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의 취미, 사치일까?
조금씩 경제적 자립을 준비해 나가면 되겠지
적지 않은 돈을 내 레슨비에 들이고 있다. 네 아이들 교육시키기도 바쁜데 어떻게 자신을 위해 이렇게 돈을 쓸 수 있냐는 질문들이 있다. 아이들도 악기를 여럿이서 배우니 레슨비가 만만치 않다.
하지만 다른 집에서 영어 유치원을 비롯 주요 과목 조기 교육을 일찍부터 시키는 교육비를 따지면 우리 집이 교육비에 그렇게 많은 비용을 쓰고 있지는 않다.
내가 아끼는 부분은 최대한 영어, 수학 사교육비다. 첫째도 수학 학원에 6학년 여름방학부터 다니기 시작했다. 가만히 내버려두면 아이가 학원 보내달라고 한다. 이 아이랑 매일 같이 놀던 베푸 동생, 옆집 아이도 5학년 겨울방학이 되니 수학 학원에 보내달란다. 아이들은 주변에서 선행을 하니 스스로 자극을 받아 선행의 필요성도 스스로 느껴 온다. 영어와 수학은 최대한 내가 봐줄 수 있을 때까지 봐준다. 특히 수학은 주입식이 아니라 스스로 생각해야 하는 학문이기에 6학년 때까지도 계속 스스로 문제를 풀게 하고 내가 채점하고 틀린 문제는 다시 풀고 다시 풀게 했다. 스스로 답을 찾도록. 3학년인 둘째도 기타 레슨, 피아노 레슨에 가지만 수학 학원에는 안 보낸다. 집에서 학교 진도에 맞게 꼼꼼이 풀리고 내가 채점해주면 된다.
영어학원도 첫째, 둘째 둘다 3학년 2학기부터 처음 다녔고 그 전까지는 내가 봐줬다. 6학년인 첫째는 3학년 때 1년 영어 학원 다니고 코로나로 내가 집에서 2년 가르치다 6학년 여름방학 때부터 다시 영어학원에 갔다. 그러니 현재 아이들이 악기를 여러 개 배운다 해서 평균적으로 다른 집과 비교했을 때 특별히 우리 집이 교육비에 더 소비하고 있는 건 아니다. 중요한 비중을 어디다 두느냐가 다른 것 뿐이다.
내가 현악기를 배우며 아이에게 주는 파급 효과가 생각보다 크다. 바이올린하는 딸이 연습을 싫어하는데 레슨 때의 내용을 다 기억하고 있지 않다. 딸이 연습할 때 내가 같이 켜주면 좋아하고 또 금방 익힌다. 내가 악기 연습을 하면 아이들이 악기를 들고 하나둘씩 내 주변으로 모여든다.
하지만 그래도 마음 한 켠이 늘 불편하다. 남편이 벌어다주는 돈으로 '음악이나 띵가띵가' 하고 있는 떳떳하지 않은 느낌.
어제는 중등, 고등 영어 대표 문제집을 몽땅 샀다. 내가 좋아하는 취미를 계속 하려면 남편이 벌어다주는 돈으로 이 모든 걸 영위하기에는 내 마음도 찔린다. 영어를 가르쳐야겠다. 남은 인생 동안 내가 즐길 수 있는 취미를 오랫 동안 떳떳하게 하려면 아무래도 내가 제일 잘 하는 일을 조금씩 준비를 해야겠다. 경력 단절녀라 자신감도 바닥이다. 아무리 소싯적 토플 만점자라도 마흔 넘어 이제 감각을 잃어서 영어를 다시 가르칠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래도 유명 강사들 강의도 찾아보고 다시 강의법도 계발하면서 경제적으로도 조금씩 자립할 수 있는, 내 레슨비는 내가 충당할 수 있는 역량을 키워보려 한다. 돈을 이렇게 간절히 벌어보고 싶은 적이 언제 있었을까. 한 푼이라도 내가 스스로 벌어 내 음악 레슨비, 내가 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