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즈음, ‘그림을 그리고 싶다’ 라는 마음이 생겼습니다. 마음을 담아 하던 일은 조직의 부패나 계약기간 종료등 나의 노력과 상관없이 손에서 쉬이 사라졌습니다. 2012년, 서로의 존엄함을 지키자며 직원들이 노동조합을 꾸렸고 한 겨울을 함께 싸워보았습니다. 그 계절의 장면들이 그림으로 그려졌고, 그림을 본 조합원들은 농담반 진담반 '박화백'으로 불러주었습니다. 1인시위부터 파업까지 한 계절이 빠르게 지나갔습니다. 우리가 '옳다'는 당위만으로 떨쳐내기 어려운 불안과 걱정이 잦아졌지만, 아름다움은 안도감을 주었습니다. 그림을 그려내고 사람들과 감상하는 과정은, 긴장을 넘어가며 아름다운 장면을 함께 했음을 확인하는 확신 같았지요. 처음으로 '작가'라는 정체성이 고개를 들게 된 계절 이였습니다.
이후, 삶에 대한 경외감이 하나의 시선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어딘가 소외된 삶이 있다면, 여기에 삶이 있다고 조명을 비춰주며 함께 들여다보는 작품을 계속 그리고 싶었습니다. 우리가 느껴야 할 불편함들 마저 표백해 버린 도시에서, 스쳐 지나가는 이에게 시선이 머뭅니다. 경제적 형편이 어려워져 ‘존엄’함을 훼손당하는 모습, 4월16일 침몰한 세월호 위로 다시 벚꽃이 피었을때 어쩌지 못하는 우리의 단상. 몸으로 살아내는 사람들의 모습이 한 장면 한 장면 그림으로 표현 되었습니다.
그림표현이 잘 되지않아 마음이 속상할 때는 자연으로 나갔습니다. 그림은 자연을 지루함 없이 바라보는 힘을 주었습니다. 나무는 화가가 오만하지 않도록 '자연스러운 선'을 보여주는 훌륭한 스승입니다. 산책의 끝에 한강 넘어 해가 저물어 가는 시간을 좋아합니다. 낯과 밤의 경계에서 끊임없이 충돌하는 색, 변하는 온도, 석양을 보며 하루를 관조하는 시간. 그 시간만큼 종교는 없지만 마음을 위로 받는 기분입니다. 표현이 서툴어 한없이 풀죽어있던 자아도, 하루종일 그림을 붙잡고 속 앓던 자아도 위로 받는 시간입니다.
뉘엿뉘엿 넘어가는 풍경 아래에 성수대교, 강변북로에 차들이 빼곡해지는 시간. 느리게 앞을 다투어 나서는 퇴근길. 아직 집으로 돌아가지 못한 사람들. 당신에게 말을 걸고 싶습니다. 작가로 살아보는 연습같은 하루하루가 쌓이고 4년이 되니 일상이 된 나의 시간. 창작을 통해 느끼던 달콤한 자유와 바로 뒤 켠에 따라오는 불안. 나의 혼란을 먼저 드러내고 당신에게 말을 겁니다. 일상을 어떻게 건너고 있는지. 나의 흔들림 그리고 당신의 흔들림과 해석이 만나길 바랍니다. 창작은 말을 거는 행위. 아직 순수를 간직한 이들에게 그림과 글로 말을 건넵니다.
작품집 소개
표지는 책의 견고함을 잡아 줄 하드커버로 제작되었습니다.
가운데 펼침이 좋은 '사철제본' 하였어요.
페이지 양쪽에 걸쳐 구성 된 그림도 잘 보이게 인쇄되었어요.
독판인쇄로 색감이 원화에 가깝게 구현되었고,
내지는 모조지 150g으로 수채화와 드로잉을 견고하게 잘 담아주고 있습니다.
총 250페이지로 구성되었으며, 드로잉과 수채화 작품 120여점과 에세이가 수록 되어있습니다.
(페이지별 구성은 아래 보시는 바와 동일합니다.)
에세이는 그림을 그려나가면서 느꼈던 시행착오, 혹은 그림과 함께 시선이 닿았던 사유에 대한 글 입니다. 그림과 글이 유기적으로 서로의 추상과 구체를 보완해주기 바라며 구성 하였습니다. 아래 포스팅에서 작품집에 수록 된 원고를 미리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원고 미리보기 #1 명랑의 탄생 https://brunch.co.kr/@noranseed/62
*원고 미리보기 #2 느리게 피는 꽃 https://brunch.co.kr/@noranseed/63
*원고 미리보기 #3 빚진마음 https://brunch.co.kr/@noranseed/64
*원고 미리보기 #4 펀펀 Pun Pun https://brunch.co.kr/@noranseed/65
입고서점안내
서울
은평구 / 책방비엥 (instagram.com/bienbooks) (판매완료)
마포구 / 헬로 인디북스 (www.hello-indiebooks.com/)
성동구 / 프로스트서재 (instagram.com/library_of_proust)
순천 - 그냥과 보통
속초 - 완벽한 날들
구미 - 책봄 (instagram.com/bookspring)
*직접구매 (재고 문제로 온라인 판매는 현재 진행하고 있지 않습니다.)
한 개인의 일상에 창작이 회복되는 과정들, 계속해서 그림을 통해 전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