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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북유럽연구소 Sep 06. 2019

핀란드 우체국 파업 들여다보기

파업에 대한 시선: 노동조합, 언론, 정부, 대중 by TJi

제목 배경 사진 출처: https://n2.fi/tyot-n2/posti/



핀란드 우체국 소포 분류 담당 근로자 파업


핀란드 우체국 (Posti)이 소포 분류를 담당하는 근로자에 대해 기존에 적용하던 핀란드 우편, 물류 노동조합 (PAU, The Finnish Post and Logistics Union)의 단체협약 (collective agreement)을 산업 노동조합(Industrial Union)의 단체협약으로 2019년 11월 1일부터 변경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를 반대하며, 핀란드 우편, 물류 노동조합 2000여 명의 조합원이 9월 2일부터 4일까지 파업을 예고하였고 파업은 정부가 개입하면서 새로운 협상을 위해 9월 3일 중단되었다.


2차 파업은 아래 링크⬇️


우체국의 임의적인 노동조합 변경에 따른 변화를 겪을 근로자는 사무직 근로자 포함 약 700명 정도로 평균 30%에서 최대 50%까지 임금 삭감이 예상된다. 생산성, 고객만족, 노동의 질 향상을 위한 보너스 제도 도입이라는 미명 하에 사실상 해당 노동자를 빈곤으로 내몰 것으로 예상된다. 우체국 근로자의 한 달 평균 임금인 2200유로로, 핀란드 물가를 감안하면 많은 금액이 결코 아니다. 새로운 단체협약의 도입은 한 달 평균 660유로 소득 감소를 초래할 것이며, 이는 해당 근로자 대부분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수준이다.


파업에도 불구하고 배달 업무는 대체로 차질 없이 진행되었다. 외주업체 근로자들과 관리자들이 분류 업무를 대신했기 때문이다. 우체국은 파업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이를 방해하고자 관리자에게는 200유로의 보너스를, 외주업체 근로자에게는 근무시간 감축 위협과 보너스 지급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체국은 해당 보너스를 감사 보너스 명목으로 지급할 것으로 밝혔다.


이번 파업에 따른 핀란드 우편, 물류 노동조합의 파업지침을 살표 보면, 파업 해당 지역, 업무, 근로자 (외주 계약직 포함)의 범위에 대해 명시하였고, 파업기간 동안 업무에 참여하지 않도록 독려하고 있다. 또한 파업 시작과 끝 시간이 근무 시간과 겹칠 경우에 대해, 파업 기간을 제외한 시간만을 근무할 것을 안내하고 있다. 파업에 동참한 근로자는 파업에 대한 책임이 없고, 파업은 노동조합의 결정으로 파업을 이끈 노동조합에 책임이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사측의 위협에 대해서는 즉시 노조 대표에게 알릴 것을 요구하였으며, 아직 노조에 가입하지 않은 근로자에게는 공동의 이익을 위해 노조에 가입을 권유하고 있다. 시민의 건강과 안전에 관련된 업무인 실험실 샘플, 적십자 혈액, 음식 운송 서비스는 파업에서 제외인 것을 명시하고 있으며, 파업 수당 (일당 67 유로, 세후 51.7 유로)에 대한 안내도 있었다.


한국은?

배달 표준 시간을 아십니까?
일반우편 2.1초, 등기 28초, 저 중량 소포 30.7초. 대한민국 집배원은 하루 평균 1000통이 넘는 우편물과 택배 80여 개를 배달하기 위해 우편은 2초, 택배는 30초 남짓한 시간에 배송을 완료해야 합니다. 하루에 12시간을 일해도 밥 먹을 짬이 안 납니다. 2010~2018년 사이 166명의 집배원이 교통사고 또는 과로사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올해만 해도 10명이 세상을 등졌습니다.

지난 7월 우정노조는 더 이상의 과로사를 막기 위해  완전한 주 5일제 근무 시행, 집배원 2,000명 인력 증원을 요구하며 파업을 예고했고, 총파업 직전 집배인력 988명 증원, 10kg 초과 고중량 소포에 대한 영업목표와 실적평가 폐지 등에 최종 합의하며 파업을 철회했습니다.

추석을 앞두고 더 바빠질 집배원 여러분에게 음료수를 건네는 情, 북유럽에는 없어도 한국에는 있지 말입니다.  


핀란드 노동 환경 살짝 들춰보기:


핀란드는 한국과는 다른 노동조합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기업별 노조가 아닌 산업별 노조로 한국 기준으로 노동조합이 있을 수 없는 규모의 소규모 직장을 다니는 근로자도 산업별 노조에 가입하여 노동조합이 개인의 이익을 대변해 줄 수 있다. 또한 대학생들도 자신의 전공에 해당하는 산업 노조에 학생 회원으로 가입하여 취업 시 근로계약 관련 조언을 구할 수도 있다.


