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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은 줄리어드 Oct 09. 2021

주름과 늙음에 대하여

다정한 말


요즘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라는 책도 나왔던데 내 곁에 다정한 사람의 말이다.


"엄마, 어렸을 적 사진 궁금해, 보여줘. 지금도 예쁜데 그 땐 얼마나 예뻤을까?" 라는 우리 둘째.


저어기 대피공간 구석에 숨겨놓은 먼지 수북한 박스를 가져온다. 사진을 펼쳐보니 나의 젊은, 찬란한 순간들의 향연이다. 아이의 칭찬을 기대하고 있었다. "엄마, 그 때 진짜 예뻤네." 이런.


그런데 의외의 말이 나온다.


"엄마, 엄마는 어떻게 뒤로 갈수록 더 예뻐지네. 지금이 제일 예뻐. 엄마, 벤자민 버튼이네."


"엄마, 늙었잖아. 이젠 주름도 많고." 20대 때 예뻤던 사진을 찾아 하나 하나씩 더 들이밀어본다. "이것 봐, 예쁘지 않아?"


그래도 시종일관 지금이 제일 예쁘단다. "주름도 예뻐."라는 말도 곁들인다.


내가 몇 년도 전에 피츠제럴드의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읽는 모습을 보고 책 내용을 궁금해해 이야기해준 적이 있다.


지금이 제일 예쁘다는 말.  늙음이 추함이 된 세상에서 주름마저 예쁘다는 이토록 다정한 아이의 말, 아이스크림처럼 달콤하다.


아이가 스승이다. 오늘 늘어난 주름만큼, 그 세월만큼 예쁘게 살자.


엄마의 책장은 아이에게 또 다른 세상이 되고 영감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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