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고가게스러운 이야기
나에게는 플래너를 쓰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현재의 시간을 잘 관리하여 계획한 미래에 다다르기 위해서, 그리고 기억에서 사라지는 과거를 기록으로 남겨두기 위해서.
시간 기록과 함께 꾸준히 작성했던 것이 감사일기였다. 보통 잠자리에 들기 전에 쓰곤 했는데 긍정적인 생각으로 하루를 마무리하면 뇌에서 그날을 긍정적으로 인식한다고 누군가 말했던 것 같다. 감사는 겸손과 지혜가 있어야 가능한 것이라 느낀다. 이 결과가 나의 잘남이 아니라는 겸손, 이 상황이 진정 고마운 일이라는 걸 깨닫는 지혜가 있어야 감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감사일기는 그 소양을 갖추는 연습 과정과도 같았다.
그러던 어느 날 저녁, 킴벨과 대화를 나누는데 이런 이야기를 해주었다.
내가 보기에 그대는 가진 능력이 많은데
항상 부족한 부분을 채우는 데 몰두하는 것 같아
생각할수록 고개가 끄덕여졌다. 내가 나를 보면 채워야 할 것 투성이었기 때문이다. 누군가 “너는 그걸 잘해”라고 말하는 분야를 나는 보통 수준이라 여겼고, 남들처럼 하는 영역은 부족한 수준이라고 느꼈다. 그러다 보니 부족함을 채워야 할 영역이 산재해 있었고 이를 실행할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시간을 관리했던 것이다.
이러한 시각에서 감사일기를 썼던 동기를 다시 분석해 보면 겸손 연습이라기보단 역량 부족이라 느꼈기 때문일 수도 있겠다. ‘이건 운이 좋았던 거지’, ‘그렇게 되어 천만다행이야’라는 생각으로 후자의 생각에 의거하여 감사일기를 썼다면 완전히 다른 이야기가 되는 것이긴 하다. 좋은 의도로 시작했는데 스스로를 위축시키는 결과를 만든 꼴이 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의 생각을 정리하고 보니 사태가 심상치 않음을 느꼈다. 수년간 이어온 감사일기보다 더 중요한 무언가가 필요함을 직감했다. 그리서 내린 결론은, 지금 가장 필요한 건 나의 장점을 내가 알아주는 것이었다. 내가 가장 잘하는 꾸준한 기록을 접목하면 되겠다고 생각했고 킴벨도 좋은 생각이라고 동의해 주었다.
내가 어떠한 장점이 있는지 헤아려 보는 건 참으로 낯선 일이다. 장점으로 분류할 나만의 기준을 재설정하는 과정도 필요했다. 가만히 고개를 들어 킴벨이 그동안 내게 해준 말들을 떠올려보았다. 그리 대단한 것으로부터 시작할 필요는 없겠다고 느꼈고 하루를 되돌아보았다.
나는 배려심을 바탕으로 사람들과 대화하기 때문에 그 시즌에 휴가를 내는 것이 양해가 가능했다
회의실에 키세스 초콜릿을 놓아 참석자들의 마음을 열고 긴장감을 푸는 멘트와 박수로 편안한 분위기를 조성하여 미팅을 원활히 이끌었다
J형의 결혼을 축하하고 싶은 마음을 담아 축의금을 건네고, 오랜만에 만난 D형에게 반가운 마음을 담아 보고 싶었다는 말을 건네며 진심을 표현했다
사람들과 비교하여 우월한 점을 장점이라 말하곤 한다. 비교하면 판단을 내리기 쉬우니까. 틀린 말은 아니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장점을 발견하기 더 어려워진다. 어느 그룹 안에서는 내가 제일 잘하는 것 같다가도 일상에서 만나는 사람들, 사회생활, 그리고 온라인 소셜미디어를 보면 나보다 더 특출 나게 하고 있는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 보편적 장점의 정의를 살짝 틀어보았다. 나만의 언어로 정리한 장점이란, 나 또는 남의 능률을 발휘할 수 있게 해주는 것, 곧 에너지의 원천이 되는 모든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나의 A라는 성품이 발휘될 때 주변 사람들이 편안해한다
나의 B라는 스킬이 사용될 때 내가 일을 추진할 의욕이 생긴다
2월부터 장점일기 쓰기를 시작했으니 아직 보름도 채 지나지 않았다. 일단 1분기는 꾸준히 해보려고 하는데 나를 돌아봐주고 이해해 주고 인정해 주는 이 과정의 끝 어떤 모습일지 참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