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마음은 줄리어드 Jun 09. 2020

뭐라도 10년은 해야

<아몬드>의 작가, 손원평의 인터뷰를 읽고

손원평의 청소년 소설, <아몬드> 일본어판이 일본 '2020 서점대상' 번역소설 부문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부러웠다. 한국에 베스트셀러를 찍더니 해외에서까지 인정받다니.


지금은 에세이를 주야장천 쓰고 있지만 소설 습작도 가끔씩 하고 있다. 내가 진정하고 싶은 이야기는 소설에 장치를 두고 숨겨 두면서 은밀하게 이야기하고 싶다. 할 이야기는 많지만 에세이로 드러내기엔 수치스럽고 부끄러운 이야기들마저 소설이라면 숨기면서 할 수 있겠다는 기대감이 있다.


2017년 11월,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이 년 반 전에 네이버 블로그를 열고 끄적거리던 시절이 있었다. 이 년 반을 쓴다고 썼지만 내 욕심에는 차지 않을뿐더러 지난 글들을 읽어볼 때면 글들을 폐기하고 싶을 만큼 부끄러운 글들이 많다. 그러면서도 한편, 서점에 신간으로 출시된 따끈한 책들을 보면, "나도 이쯤은 쓴다."라는 밑도 끝도 없는 거만한 생각이 들기도 한다. 특히 일기 형식의 책을 보면 '나도 일기 써서 묶어서 출간하면 되지 않나?'라는 생각도 한다. 사촌이 땅을 사면 배 아픈 격,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질투다. '글을 쓴 지 이 년 반이나 지났는데 지금 무슨 허튼짓 하는 거지? 돈도 안 되고 순 허튼짓이다.'라는 생각도 수도 없이 한다.


성공한 이야기꾼을 보면 타고났겠지 의례히 생각한다. 하지만 한국과 일본에서 인정한 이야기꾼, 손원평에게도 남모르는 10년이 있었다는 사실을 어제 신문을 보고서야 알았다. 


이 년 반 쓰고 나서 이년 반이나 썼는데 할 일이 아니다. 지금까지 지나온 시간을 네 번은 더 지나야 뭐라도 될까 말까이다. 다시 앞으로 보이지 않는 시간들을 쓰면서 묵묵히 채워나가기로 한다.

"그땐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 있었어요. 뭘 해도 잘되던 때라 금세 잘 풀릴 줄 알았죠. 그런데 이후 뭘 해도 안 되는 10년이 왔어요. 소설도 시나리오도 영화도 다 안 풀리니 자신을 의심하게 되더라고요. '난 재능이 없었구나'하고요." 스스로 증명하려는 몸부림으로 쓰고 또 썼다. 작업 시간이 1시간이라면 그중 40분은 '아무도 내 글을 원하지 않는데 내가 왜 쓰고 있니?' 하는 생각을 물리치는 시간이었다. 글 쓰는 게 괴로웠지만, 남들은 인정 안 해도 결과물은 남는다는 생각으로 묵묵히 견뎠다. 2013년 아이를 낳은 직후 더 많이 썼다. "아이를 재우고 나면 동화며 에스에프 소설이며 시나리오며 닥치는 대로 썼죠."                                    영화 '침입자' 손원평 감독과의 인터뷰, 2020년 6월 8일 자 한겨레

2020.6.9

새벽에 




작가의 이전글 새들도 돌아왔나 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