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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북유럽연구소 Dec 03. 2019

핀란드 우체국 두 번째 파업

우체국 경영진 vs. 노동조합들, 대중, 사회 전체 by TJi

제목 배경 사진 출처: Pexels


이 글의 티져...
핀란드 우체국이 드디어 긴 파업의 종지부를 찍었습니다. 지난 가을 우체국 소포 분류 담당자들의 월급을 많게는 절반까지 삭감하는 와중에 경영진은 성과급 잔치를 벌인 것이 드러나 파업으로 이어졌습니다. 9월에 이어 11월에 2차 파업을 진행했는데 협상이 난항을 겪자 다른 노조에서도 힘을 보탰습니다. 항공 노동조합이 파업에 참여해 핀에어가 결항되었고, 공공복지 부문 노동조합, 철도 노동조합, 운송 노동조합, 서비스 노동조합 연합, 핀란드 선원 노동조합 등이 연대파업에 동참했습니다.

시민 대부분 불편하다면서도 우편.물류 노조를 지지했고 경영진의 도덕적 해이에 여론도 좋지 않았습니다. 결국 11월 27일, 급여 삭감 대상이었던 만여 명의 임금체계를 2022년 1월까지 기존 조건으로 유지하는 것으로 합의를 봤습니다.

언론은 정부에 책임을 물었습니다. 국가 소유기관인 우체국의 파업을 미리 예견해 관리하지 못해 큰 피해를 초래했다는 것이지요. 결국 해당 장관이 물러났습니다.

여기까지는 대략 예상이 가능한 내용입니다만, ①다른 공공기관에서 파업의 불편을 최소화하며 우편물류 노조를 지지하기 위해 융통성을 발휘해 일을 처리하는 모습, ②노동자가 아닌 사측을 압박하는 댓글, ③파업을 무력화하기 위한 우체국 인력 충원 승인을 거부한 정부 등 커튼 뒤의 장면이 생각할 거리를 줍니다. 네, 북유럽연구소는 여러분에게 계속 생각할 거리를 드릴 겁니다...!


길고 긴 우체국 파업의 끝은 어디인가?


여론의 우체국 경영진의 과한 성과급 잔치에 대한 비판에도 불구하고 우체국 경영진의 노동자 쥐어짜기 의지는 굽혀지지 않았다. 그 결과 우편, 물류 노동조합 (PAU, Finnish Post and Logistics Union)은 지난 9월에 이어 두 번째 파업을 2주간(11월 11일~24일) 진행키로 예고했다.


우편배달, 처리, 운송 서비스를 담당하는 만여 명의 근로자가 해당 기간 동안 업무를 중지하고 파업에 참여했다. 근로자들의 노동조합을 변경시켜 임금체계와 근로환경이 낮은 단체협약을 적용시키려는 우체국 경영진의 노력과 현 임금체계를 유지하려는 노동조합의 싸움이었다. 우편, 물류 노동조합의 단체협약이 뛰어난 조건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조금 더 쥐어짜서 경영혁신을 달성했다는 핑계로 성과급 잔치를 할 경영진의 검은 속내가 만천하에 드러났음에도 불구하고 우체국 경영진은 성실히 자신들의 주장을 끝까지 관철시키려 애썼다. 그 결과 12월 8일까지 파업 확대 연장이 예고되었다.


이 글의 전편에 해당하는 핀란드 우편·물류 노조의 지난 9월 파업을 예고관련 정리 


우편, 물류 노동조합과 우체국 경영진 협상이 난항을 겪자 다른 노동조합들이 연대파업으로 힘을 보탰다. 대중은 파업으로 초래되는 불편에 부정적인 의견을 피력하긴 했지만, 우편, 물류 노동조합을 지지하는 태도를 유지했다. 항공 노동조합 (IAU, Aviation Workers Union) 연대파업 참여로 핀에어는 24일 26개 항공편이 25일에 250여 개(당일 총 377개의 항공편 중)의 항공편이 결항되었고, 2만여 명의 승객들이 파업에 영향을 받았다. 공공복지 부문 노동조합 (JHL, Trade Union for the Public and Welfare Sectors), 철도 노동조합 (RAU, Railway Union), 운송 노동조합 (AKT, Transport Workers’ Union), 서비스 노동조합 연합(PAM, Service Union United),  핀란드 선원 노동조합 (SMU, Finnish Seafarers’ Union) 등 많은 노동조합들도 연대파업에 참여하였다. 그 결과 우체국 사업과 연관된 다른 노동조합들의 업무들은 정지되었으며, 버스나 기차의 운행도 한때 원활하지 않았다. 탈린과 스톡홀름을 오가는 대형 여객선 중 핀란드 국기를 단 여객선 운행이 정지되기도 하였다.


