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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랑망고 Mar 04. 2022

첼로 공연 관람 전에 알았으면 좋았을 것들

<히사이시 조 with 첼로댁> 롯데콘서트홀

한창 버킷 리스트를 작성했던 시절이 있었다. 목록에서 빠지지 않았던 것 중의 하나가 첼로 배우기였다. 접할 기회가 많지 않았는데도 매번 심장이 저리는 듯한 감동을 주었기 때문이다. 그게 공연장 무대 위 프로 연주였던, 갓 배운 학생의 찬양팀 교회 반주였던 말이다.


2011년도 나의 버킷리스트. "2년 후에 첼로 배우기"가 눈에 띈다.


2021년 연말이 다가오고 있었다. 의미 있게 보낼 방법을 고민하다 공연 직관을 떠올렸고 첼로라는 단어가 들어간 공연명이 내 눈을 사로잡았다. 히사이시 조 with 첼로댁. 히사이시 조의 음악을 몰랐지만, 첼로댁 님에 대한 정보는 없었지만 첼로가 메인 공연이라는 사실 하나만으로 예매할 이유는 충분했다. 그렇게 롯데콘서트홀에 갈 날을 기다렸다.



'재밌었지만, 아쉬움이 남는다'



공연장을 나서며 든 감상을 한마디로 정리해 보니 그랬다. 이는 첼리스트의 역량과는 무관했다. 첼로댁님의 유튜브를 보며 공연에 대한 기대감은 날로 더해졌기 때문이다. 결론을 내린 결과, 첼리스트의 역량을 만끽하기에 적합한 공연 형태나 환경은 아니었다는 것이다. 같은 실수를 방지하기 위해 첼로 공연 관람 전에 알아야 할 것들을 정리해 보았다.


1. 공연의 구성

첼로 연주자의 독주 리사이틀인가, 현악기와 함께하는 실내악인가, 오케스트라와 함께하는 콘체르토인가에 따라 첼로의 존재감에는 확연한 차이가 있다. 주목하고 싶은 부분은 오케스트라와 함께하는 첼로 콘체르토(협주곡) 구성의 특징이다.


본 공연은 밀레니엄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함께하는 공연이었는데 주 선율을 첼로가 연주는 형태였다. 문제는 첼로 소리가 잘 들리지 않았고 확성용으로 보이는 마이크가 설치되었음에도 소리가 힘 있게 뻗어 나오지 못했다. 중저음으로 분류되는 첼로 소리가 오케스트라와 함께 연주하면 소리가 묻혔기 때문이다. 첼로 콘체르토 공연 시 작곡가나 오케스트라 지휘자가 각별히 신경 쓰는 지점이기도 하다.


애청하는 클래식 팟캐스트 클래식빵에서도 비슷한 내용을 언급한 적이 있다. 바이올린처럼 화려하고 힘있는 음색이 없으니 협주곡 특유의 팽팽한 긴장감이 덜할 수밖에 없다며 여타 솔로 악기에 비해 첼로 협주곡의 수가 많지 않은 이유라고 했다 (클래식빵 110회 첼로가 협주곡에 약한 이유)


2. 관람 장소의 특징

연주홀과 관람좌석의 위치 또한 관람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 클래식 연주홀의 경우 기본적인 울림을 지향하지만 연주홀에 따라 정도의 차이가 있다. 개인적으로 롯데콘서트홀의 음향은 어느 좌석에서나 충분한 잔향을 감상할 수 있지만, 악기 편성이 많고 다양할 땐 소리가 뭉개지는 느낌이었다. 듣고 싶은 소리가 오케스트라의 블렌딩이라면 문제 될 게 없지만, 첼로의 소리를 기대했기에 아쉬움이 컸다. 생각해 보니 연주자나 합창 단원들도 롯데콘서트홀 무대 연주 시 서로의 소리를 들으며 연주하기 힘들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합창석에서 바라본 무대. 지휘자의 손짓과 표정을 정면으로 볼 수 있다

관람 좌석 또한 공연 감상에 큰 영향을 미쳤다. 본 공연을 합창석에서 관람했는데 아무래도 첼로와 관람석 사이 오케스트라가 위치하다 보니 첼로 소리를 온전히 듣기 어려운 게 사실이었다. 다만, 오케스트라 지휘를 감상하고 싶다면 이보다 명당은 없다. 특히 백윤학 지휘자의 춤추는 듯한 지휘는 클래식 감상의 새로운 방법을 제시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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