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올해를 채운 말, ‘다시 사랑한다 말할까’

박보검처럼 피아노 치기 8화

by 노랑망고

어느 날, 내가 사용하는 음악스트리밍서비스 애플뮤직에서 결산 리포트를 보내주었다. 요청한 적이 없는데 생각해 보니 지금은 12월이었다.


12월은 왠지 모르게 뒤숭숭한 달이다. 끝내 마지막을 마주해야 하는 때이면서 한 해의 결산과 다음 해의 계획을 동시에 해야 하는 때이다. 그 와중에 생일은 이 달 중순 즈음이라 마음이 더 싱숭생숭할지도 모르겠다.


여하튼, 올해 첫 결산 리포트를 받아 들었다. 가장 많이 들은 곡을 살펴보는데 이 노래가 1순위로 꼽혔다. 바로 김동률의' 다시 사랑한다 말할까'. 올해 이 곡을 처음 들은 게 바로 전 달인 11월인데 가장 많이 재생된 곡으로 집계된 걸 보면 피아노 레슨 과제를 참 열심히 했다는 생각이 든다.


1위는 김동률의 곡이고 3위는 첫 레슨 곡인 김범수의 '보고 싶다'였다


<박보검처럼 피아노 치기>를 목표로 삼고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한 지도 두 달. 보통 수업 교재로 노래 하나를 선택하면 2주 간에 걸쳐 배우는데 이 곡은 배운 지 4주 째이다.


코드에 맞게 보이싱을 하고, 그 코드를 확장하여 양손으로 반주하는 연습. 이어, 피아노 외에 기타나 스트링 만으로 채워진 구간을 피아노로 표현하며 동시에 새로 접하는 이론들을 공부하다 보니 수업 회차도, 스트리밍 회수도 함께 늘어났다.


하나의 곡 안에 가르칠 내용이 많다는 건 그만큼 음악의 여러 요소들을 담고 있다는 뜻이다. 많이 담은 음악은 자칫 과하게 들릴 법도 한데 이 노래는 편안하다. 분석하려고 달려들지 않는 이상, 귀에 걸리지 않고 흘러간다.


이 부분을 마이너 2 – 5 – 1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악보 다섯 번째 마디부터 새로운 이론의 등장이다. 앞서 김범수의 ‘보고 싶다’에서 접한 투 파이브 원이 장조 메이저 진행이었다면, 이번 건 표기부터가 생소한 단조 마이너다 (Ⅱø7 → V7 alt → Ⅰ)


먼저, 투 파이브 원의 는 하프 디미니시(half diminished) 형태로 표기는 ø이고, 3도와 5도가 반음씩 내려간다. m7♭5라는 생소한 구조인데 들어보면 색채가 꽤 진하다.


1.jpg 5번째 마디 악보 캡처, 노란색이 투(Ⅱø7) 부분


김동률은 이 곡 도입부인 5번째 마디 C#코드에 하프 디미니시를 사용했다. 흥미로운 부분은 5음인 솔을 의도적으로 제외한 것이다. 코드상 있어야 할 ♭5음을 제외함으로써 마이너한 느낌을 덜 주기 위한 장치라고 선생님은 설명하셨다. 마이너 투 파이브 원을 쓰면서 마이너한 느낌을 덜 주기 위함이라… (시작부터 난해하다.)


다음, 투 파이브 원의 파이브는 얼터드 텐션(altered tension)이라고 부르는데 #과 ♭이 붙은 변형음을 사용해 긴장감 있는 사운드를 만든다. 상황에 따라 b9, #9, #11, b13 총 네 개의 텐션이 붙게 된다. 김동률은 이 곡에서 F#7 코드에 (#11) 텐션을 사용했는데 여기서도 흥미로운 점이 하나 있다. 상단 악보를 보면 텐션인 시#(=도)을 포함한 라#, 미를 연주한 후 뒤이어 F#7 구성음인 도#을 찍어준다. 텐션의 느낌을 가미한 연주라고 할 수 있다. (중간도 복잡하다.)


2.jpg 연두색이 파이브(V7 alt) 부분


마지막 1도는 마이너 7음이 오는데 이 곡에선 Bm7이 왔다. 오래간만에 편안한 코드다. 다만, 선생님은 가요에선 종종 마이너와 메이저 투 파이브 원이 혼합되어 사용되는 경우도 있다고 하셨다.

마이너 투 파이브 원, 마지막까지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다.


엑셀로 정리해 본 마이너 투 파이브 원 진행


거긴 슬픈 느낌이지만 과하지 않게요.

방금 그 부분은 조금 더 슬퍼야 할 거 같아요.

곡 작업을 하다 보면 프로듀서나 가수로부터 이런 요청을 받는다고 한다. 느낌적인 느낌을 알아듣고 표현하는 게 건반 앞의 연주자의 몫으로 남는다. 이것들을 지속적으로 가능케 하는 것들이 앞서 다룬 이론들일 것이다. 김동률의 ‘다시 사랑한다 말할까’는 그런 요소가 특히나 많은 곡이다.


얼마나 걸릴지 모르겠지만 하나씩 하나씩 열심히 주어 담아 보련다.






박보검이 김동률의 노래를 연주한 적이 있을까? 찾아보니 ‘감사’라는 노래를 음원까지 발매했더라.


<박보검의 칸타빌레>에서는 케이팝데몬헌터스 진우 목소리의 주인공 안효섭과 즉흥으로 노래하고 반주하는 장면이 잠깐 나온다. 다시 한번 그의 연주 센스에 감탄을 멈출 수 없었다.


https://www.youtube.com/watch?v=M2l7SC7KRZw&t=119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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