사회의 전체적인 압박 탓이었는지, 결국 11월 27일 아침에 우체국과 우편, 물류 노동조합은 합의에 도달했다. 지난 8월 노동조합 변경으로 낮은 임금체계를 가진 단체협약의 적용을 받게 된 700여 명이 우편, 물류 노동조합의 기존 단체협약 적용으로 복귀되었으며, 이번 협상의 영향 아래 있던 총 만여 명의 근로자들이 기존 임금체계를 2022년 1월까지 유지하는 것으로 합의를 보았다.


대중의 대대적인 지지와 장시간의 파업으로 인한 근로자들의 금전적인 손해에도 불구하고 겨우 현상 유지를 이끌어내는 것으로 이번 파업은 마무리가 되었다. 경영 효율화라는 미명 하에 쓸데없는 사회적 파장만 일으킨 경영진에게 책임을 물어 임금을 대대적으로 삭감했으면 하는 바람이지만 회사의 정책 결정권자인 그들이 그런 미친 짓을 저지르지는 않을 것이다. 이 와중에 언론은 관리 소홀에 대한 정부의 책임을 물었다. 우체국이 정부 소유라는 점에서 정부는 이번 사태를 미리 예방할 수 있었음에도 방관하고 있었다는 비판을 피할 길이 없었고, 이에 책임을 지고 관련 부서인 국가 소유 관리부 (Minister for State Ownership Steering) 장관이 사퇴를 표명했다.



우체국 파업의 영향


우체국 파업을 대하는 정부와 공공기관의 자세


파업에 대한 기사에는 하청업체를 통한 대체인력 활용 계획을 표명하는 우체국 측의 의견이 빠짐없이 등장했다. 때마침 인터넷 상에는 우체국의 배달 인력 구인광고가 등장했다. 최저 생활비도 되지 않는 임금을 지불하겠다는 거냐는 비아냥부터 파업으로 인한 불편이 사라지도록 그만 좀 하라는 반응까지 사측에게 냉정한 반응이 주를 이뤘다. 추가 인력 확보로 파업을 저지하려는 우체국의 노력에 정부가 제동을 걸기도 했다. 국영기업인 우체국의 파업 방해를 위한 인력을 충원을 승인하지 않겠다는 정부의 대응에 우체국은 추가 인력 배치 방지를 약속했다.


핀란드 사회보험기관인 Kela는 실업급여나 소득지원의 지연 우려를 표명하며 우편을 통한 민원처리보다는 온라인 서비스와 Kela 사무소 방문을 통한 민원인의 업무 처리를 독려하였다. 병원은 병원 관련 서류들의 일시적 배달 마비를 감안하여, 요금 청구서의 지급기간을 14일에서 30일로 확대하고, 의사들에게 11월 진료 관련 서류가 우체국 파업 이전에 환자들에게 전달되도록 신속한 업무 처리를 요구했다. 또한 필요시 환자에게 전화를 통한 진료 관련 통보를 계획하였다. 파업 기간 동안 전달되지 않는 치료 결과서나 환자 자료는 온라인의 환자 기록 데이터베이스인 Omakanta에서 확인 가능하다는 것을 알리기도 하였다. 관련기사

 


