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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이 왔다, 또

망고가게스러운 이야기

by 노랑망고

와버렸다.

매해 초대한 적이 없는데 어느샌가 성큼 다가왔다.


그는 자신이 언제 방문할 것인지 정확히 예고한다.

그럼 그때 맞춰서 찬찬히 준비하면 되는데, 마치 연락 없이 불쑥 찾아온 손님처럼 당황스럽고 경황이 없다.


그렇게 그를 집 안으로 들여보내면 주변이 더 난리다.

어떻게 가만히 있을 수 있냐며 이것저것 준비하고 사람들을 불러 모은다.


그럴싸한 계획들과 제안들을 모인다. 하나둘씩 쌓인다. 차고 흘러넘친다. 과해진다.

매일, 매주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해야 한단다.

중요한 건 더하는 게 아니라 덜어내는 거라고 설명해도 의욕을 꺾을 순 없다.


(자체 심리분석 결과, 연말 분위기에 젖어 잠시 망각했던 지난해의 아쉬움이 1월을 맞이하는 순간 한꺼번에 몰려와 완고한 계획 더미들로 표출된 듯하다)



타협안을 제시했다.

그건 해봤는데 안된다고 단언하는 말보다 반감을 줄이면서 격 있게 조언했다.


격을 붙여 보자,
네가 세운 계획들 앞에 매 대신 격을


격일, 격주, 격월

여지를 만들어 주고 싶었다.

숨 쉴 공간을 만들어 주는 것이다.


여전하지만 새로운 그와의 만남 동안

스스로를 향한 실격의 매를 내려놓고

스스로에게 감격을 누릴 자격이 내겐 있으니까




격년에 걸쳐 격 있게 읽고 있는 <일의 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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