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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랑망고 May 17. 2023

눈길을 사로잡는 영혼의 내기, 연극 <파우스트>

<파우스트> LG SIGNATURE 홀


눈을 떼려야 뗄 수 없도록

아예 눈을 없애버렸다.



파격적인 포스터는 마치 무서워도 궁금해서 보게 만드는 스릴러 영화처럼 눈길을 사로잡았다. 그리고 괴테의 희곡 <파우스트>에 대한 정보라곤 1도 없는 나의 발길을 공연장으로 이끌었다.


파우스트 포스터


수요일 오후 3시 공연이라 그다지 붐비지 않을 거라 생각하고 공연 전날까지 예매를 미뤘는데 웬걸 남은 좌석이 없어 꼭대기 가장 끝열에서 보게 되었다.


공연장 내 촬영 불가로 꼭대기 좌석뷰 대신 올리는 꼭대기 로비뷰


무대세트와 소품이 여럿 있었지만 거대한 반원형 스크린에 가장 먼저 눈이 갔다. LED 영상은 보통 시시각각 변하는 배경 효과로 사용하곤 하는데 이 공연은 무대라는 한정된 공간의 한계를 확장시켰고 연결 짓는데 횔용하였다. 이원생방송을 하는 것처럼 무대 위 배우와 영상 속 배우와 대화하는 연출을 통해 극의 효과가 아닌 엄연한 주요 장치로서의 역할을 하였다.


연출장치로서의 의미와는 별개로 젊은 파우스트(박은석)와 그레첸(원진아)의 사전 녹화된 영상 속 모습과 무대 위 모습의 톤과 결이 왠지 맞지 않는 느낌이 들었다. 공연 회차를 거듭하며 연기적으로나 체력적으로 변화가 있었기 때문일까 싶다. 매체에 얼굴을 종종 비춘 배우들이라 영상 연출을 접목한 연극에 강점을 보일거란 기대가 있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오늘의 캐스트 (참고로 원캐스트)


메피스토(박해수)는 운동 경기의 플레이메이커처럼 극 전반을 끌어갔다. 이야기를 전개하고 허를 찌르는 유머 코드를 선보일 때, 위기가 발생하고 절정에 다다를 때 등 갖가지 상황에 따라 극의 선두에서 그리고 뒤편에서 전천후 활약을 이어갔다. 물리적으로도 동선을 넓게 사용했는데 1층 출입구에서 객석 통로를 지나 무대 위로 올라오는 장면이 여럿 있었다. 보통 VIP석으로 분류되는 무대와 적절한 거리의 중앙 좌석 예매자들이 등뒤에서 등장하는 배우들을 보느라 고개를 이리저리 돌리는 모습이 왠지 오묘했다.


공연장 객석 통로 대신 로비 원형통로


일부 리뷰에서 영상 때문에 멀미가 난다, 조명에 눈이 아프다는 의견이 있었는데 내가 앉은 좌석에선 거슬리지 않았다. 다만 오페라글라스를 통해 발견한 파우스트 책상 위에 있던 아이맥의 존재 의미는 아직까지도 찾지 못했다.


3시간 연극을 보고 나왔는데도 한참 밝았던 저녁 6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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