한국과 같은 최저임금법은 없지만, 노동조합이 해당 직군에 대한 세세한 처우를 단체협약에 명시하고 있는데, 그 안에 해당 직군에 대한 최저임금도 명시되어 있다. 핀란드의 최저임금은 얼마냐는 물음에 답은 직군마다 다르다가 되겠다. 고용계약보다 단체협약이 우선되기 때문에 불리한 계약으로 인한 피해를 상당히 예방할 수 있다.


TJi의 전 직장 고용계약서는 A4 한 장으로 월급, 주당 근무시간, 직급 정도를 명시하였고 나머지는 단체협약을 따른다고 간결하게 작성되었다. 관련 문서 읽기를 좋아하는 TJi가 계약 당시 단체협약서를 찾아 열심히 읽어보려 했지만, 부담스러운 양으로 노조를 덮어두고 신뢰하기로 마음을 다잡았던 기억이 난다.




흔한 파업 뉴스? 무언가 다르다! 

일반 근로자 임금 깎아서 경영진 배 불리려다 속내를 들켰다.


뭣이 중헌디? 효율이라는 미명 하에 사람들을 쥐어짜는 게 일상인데... 효율이라는 변명은 누구를 위해 있는가?


TJi는 파업한다는 뉴스를 들으면, 성실히 일한 대가가 합당치 않으니, 그들의 대우가 나아진다면 며칠 동안 조금 불편한 것도 나쁘지 않다는 마음으로 파업을 지지하는 정도다. 많은 이들이 그럴 것이다. 그런데 이번 우체국 파업은 조금 다른 양상으로 흘렀다. 파업에 대한 인식은 여느 파업과 다를 바가 없었지만, 우체국 최고 경영자 (Heikki Malinen)의 연봉이 알려지면서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켰다. 2018 우체국 CEO가 일 년 동안 번 돈은 약 99만 유로로 한 달에 약 82,500 유로를 벌은 셈이다. 또한 지난 4년간 그의 연봉이 65% 인상되었다고 한다. 


그의 임금은 우체국 일반 근로자 40명 남짓의 임금을 합친 금액이다. 만약 계획대로 30%의 임금 삭감이 실행된다면 근로자 50여 명의 임금을 혼자 독식하게 되는 것이다. 물론 효율적인 경영에 대한 대가로 보너스 지급이나 연봉 인상은 고려하지 않은 계산이다. 효율성 (비용절감, 인원감축)을 사랑하는 경영진은 왜 자신들에게는 같은 규정을 적용시키지 않는지 매우 의아하다. 경연진의 임금 1% 감축은 일반 근로자의 임금 1% 감축과는 비교도 안 되는 큰 이익을 회사에 가져올 텐데...


핀란드 우체국은 100% 국가 소유다. 그렇기 때문에 대중은 우체국 경영자의 지나치게 많은 임금 소득에 더욱더 분노했다. 이에 우체국 CEO는 본인의 2개월의 임금을 기꺼이 반납하겠다고 대응함으로써 현 사태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을 더욱 부추겼다. 중도 좌파인 사민당이 이끄는 현 정부는 이를 좌시하지 않고 경영진에게 과도하게 지급되는 임금과 보너스 체계를 검토하기로 했다. 또한 정부에 지급되는 배당금의 규모를 줄일 가능성도 고려하고 있다.




TJi의 생각 더하기


핀란드 우체국은 몇 년 전에도 효율이라는 미명 하에 우체국 지점을 축소시키고 대대적인 정리해고를 감행해서 언론의 지면을 장식한 적이 있다. 그와 동시에 대대적인 브랜드 통합 리뉴얼도 진행하였는데, 쓸모없는 지출이라 할 수는 없지만, 정리해고와 동시에 상당한 비용이 요구되는 브랜드 통합 리뉴얼을 진행하는 것이 상당히 거슬렸다. 문득, 언론이 이번에 CEO의 임금을 대중에게 밝혔듯이, 그때 정리해고 근로자의 1인당 평근 소득과 브랜드 리뉴얼에 들은 전체 비용을 비교했다면 대중은 어떤 반응을 했을까 궁금해진다.


일반적으로 한국에서 '노조'는 부정적인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단어로 대중에게 인지되고 있다. 왜 그럴까? 한국 언론이 유독 노조활동의 하나인 파업을 이유불문 노조의 생떼, 민폐로 몰아가기 때문은 아닐까? 양측의 의견을 공정하게 보도하려는 노력보다는, 기업 측의 대변인 노릇을 통해 언론사의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영업활동으로 여기는 것은 아닌지 생각이 많아진다. 한국 언론이 노조 활동에 대한 균형 있는 보도를 통해, 대중의 노조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고, 이유 있는 파업에 대해서는 대중적 지지를 이끌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또한, 대부분의 우리는 노동자 또는 근로자임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기자도 월급을 받는 근로자이고 노조의 구성원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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