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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은 줄리어드 Oct 27. 2021

내가 마치 죽어 있는 것 같아

다시 살다

손목과 손가락 통증으로 악기를 못 하는 한 달 동안 이 말이 절로 나왔다.


"내가 마치 죽어 있는 것 같아."


'이제 나의 모든 꿈들도 물거품이 되는구나. 좋지도 않은 손목으로 악기를 평생 하고 싶다는 마음은 과욕이구나.' 라는 절망감정신마저 죽어버린 듯 했다.  


아팠던 손목을 충분히 치료받고  후, 한 달 넘게 멈췄던 첼로를 다시 시작했다. 다시 활과 선율에 내 몸을 맡기는 몰입의 시간을 가지고 나니 나, 다시, 살아있는 듯 하다.


모전자전.


최근 기타 연습이 무리가 됐는지 손가락 끝 통증을 호소하던 둘째 아들에게 피아노와 기타 금지령을 내렸다. 손목이 아파본 나로서 휴식만이 최고 치료제라는 걸 알기에 어쩔 수 없는 권고였다. 좋아하는 일을 길게 오래 하려면 몸부터 관리해야 한다는 철칙을 아들에게도 동일하게 적용했다. 이틀 동안 기타와 피아노에 접근조차 못하는 아들이 말한다.


"내가 마치 죽어 있는 것 같아."


며칠 쉬고 손가락 통증이 사라진 아이, MR에 맞춰 락킹한 곡을 신나게 연주하는 이 녀석, 온몸에 생기가 다시 돋는다. 드디어 아들이 살아있는 것 같다.


아들도 나도 다시 살고 있다.


심각한 질병은 우리를 삶의 경계로 데려간다. 그곳에서 우리는 삶이 어디에서 끝나버릴 수도 있는지 본다. 경계에서 삶을 조망하면서 우리는 삶의 가치를 새로운 방식으로 생각해볼 수밖에 없다. 혹은 새로운 방식으로 생각해보도록 허락받는다. 여전히 살아 있긴 하지만 일상에서는 멀어져 있기에 마침내 멈춰 서서 생각해볼 수 있다. 왜 지금껏 살아온 것처럼 살아왔는가, 미래가 있을 수 있다면 어떤 미래를 원하는가. 질병은 삶 일부를 앗아가지만 기회 또한 준다. 우리는 그저 오랫동안 살아왔던 대로 계속 사는 대신 살고 싶은 삶을 선택할 수 있다.
-<아픈 몸을 살다>, 아서 프랭크, 봄날의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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