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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영 Jan 03. 2017

Pun Pun(펀펀)

작품집 <아직, 해가 저무는 시간> 원고 #4



매일 밭에서 나오는 신선한 채소와 식재료들이 주방으로 들어간다. 주방장 피댕의 손맛과 지휘로 삼시 세끼 맛난 태국 부페가 펼쳐진다. 위대한 영도력은 마이 매기는데서 나온다고 했던 영화대사처럼, 펀펀에 머무는 이는 모두 두둑히 먹으며 땡볕이 뜨거워진 오후를 맞이한다. 땡볕이 한참인 오후 세시전까지는 낮잠도 자다가, 해가 기우는 세시가 되면 오후일과가 시작된다. 해가 저멀리 산자락에 닿기전부터 텃밭은 물주는 이들로 분주하다. 뜨거운 하루를 보낸 채소들에게 시원한 물줄기를 뿌린다. 그리고 스스로에게도 오늘 하루도 수고했다는 평안한 안녕을, 저무는 석양아래에서 서로에게 건넨다.     


이곳은 태국 북부 펀펀(Pun Pun). 태국에서 가장 유명한 공동체마을이다. 지금은 서른명의 태국 청년들이 한 달간 머물면서 흙집짓기 워크숍에 참가하고 있다. 손과 흙으로 집 하나를 완성하는 것이 미션이다. '우~ 영~ 우영~ 우영' 식당에 나타난 내 이름을 연신 한 번씩 불러준다. 지나갈때도 인사대신 이름을 불러주니 참 친근하다. 나도 흙집 짓기 워크샵에 참가하면서 함께 일하고 먹고 생활한다. 처음엔 태국말도 할 줄 모르고 서른명이나 되는 사람들 속에서 괜찮을지 조금 우려했었다. 낯가림이 발동하여 쭈뼛쭈뼛 서성이는 꼬리(한국인)을 친구로 받아들여 주었다. 


흙집외에도 펀펀의 워크숍도 다채롭다. 몸의 독소를 해소하는 예방의학, 바나나 em 만들기, 나뭇잎 샴푸 만들기, 타이천연염색 등 일상에서 생태적 양식을 어떻게 꾸려나가는지 세부적으로 알려준다. 매일 크고 작은 그룹들이 펀펀을 보기 위해 수시로 방문한다. 짧게 머무는 이도 있고, 혹은 그냥 궁금해서 쿡 찔러보러 오거나 느닷없이 찾아오는 이도 자신의 기대만큼 기웃거리고 돌아간다. 드나듬이 잦아지고 있지만 열입곱명의 공동체 멤버들이 각자의 역할을 책임 속에 해내고 있어서 펀펀에는 안정감이 흐른다. 십년동안 땅을 토대로 삶을 꾸려온 큰 흐름이 있었다.


서른명의 청년들도 사연이 다양하지만 한 가지 공통점은 지금과 다른 삶이 있을까 싶어서 펀펀에 찾아왔다. 각자의 이유는 다르지만 매일 흙을 주무르거나 밭을 일구는 노동을 함께 해내는 즐거운 몰입이 여기에 있다. 나와 가장 가까이 지낸 친구는 ‘찬’이다. 찬은 경기도 한 공장에서 2년간 머물며 일했었다. 식당에서 서성거리는 나에게 한국말로 먼저 말을 걸어주었다. 괜시리 ‘한국사람들 나쁘지?’라고 물어보면, 그렇지 않다고 한다. 

찬의 한국행에는 특별한 이유는 없었다. 그냥 젊은 혈기에 시골을 떠나보고 싶었고, 누군가 한국에가서 일해 보란 말만 듣고 갔었다고 한다. 긴 시간을 돌아 자신의 고향에서 농사짓고 사는 삶이 가장 좋은 것임을 깨닫고 있다. 펀펀에 와서야 자신이 꾸려야하는 삶을 알겠다고 한다. 아침에 세수하고 나오는데 찬이 샤워장 옆 빈터에 물을 주고 있었다. 매일 무심코 지나는 곳에 조그만 상추텃밭이 있었다. 흙이 일궈진 곳에 지푸라기가 곱게 깔려있고, 지푸라기 틈사이로 새싹들이 싱싱하게 자라고 있었다.


“엉?! 이거 언제부터...”

"여기 친구들 다섯명이랑 같이 심은지 십일 되었어"

씩 웃으며 주머니에서 상추씨를 한 소끔 내밀며 건넨다.

"너도 가서 심어"

“아...그래, 그래야지. ”


나도 돌아가면 씨앗을 뿌려야지. 그렇게 살거야 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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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의 첫번째 작품집 사전구매자이자 출간을 지지해 줄 후원자 분들을 모집합니다.

제작은 현재 교열작업 중에 있으며, 1월초에는 인쇄소를 다니며 인쇄공정을 진행하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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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금에 참여해 주신 분들과 함께 ‘책과 대화하는 자리’를 마련하려 정중히 초대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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