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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은 줄리어드 Jul 21. 2020

당신이 좋아하니까 나도 좋아

같은 풍경을 바라본다는 것 

그저께 간 곳을 어제 다시 갔다. 그저께 갔을 때 비가 갑자기 확 쏟아졌기에 어제 신랑이 일찍 올 테니 다시 가자고 했다. 다시 제대로 보여주고 싶었나보다. 


부여 궁남지. 내 키보다 큰 연꽃들이 만발해 있다. 장관이다. 지금 7-8월 여름이 연꽃의 가장 화려한 모습을 볼 수 있는 시기다.


기저귀 차고 있는 아이를 나는 집에서 하나씩 돌보느라 신랑이 주로 큰 애들을 계절마다 데려갔던 곳이다. 막둥이가 기저귀를 떼니 요즘 나도 슬슬 여행에 동참하고 있다. 기저귀 차는 녀석이 (10년 만에) 한 명도 없으니 이제서야 밖에 함께 다닐만하다. 


참 멋대가리 없는 사람. 나 꽃 좋아한다고 생일과 결혼기념일만큼은 꽃 받고 싶다고 수십 번도 더 말했는데도 절대 꽃 안 사 오는 사람, 궁남지를 보고 집에 가는 차 안에서 그런다.


"아빠는 엄마가 봤으니까 좋아. 엄마가 좋아하니까 좋아."


이래서 '돈 들고 시드는' 꽃 선물 안 해줬나 보다. 이렇게 아름답고도 내 키만 한 자연의 꽃들, 진짜를 보여주려고.  


2020.7.20 궁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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