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한 가족을 만나러 가는 길
나를 위해 마음을 바꿔야지, 그렇지
우리 집 막둥이, 그러니까 외손주 이름도 잘 모르는 엄마가 아프단다. 딸이 애가 넷이 되니 "분교가 따로 없구나. 한심하다. 어떻게 키울래."라며 비아냥거리던 엄마가 아프단다. 그래서 나더러 오란다.
구체적으로 요구하셨다. 참외, 사과를 사 오라고.
미운 마음이 나를 덮쳐 사가야 할까, 말아야 할까를 계속 고민했다. 이 이른 아침에 연 과일 가게도 없는데.
그 와중에 어젯밤 남겨주신 어머니의 카톡을 읽고 또 읽는다.
"남에게도 봉사해주고 도와주는데..
헌신의 마음 없이는 내 마음의 평안과 기쁨이 없단다..
해야 될 일 받아들이고 마음을 바꿔봐.. 너를 위해"
엄마가 아닌, 나를 위해 엄마 만나러 가는 길에 예쁜 참외와 사과를 사야겠다. 그리고 예쁘게 깎아드려야지. 과도도 들고 가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