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년 봄날의 도쿄 산토리홀
산토리홀에 다녀온 건 순전히 낯익음 때문이었다.
공연 프로그램지에 실린 클래식 연주자들의 프로필에 종종 등장하던 산토리홀은 가보지 않았지만 왠지 익숙한 곳이었다. 카네기홀처럼 무대에 서는 게 이력이 되는 명성 있는 공연장이란 느낌이 들었다.
한 번의 방문으로 다 알 수 없지만 청중의 입장에서 받은 산토리홀의 인상을 정리해 보았다.
구조
일본 최초의 빈야드 스타일 공연장으로 무대가 홀 중심에 있고 주변을 경사진 형태로 에워싸고 있다. 의자는 두꺼운 매트릭스처럼 착석감이 좋았고 촉감이 부드러운 재질로 이루어져 있었다. 의자 앞뒤폭도 여유 공간이 충분해 관람하기에 편안했다.
음향(어쿠스틱)
무대와 근접한 RA5 좌석에서의 피아노 협주곡(오케스트라 2관 편성) 기준으로 설명하자면 피아노 소리와 관악기의 소리가 관현악단에 묻히지 않고 뚜렷이 들렸다. 지근거리에 있음에도 팀파니의 최대음에 불쾌함이 없었으며 오케스트라의 다이내믹이 명확하게 구분되었다.
롯데콘서트홀의 소리가 공간에서 계속 도는 느낌이라면, 산토리홀은 잔향이 없지만 그렇다고 드라이하지도 않았다. 심미적으로도 아름다운 음향 보조 반사판으로 추정되는 것이 여러 개 달려있던데 높낮이를 조절하여 반사음을 조절하는지는 모르겠다.
무대운영
눈에 띄는 몇 가지를 꼽자면 먼저 악장과 첼로 주자들은 단원들과 다른 의자를 사용했다. 연식이 되어 보였는데 높낮이 조절이 가능한 의자로 보였다. 그에 반해 콘트라베이스 주자는 하이 체어도 아닌 일반 의자를 사용해서 의아했다. 한편 관악기 주자 발밑에는 A4 크기의 흰색 종이가 놓여 있었는데 알고 보니 침을 받아내는 종이더라.
무대배치 변경을 위해 인터미션 간 피아노를 퇴장시키는데 오케스트라 의자를 한쪽으로 치우더니 특정 라이저만 조절해 길을 냈다. 무대 정면에서 보면 피아노가 퇴장한 것처럼 보이는데 실상은 하수 문 앞에 놓여 있더라. 인터미션 남은 시간을 무대 정면에 표시해 두어 화장실 갈 타이밍을 잴 수 있게 하는 건 굉장히 유용해 보였다.
조명 암전도 나름의 규칙이 있었다. 악장이 나와 첫 번째로 관악기 튜닝을 지시하고 뒤이어 현악기 튜닝을 지시한 후 현파트가 A음을 낼 때 조명이 암전 되었다. 튜닝까지도 무대 연출의 일부로 포함하는 모습이 멋들어졌다.
하우스 운영
티켓 창구나 객석 입구 앞에 있는 안내원(어셔)들은 전반적으로 친절한 태도로 응대했다.
티켓 창구는 홀 바깥쪽에 마련되어 있었고 전화 예매티켓과 초대 티켓은 별도 공간해서 관리하고 있었다. 홀 중앙엔 외투와 짐을 보관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었는데 국내 공연장과 비교해 인력이 많이 배치되었고 분주하게 움직이면서도 서비스를 받는 느낌이 들었다. 물품보관함을 넓게 쓰기 위해 티켓 창구를 야외로 내놓은 공간활용 측면에서 효율적이겠으나, 날씨가 사나울 땐 티켓 창구를 어떻게 운영할지 궁금했다.
공연 시작까지 30분 정도 남아 1층 기념품샵을 들렸더니 문은 열렸지만 불은 꺼져 있었다. 주변 안내원에게 물어보니 상황 파악이 필요한 듯 선임 안내원에게 물었고 영어 소통이 가능한 안내원이 와서 내일은 열려 있을 테니 몇 시쯤 방문할지를 물었다. 토요일 오후 2시 공연이 있으니 1시까지 도착하겠다고 말했는데 내가 오는 시간엔 꼭 열어두겠다는 듯한 태도로 응대하여 고마우면서도 괜히 미안했다.
공연장에 들어와서 발견한 사실 중 하나는 휴대폰이 터지지 않는 것이었다. 이런 기능의 유무를 듣기만 했지 실제로 경험한 건 처음인데 관객과 연주자 모두 몰입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하루빨리 국내 공연장에도 도입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