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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은 줄리어드 Jul 01. 2020

새롭게 보이기 시작한 것들

인간은 한적함 속에 있지 못하면 불행하다고 느끼지

작가와 책을 분리해서 읽는 이들도 많다. 하지만 내 머릿속에서 그 둘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이다. 책은 작가이고 작가는 책이다.


"우리는 결국 우리 자신일 뿐이기에 자신 안에 없는 것은 자신이 만든 작품 안에도 없다."라고 했던 오스카 와일드의 말을 나는 믿는다.


그래서 그런지 책을 읽으면 여지없이 그 책을 쓴 이의 살아온 궤적이 궁금해진다. 작가의 내밀한 일기, 자서전, 평전 등을 작품과 함께 읽는 걸 즐긴다. 작가의 생애에 대한 이해는 작품에 더 깊이 몰입할 수 있는 힘이 된다.


간디, 슈바이처, 카뮈부터 오바마에 이르기까지 한때 자서전을 탐독하던 시기가 있었다.

그러고 보니 일본 문학은 무라카미 하루키 빼고는 그다지 접해본 적이 없다. 더구나 일본 수필은 나쓰메 소세키의 <유리문 안에서>가 전부다. 그런 나에게 <나쓰메 소세키 - 인생의 이야기>라는 책이 왔다. 일본 작가의 인생 이야기를 듣기는 하루키 이후 처음이다.


한 시대를 살아갔던 한 사람의 인생에 대한 이야기를 펼쳐본다.


나쓰메 소세키는 죽음의 문턱을 넘은 사람이다. 투병 중 그는 손이 말을 듣지 않아 글을 쓸 수 없었다. 나중에 글을 쓸 수 있는 기력을 얻게 됐을 때 친구에게 시를 써서 보내며 이렇게 고백한다.


"인간은 한적함 속에 있지 못하면 불행하다고 생각하기에, 그 한적함을 잠시나마 만끽할 수 있는 지금, 내 몸이 느끼는 기쁨이 이렇게 시구의 형태로 변한 것이다."


투병 속에서 그가 얻은 지혜는 한 치 앞도 모르는 불확실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어떤 메시지를 던지는 듯하다. 시대를 초월하여 나쓰메 소세키가 나에게 속삭이는 듯하다.


'인간은 바쁘게 살아가지 않으면 불행하다고 느끼지. 이전에 비해 다소 한가로워진 지금, 포스트 코로나를 살아가는 우리, 조금은 지금의 한적함을 만끽해 보는 게 어떨까? 네가 이전에 보지 못하는 것들을 보는 한가로움을 만끽하다 보면 그게 기쁨이 되고 글이 될 거야.'


그러고 보니 코로나가 창궐한 이후 사십 평생 모르고 살았던 것들이 내게 다가온다. 그림, 꽃, 풀, 나무, 이런 것들. 코로나 이전에는 결코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다. 그 동안 어여쁜 것들에 너무 눈 감은 채로 바쁘게 살았다. 나에게 새롭게 다가온 것들이 글이 되고 내가 되고 내 삶이 되길 바란다.

칼 라르손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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