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모테트합창단 헨델의 메시야>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
사람들은 언제 연말이 왔다고 느낄까? 퇴근길 지나치는 건물마다 알록달록 전구 장식으로 뒤덮였을 때? 어느새 카페 배경음악이 캐럴 음악으로 바뀌었을 때? 개인적으론 내 생일이 며칠 남았나 세어볼 때, 그리고 언제 메시아 공연을 하나 찾아볼 때 연말이란 걸 느낀다.
서울모테트합창단의 메시아 공연을 보러 예술의 전당으로 갔다. 코로나 상황에서 현장 직관, 그중에서도 합창 공연은 드물기에 더욱 귀하게 느껴졌다. 오랜만에 들어선 대극장. 방역 셧다운 방침에 따른 밤 10시 운영 제한으로 곡 일부가 생략되었다는 안내문구가 날 맞이했다.
제1부. '코로나로 할렐루야 싱어롱은 가능하려나?’라는 걱정과 아쉬움 속에 시작된 무대는 마스크를 쓴 합창 단원의 모습을 보고선, 공연이라도 볼 수 있음에 대한 감사함으로 바뀌었다.
제2부. 아무래도 마스크 때문인지 합창 소리가 2층 객석까지 시원스레 전달되진 않았다. 32년 역임 박치용 상임지휘자의 섬세한 지휘가 특징이란 합창단 소개를 몸소 체감하기엔 아무래도 제약이 있었다.
제3부. 그냥 넘어가지 않을까 걱정했단 할렐루야의 익숙한 도입부가 연주되고 관객들 모두가 일어나 이 시간을 함께했다. 이전만큼 부를 순 없는 지금 또한 소중한 시간임을 말하지 않아도 서로 알고 있었다.
그로부터 며칠 후..
메시아는 들었지만 아무래도 아쉬움이 남아 스마트 TV로 메시아 공연을 검색했다. 내 눈과 귀를 사로잡은 건 King’s College Choir의 메시아 공연(1994)이었다.
Boy’s Choir의 매력 - 변성기 직전의 미성, 여성 음역대가 가능한 카운터테너, 푸릇푸릇한 테너베이스 - 의 집합체이자 영상 콘텐츠의 핵심인 볼거리 - 카메라 각도와 전환, 고화질(94년도 촬영본이 720p라니), 집중하는 관객, 곡별 삽화 - 까지 갖추었다. 당시 지휘자 Stephen Cleobury(1948-2019) 또한 37년이나 합창단을 지휘했다고 하니 모테트합창단이 생각나면서 더욱 흥미롭게 느껴졌다.
해당 영상의 업로드 시기가 2021년인 걸 보면 코로나 온라인 공연관람 흐름에 맞춰 고화질 원본을 공개한 듯 한데, 이로 인해 나만의 헨델의 메시아 최고의 무대 1순위가 변동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