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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다음] 일러스트, 여자상여꾼이 있다

by 우영


여성상여.jpg


죽은다음 / 희정작가 / 한겨례출판

https://www.yes24.com/product/goods/145713828

<그림1> 여자상여꾼이 있다


'장례는 각기 다른 자본을 지닌 사람들의 관계가 경합하는 장이다. 딸과 아들의 지위가 다르듯이. 여성이 상주를 획득하는 과정도 경합이지만, 이후 장례식장에서 '상주의 자리'를 올곧이 지키는 것은 투쟁에 가까운 것이다. 207p


장례식에는 과거의 형식이 지금의 삶을 대변하지 못함에도 질문하지 않고 지나치는 관행들이 있다. 상주는 남자가 해야한다는 낡은 관념. 아들이 없으면 하다못해 사위라도 상주 완장을 채워 맨 앞에 세우는 풍토.


작년 뮤지션 이랑의 sns에서 접했던 질문과 장면이 그랬다. 언니 장례식에 직접 상주를 하려하자 말리는 장례지도사에게 '저 남자 아닌데요'라고 말하고, 바지를 입고 상주가 된 사연과 사진. '왜 안되는가'란 질문에 '원래 그래요'라고 답하는 관행과, 행여나 부정이라도 탈까 긍긍하는 어른들의 장면은 장례식장 곳곳에 더 많이 있었을 것이다. 그런 질문들이 흘러서 '요즘은 그렇게도 해요'라고 여성이 상주를 하는 문화로 변하고 있다.


남녀차별이 엄격한 장례식의 관습 뒤로, 책의 문장은 여성들이 상여를 메고 나섰던 사연으로 흐른다. 연도에서 남자들은 배를 타고 생업으로 타지로 나간 섬에서 장례마다 여성들이 직접 관을 메고 상여를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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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해연도여자상여소리'로 검색하면 하얀 두건과 저고리를 입고 상여를 배로 운구하는 장면들을 볼 수 있다. 이 챕터의 삽화로 바지를 입고 상주 완장을 찬 여성을 떠올렸다가, 힘차게 상여를 나가는 여성의 이미지를 크게 드러내는 쪽이 글의 여운을 보조하는데 좋겠다고 판단하였다.


시각자료가 많아서 상여를 하는 인물들의 행동을 담는데 어려움은 없었다. 흰색과 블루의 조합으로 상여의 화려함과 바다를 표현하고, 상여를 짊어진 여성을 클로즈업 하여 굵직한 선으로 힘있게 표현하였다. 크고 시원한 이미지를 염두하고 그렸지만 일러스트가 작게 삽입되어 아쉽다. (제발 그림은 크게 씁시다 디자이너들이여)



'필요는 우리가 살아가는 시대와 장소에 따라 변모한다. 중요한 것은 성별이 아니라... 내가 어떤 공동체에서 살아가고 싶은지다. 우리는 우리가 살아가고자 하는 세계를 만든다.' 208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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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정작가 #죽은다음 #장례르포 #일러스트레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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