 다루는 힘

강민선 작가의 ‘상호대차’를 읽고

나는 미국의 조그만 마을의 조금  도서관에서 일을 했다. 인구 2만명도 되지 않은 조그만 마을에 비해 조금 크고 제법 멋있게 지어진 도서관이었다.  문헌정보학을 전공하지 않았고 사서자격증을 소지 하지도 않았지만, 인력이 부족한 곳인지라 약간의 다국어를 한다는 이유로 뽑히지 않았나 싶었다. 한국어, 독어, 불어, 일어, 중국어등의 책들이 있는 국제도서부에서 일을 했다.

 내가 하는 일은 대충 이러했다.


-언어별로 들어오는 펀드를 분할해서독일, 한국, 프랑스 등의 도서도매업체에 주문하는 . 들어온 책들을 영어로 번역해서  자리를 찾아주고 바코드 작업을 하는 .


-마을에 사는 외국인들에게 메일을 보내서 도서 주문을 받는 .(나는  일이너무 재밌었다. 메일의  두줄만  주문 관련이고 나머지는 마을과 자신의 모국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시시콜콜한 이야기들도 전부 쏟아내고 있는 사람들에게 정이 갔다. 나도 외국인이니깐. 그게 바로 외로움이니깐. )


- 책과 비대출책을 폐기하고 책장에  책을 넣는 .( 일은 위에 일처럼 즐겁지 않았다. 나의 부족한 책교양과 지식으로 누군가  읽어야할 책들을 책장에서 사라지게 할까봐. 타국에서 누군가가 찾는 모국어 책을 내가 폐기할까봐  조심스러웠다. 그러나 결국은  책을 꽂아야 한다는 이유로 나는 많은 책들을 폐기 상자에 넣었다)

 도서관에서 일하던 기억들과 조금 남아있는 미안함을 다시 생각나게 한건 책벗에게 소개받아 오늘 읽은 강민선 작가의 <상호대차>이다.  권의 책을 작가 개인의 경험을 바탕으로 소개한다. 작가가 소개하는  권의 책들 중에 다섯 권은 이미 절판된 책이고, 혹시나 해서 오늘 검색해   권은 중고도서시장에서 원가보다 다섯  이상의 가격을 부르고 있다. 작가는 절판된 책을 도서관에서 대출하거나 ‘상호대차 이용해서 읽는다고 한다.

 글쓰기에서 호흡을 중요시 생각한다는 작가의 글이 나와 억양도, 속도도 통하는지 아주  읽히지만, 여러  끊어 읽게 한다. 작가가 보여주는 책을 다루는 모습 때문에. 김연수 작가의 <7번국도> 1997년판이 도서관 어디에 꽂혀 있는지 모든 감각을 이용해 기억해내는 작가의 모습. 도서관 대출 대기가 길었던 독립출판 도서를 반갑게 받아들고  근처 까페에 앉아 겉표지부터 하나하나 쓰다듬는 작가의 모습. 절판된 책들을 오래된 일기장과 기억을 꺼내어 독자에게 나눠주는 모습. 세상에서  빛을 보지 못하고 절판된 책들을 위로하고  이름을 불러주는 작가를 보면서 잠시 내가 책을 다루는 모습을 비교해본다.   함부로 책을 다뤘구나.

 강민선 작가는 ‘상호대차라는 도서관  장서 교환대출 프로그램을 보면서 결코 책이  사람에게 소유 되는 것이 아님을 보여준다. 장소와 주인을 따라 이동하는 .  책들을 통해 인생을 관통하는 힘이 생긴다고 이야기한다. 나에게도 많은 책들이 인생을 알려주고 힘을 줬지만 그것을 대하는 태도가 많이 부족했음을 느낀다. 초판만으로 묻혀져버리는 양서를 찾는 힘을 기르고 싶다.  책에게 자리를 양보해야하는  책들을 지켜내고 싶다. 타국에서 모국어가 아닌 언어로 외로움과 싸우는 이들에게 힘이 있는 책들을 권하고 싶다. 안목과 힘을 기르는 훈련을 해야지 한다. 책을 다루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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