개인이 느끼는 우체국 서비스의 현실


올여름 한국에서 보낸 소포가 도착할 시기가 지났는데도 아무런 소식이 없어서 우편물 배송 조회를 해보니, 공항 세관에 한동에 묶여있는 듯했다. 인터넷으로 세관 신고를 마치고 소포를 받을 수 있었다. 소포를 받고 며칠 지나서야 소포가 세관신고가 필요하다는 서류가 왔다. 배송 번호를 통해 미리 대응을 해서 큰 문제없이 소포를 받았지만, 우체국을 믿고 마냥 기다렸다면 세관 신고 관련 서류를 받고서 뒤늦은 대응을 하다 여차하면 소포가 반송되는 불행을 경험했을 뻔했다. 지인 하나는 해외 구매를 통한 물건 배송을 기다리다 세관 신고 요청서를 받지 못해 제때 세관 신고를 하지 못해 물건이 반송되는 경험을 하기도 했다. 우체국의 파업 뉴스와 함께 여기저기 배달 사고에 관한 불평들이 눈에 띄었다. 딱히 꼬집어 말할 수 없지만, 여러모로 10여 년 전의 우체국 서비스보다 많이 부족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11월, 우체국의 파업이 한창일 때 파업과 TJi의 실생활과의 연결고리를 미쳐 파악하지 못한 채, 딸의 11월 어린이집 요금 청구서가 눈에 띄지 않아 청구서를 잃어버린 줄 알고 한동안 당황을 했다. 요금을 독촉하는 청구서가 오겠거니 했는데, 우체국 파업이 종료된 다음날인 28일에 여러 우편물과 함께 11월 어린이집 요금 청구서를 받았다. 12일에 발행된 청구서는 우체국 파업으로 배달이 안되다가 파업 종료 후일 28일에야 내손에 들어왔다. 다행히 요금 청구기간이 29일까지여서 제때 요금을 지불할 수 있었다. 우편물 중에는 실업 사무소에 미처 알리지 못한 통역일에 대한 정보를 요구하는 서류도 있었다. 11월 8일에 발송된 서류는 11월 22일까지 제출을 요했는데, TJi는 안타깝게도 29일 저녁에야 해당 우편물을 받았다. 기한이 지난 탓에 놀란 마음에 별다른 생각 없이 다음날 바로 실업 사무소를 찾아 서류를 처리했다. 서류 처리를 도와주던 직원에 의하면 해당 서류는 온라인으로도 처리가 가능했다. 우체국 파업 탓에 당황해서 실업 사무소로 뜻하지 않던 외출을 했다.



TJi의 생각 더하기


얼마 전 한국의 철도노조 파업에 대한 언론보도를 접했다. 대중의 발목을 잡는다는 비판적인 제목의 기사들이 주를 이루는 듯했다. 몇몇의 기사를 읽어봤지만 철도노조 측의 속사정에 대한 상세한 설명은 보이지 않았다. 그저 파업으로 인한 사회적 파장에 대한 비판이 주를 이루고 있었다. 파업은 칼자루를 쥔 사측을 압박하기 위해 사회적 관심을 일으키기 위한 수단이라는 것을 한국 언론은 모르는 듯하다. 사회적 관심이 몰릴 때 문제의 핵심을 짚어주는 것이 언론이 역할인데, 한국 언론은 그저 힘센 쪽의 대변인을 자처할 뿐이다.


근로자들을 쥐어짜서 경영진에게 넘치는 보상을 몰아주는 우체국 경영진의 행태가 핀란드 언론의 폭로로 사회적 반향을 일으킨 사건과는 매우 다른 접근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문득 노조와 대척 관계의  코레일 경영진의 근무환경은 어떨까 하는 의문이 생겼다. 이번 파업 협상에 긴밀한 이해관계를 가진 국토교통부의 공무원들은? 조금 더 들여다보면서 노조와 경영자 측의 입장을 비교하고 문제의 핵심을 짚어주는 언론은 한국에 존재하지 않는 건가?


한국의 노동조합 태생이 산별 노조가 아닌 기업별 노조이기에 북유럽보다 더 작은 집단의 이익 추구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지만, 도가 지나치지 않는 선에서 그러면 어떠한가? 대체로 경영진의 넘치는 대우에 비하면 근로자들의 대부분은 기업에게 쥐어짜지는 입장일 텐데... 왜 한국의 언론은 자꾸 대중에게 가진 자의 입장으로 세상을 보게 애쓰는지 모르겠다. 한국의 언론인들은 자신들도 노동자라는 사실을 그렇게 외면하려 애쓰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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